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불가항력이라서 그 사람이 아닌 사랑에 휘둘리는 거지.
그러니까 옆에 그이가 있어도 사랑이 가면 끔. 거꾸로 그이가 없어도 사랑이 여기에 있는 한은 끝나지 않아."
멜버른에서 만난 대학생 레이와 부. 레이가 일본으로 돌아갈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부는 기한부 연애를 하자고 이야기한다. 레이의 주저함과 달리 쉽게 시작을 택한다. 레이는 끝은 허무하고 계속 이어가는 것이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그와 시작한다.
부는 자신이 주저하고 불안에 하는 그 시간을 두려워한다. 두사람의 연애가 끝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 상대를 믿지 못하게 되고 오해하게 되는 시간들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부는 레이에게 기한부 연애라는 말로 포장하여 그녀와 만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에 대한 설레임과 즐거움을 그녀에게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두사람의 기한부 연애의 종료 시기가 다가올 수록 서로의 마음을 숨기는 듯해보인다. 온전히 드러내 놓고 슬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대생인 잭 잭슨의 그림 모델이 된 레이. 레이가 입고 간 빨간 블라우스와 부가 선물해준 파란 새 브로치가 잭 잭슨을 통해서 스케치 되어진다. 그리고 페인트 나이프로 그려진 그림인 <에스키스>를 그리게 된다. 완성이 아닌 미완의 그림 앞에서 잭 잭슨은 두사람의 마음을 엿보게 된다.
시간이 흘러 <에스키스>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일본 갤러리에 걸리게 되고 <에스키스>와 마주한 액자장인에 의해 맞춤 옷을 입고 더 빛이 나게 된다.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속 짧은 에피소드들 속에서 빠지지 않고 나온 작품인 <에스키스>는 레이와 부의 사랑을 담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사랑의 출발점과도 같았다. 그 시작된 사랑의 결말을 알지 못하는 화가의 손에 그려진 첫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완성시켜가는 레이와 부의 모습. 시간이 지나면서 설레임은 사라졌지만 평온함을 가져다 주는 사랑. 그것은 마치 사랑의 흔적을 보는 기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