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주의 심장 하얼빈의 이모 저모
계절에 어울리는 도시가 있기 마련이다.그 가운데 중국 하얼빈은 겨울이 잘 어울리는 도시로 각인되고 있다.그에 걸맞게 매년 얼음축제가 성대하게 열린다고 하는데,얼음조각을 완성하기 위해 동원하는 인원,기간도 7,000여 명에 14일간 축제준비를 한다고 한다.1월에서 2월 사이에 이루어지는 얼음축제는 설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꼭 가볼 만한 곳이다.이번엔 하얼빈으로 몸과 마음이 이미 떠나 있다.
1898년 러시아가 시베리아에서 하얼빈을 잇는 동청철도를 건설하는데,하얼빈도 그때 생겨난 도시 중 하나라고 한다.중국 동북 3성(헤이룽장성,지린성,랴오닌성)의 요지로써 우리에겐 항일운동과 관련한 안중근 의사와 일본 세균부대인 731부대가 연상되는 곳이기도 하다.나는 업무상 중국에 있을 때 만난 조선족 가운데 하얼빈을 고향으로 둔 사람을 알게 되었다.머나 먼 만주에서 산동성 웨이하이로 돈벌러 왔는데,말씨는 북한 말씨와 거의 비슷하고 북방 기질이 있는 듯 대범하고 화통했다.의리와 인정을 중시하던 조선족에게 남모르는 동족의 정을 느끼기도 했었다.
하얼빈은 워낙 북방에 위치에 있다 보니 사계의 감각보다는 매서운 겨울 내음만 연상된다.하지만 그곳도 봄도 있고 여름도 있다.봄에는 모래조각전,여름에는 피서지,겨울에는 빙설축제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중국 정부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던 대약진운동 시기인 1958년 하얼빈 태양도(太陽島)만큼은 '태양도공원'으로 지정하여 외화벌이에 나섰다고 한다.현재 하얼빈시는 9개 구(區)에 인구 1,000만에 육박하는 거대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명실공히 만주지역의 요지인 것이다.
하얼빈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으로 러시아 색채의 잔재가 남아 있다.또한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아지트 가운데 하나이다.러시아 연해주부터 만주 쑹화강을 타고 독립운동가의 꿋꿋한 기개와 기상이 아직도 꿈틀거리는 듯하다.구한말 독립운동가 및 만주,연해주로 이주한 조선족들의 후예가 면면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중국어를 할 줄 몰라도 조선족이 있는 그곳에 가면 투박하지만 조선족의 도움을 받을 것만 같다.하얼빈에는 독립운동가를 비롯하여 문인,음악가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동방의 모스크바로 불리는 소피아 성당의 이국적 풍물과 오색찬란한 빙설축제,조선민족예술관의 이모저모,마지막 관청 다오타이부(道台府),늙은 거리(라오따오와이구 역사문화구) 등이 구경할 만한 곳이다.또한 어느 곳이든 시장을 빼놓을 수 없는데 베이산차이시장(北三菜市場)에도 들러볼 만하다.그 외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역사의 현장과 일본 세균부대였던 731부대의 진상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사람을 통나무로 여겼던 세균부대의 잔인한 실험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인간의 내면에는 야수와 같은 본성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기회가 닿으면 백두산 천지,하얼빈 등을 돌아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