오가와 이토 작가님의 책을 처음 만났던 것은 달팽이 식당이 출간되었을때 였다. 그렇게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읽어보고 난 후 최근에 완두콩의 비밀이라는 에세집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작품과 다시 마주했다. 인스타로 알게 된 인친님께서 읽어보라고 하시며 선물해 주신 츠바키 문구점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오가와 이토 작가님의 따스함과 주인공인 포포가 느끼는 아련함을 함께 느꼈다.
슬픈 편지는 슬픔의 눈물에, 기쁨의 편지는 기쁨의 눈물에 각각 우표를 적셔서 붙이라고 하던 선대의 가르침이 생각났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냥 수도꼭지에 대롱대롱 맺힌 물방울에 적당히 적셨다. p.269
외국을 방랑하던 포포는 유서 깊은 대필가 집안의 십 대 대필가였던 선대가 돌아가신 후 고향 가마쿠라로 돌아와 츠바키 문구점을 물려받는다. '할머니'라고 다정하게 불러본 적 없는 선대와이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고서 포포는 가마쿠라의 이웃들과 소소한 일상을 이어가며 십일 대 대필가로서 가업을 잇기로 마음 먹는다. 글씨를 쓰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지만 주된 일은 입소문으로 의뢰해 오는 편지 대필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안고서 누군가가 츠바키 문구점을 찾으면 포포는 그의 마음과 몸이 되어 최적의 언어를 고르기 시작한다.
처음 제목만 보았을때 단순히 문구점에서의 일상을 담은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츠바키 문구점의 포포는 마음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포포에게 대필을 맡기는 사람들의 사정도 다양했다. 편집자로 작가에게 작품 의뢰를 위해 들른 사람, 돈을 빌려달라는 친구의 편지에 거절하기 위해 대필을 해달라고 하는 사람. 친구의 거짓말에 화가나 절연을 담은 편지를 써달라고는 하지만 우정의 끈을 풀고 자유로워지고 하는 사람. 다양한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포포를 찾아왔다.
그런 사정들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쓰였던 것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며 요양원에서 지내는 어머니를 위해서 대필을 부탁하러 온 아들의 이야기였다. 자신에게는 어떤 따스함조차 비치지 않던 아버지이지만 어머니를 향한 사랑을 담고 위트 가득한 편지를 누나와 함께 읽다던 쇼타로. 쇼타로가 건네온 편지를 읽어보고 아버지의 말투를 생각해나가며 아버지의 필체로 쇼타로의 어머니께 편지를 써 나가는 포포. 그녀는 그 편지 한통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쇼타로의 아버지와 같은 마음을 품었을까? 쇼타로의 아버지가 계신 천국을 꽃밭인 것처럼 비유하여 써나간 편지와 함께 준비한 압화를 쇼타로에게 건네는 포포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면서 먹먹해졌다.
설령 땅에서 꺾였어도, 광합성을 하지 않아도 이 꽃은 이 모습 그대로 지금도 말짱하게 살아있다. 죽는 다는 것은 영원히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p.205
문득 죽음에 대한 생각이 스쳐지나가는 것과 동시에 선대 (포포의 할머니)에 의해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게 된 대필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포포는 어떤 마음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선대와 좋은 감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쁜 추억이 살아나기도 하는 삶 속에서, 지금 츠바키 문구점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좋은 인연들과의 삶은 어떨지 궁금해져왔다. 누군가를 대신해 마음을 전해주는 대필가로서의 삶이 포포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