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행복, 위로, 추억, 우리 인생... 여러가지를 떠올린다. 작가들의 음식에 대한 추억들을 보니 나도 음식에 대한 추억이 하나 둘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지금의 남편과 성신여대 앞 노상분식집에서 먹은 순대볶음, 내 첫 근무지 1층 빵집의 밤식빵(밤만 엄청 파먹었던 기억이...), 1년짜리 프로젝트로 너무 괴로운 나머지 마음으로 여러번 오열했던(눈물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2020년의 얇은피 땡초 만두.... 이런 음식들 덕분에 내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김겨울 작가의 차지키 소스는 꼭 한 번 만들어 먹고 싶은데, 맛있으면 나도 동네 친구들과의 술약속에 만들어 가려고 한다. 또 내 삶이 풍요로워질 것 같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p53
굽기 정도는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 실패한 케이크로 느껴지면 성공이다. '실패로 보이는 때가 가장 좋은 때'라는 해석이 가능한 것도 큰 매력이다.
김현민 기자의 글이 너무 재미있었고, 너무 좋아서 그녀의 책을 찾아봤는데 아직 없다. 그녀가 책을 발행한다면 반드시 찾아서 읽겠다고 마음 먹었다. 김현민 기자님, 꼭 책 내주세요!
p63
마냥 유치했고, 삶의 구겨진 이면 같은 걸 잘 모른채 세상 모든 걸 총천연색으로 받아들였고, 생기가 넘쳐흘러 망아지처럼 뛰어다녔던, 인생에서 아주 짧았던 시절.
p69
이제 와 하는 말인데 솔직히 그날의 맛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대신 기억나는 건 가계 앞에 쭈그러져 있는 풍선 인형에 바람을 넣으면 팽팽하게 부풀면서 우뚝 서듯이 무너져 있던 마음 한구석이 서서히 일어나던 생생한 느낌.
김혼비 작가 글은 두말하면 입아프다. 그냥 무조건 좋다. 너무 좋다.
박서련, 박정민, 최민석 작가의 글은 너무 웃겨서 읽다가 주변에 누가 있으며 붙잡고 낭독해서 함께 웃으라고 강요하면서(?) 읽었다. 다른 작가분들 글들도 정말 다 재미있었고, 나랑 음식 취향이 맞는 작가들은 조금 더 내적 친밀감이 올라갔다.
나도 내가 먹는 음식에 조금 더 진심을 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