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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도서]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김정운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나이 사십 후반부터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보다는 있는 친구라도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관심과 애정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그렇다고 자신에게 이상적인 친구를 찾고 만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그 나이대는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 부딪혀 가면서 순수함보다는 이해관계에 더 치중하여 살아갈 수 밖에 없었기에 새롭게 사람은 만나 우정을 다져간다는 것은 쉬운 문제도 아니다.설혹 그러할 시간과 의지가 있다면 삶의 자산이라할 오래된 친구에게 더 정을 주고 만나면서 삶의 깊이를 더욱 깊게 엮어가는 것이 바람직하고 현실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인간은 누구나 부모의 슬하를 떠나게 되면 대부분의 시간이 타인과의 만남,접촉의 연속이다.내가 삶의 정글의 법칙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모하게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야 할 때도 있다.삶의 현장은 늘 다양한 경우의 수와 부딪히면서 스스로 시험대에 맡겨진 몸이다.그것도 일정 시간이 지나게 되면 물거품과 같이 꺼지면서 사라지고 만다.삶이 극히 유한할 뿐더러 사람의 욕망도 정비례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 가고 명예와 권력을 쟁취하기도 하지만 결국 혼자 남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혼자가 되어 있다는 자신을 잘 다독이면서 기쁘게 즐기고 버텨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한국인의 의식 구조상 혼자,홀로 된다는 것은 사회에서 배제된 낙오자를 일컬을 정도로 별로 좋은 의미는 아니다.그런데 인간이 혼자가 되어봐야 자신을 성찰(省察)하고 그것에 익숙해져야 타인을 십분 이해하면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나 역시 사회생활을 하다 잠시 쉬면서 느끼는 점은 혼자가 되니 왠지 외롭고 궁색하고 흐르지 않던 눈물도 날 때가 종종 있다.낮엔 식구들이 모두 떠나고 횅한 집에 혼자가 되었을 때는 '왜 나는 혼자가 되었을까,혼자가 되어 너누 외롭고 쓸쓸한 삶을 못견뎌 죽고 마는 것은 아닐까'라고 여린 마음을 갖었던 적도 있다.다행히도 책이라는 벗이 있어서 때와 상황에 맞는 도서를 골라 읽는 시간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희열(喜悅)을 만끽한다.높은 산을 허덕이며 오르다 목이 마르던 참에 누군가 내게 건네는 한모금의 생수와 같은 맑고 상쾌한 느낌이라고나 할까.그래서 인간은 혼자가 되어 자신을 되돌아 보고 앞날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시간은 자신과 타인 사이의 윤활 작용을 해 주기에 충분하다고 믿는다.

 

 '한국여가문화학회'를 만들고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저자는 나이 50을 넘기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잘 나가는 교수직을 던지고 그림을 그리려고 일본으로 건너갔다.교토사가예술대학 단기대학부에서 일본화를 전공하고,2015년 수료했다고 한다.그의 꿈은 화실을 마련하고,진돗개를 기르며 그림 그리고 글 쓰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삶의 전성기에 있고 가족 부양,노후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한국의 50대 중장년층은 김정운 저자와 같은 약간 삐딱한 삶도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일 수도 있다.

 

 이 글은 저자가 일본 유학 생활 가운데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특히 고독에 대한 문제를 비교해 놓은 점이 인상적이다.한.일 양국 공히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지만 고독에 대한 인식과 수용법은 사뭇 다르다.일본 사회는 고독이 보편적이고 순응적인 반면 한국 사회는 고독이라는 낱말은 실패한 삶을 반영하고 상징하는 말로 들린다.고독하면서도 고독하지 않은 체를 하는 셈이다.그래서 여기 저기 열심히 다니고 움직인다.몸과 마음은 고달프지만 고독하지 않은 체를 하지 않기 위해 치뤄야 하는 대가인지도 모른다.우리는 결국 모두가 죽음 앞에 평등한 존재이면서 필연적으로 혼자가 되야만 하는 존재이다.그래서 혼자가 되어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익히고 즐길 줄 알아야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게슈탈트(하나의 통합된 형태,Gestalt)를 바꾸는 방법은 누구에게든 유용한 삶의 팁이라고 생각한다.동창회,산악회 같은 항상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사람'바꾸기,생각과 태도가 바뀌는 '장소'바꾸기,전혀 몰랐던 세상에 대해 흥미를 더하고 공부까지 하게 되는 '관심'바꾸기다.남의 눈치보고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가 바뀌려는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행복이란 강가의 부드러운 물결에 기분 좋게 흔들리는 배와 같다.내면 깊은 곳의 가볍고 즐거운 리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다가올 내일의 작은 변화에 대한 기대로 오늘의 삶에 잔잔한 리듬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이 같은 기분 좋은 마음의 리듬을 '설렘'이라고 한다. -P135

 

 이 글을 읽다 보면 심리학 용어가 꽤 많이 등장한다.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관련 심리학 용어를 소개하고 있어 문맥 이해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또한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들도 인간 심리학적 차원에서 감상해 볼 수가 있었다.때론 내면 깊숙이 살아있는 잠재력을 밖으로 끄집어 내어 살려야 한다.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온전히 거듭나기 위해서 말이다.외롭고 불안하고 우울하다면 삶의 게슈탈트를 바꿔 보는 것이 어떨까.그리고 후회없는 삶을 살았노라고 후일 되새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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