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자 옥한흠 : 한국교회를 살리는 방법은 목회자가 날마다 죽는 것입니다.
이동원 목사의 설교세계 : 이슬비 같이 온 지면을 적시는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
아트 스피치 : 대한민국 말하기 교과서
“자신을 울린 영화에 대해 말해 보세요?”라고 묻는다면 누구든 경쾌한 목소리로 제목과 함께 이유를 말할 수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극장의 어두움을 좋아했기에 ‘저 하늘에도 슬픔이, 인생은 아름다워, 7번 방의 선물, Mission, Platoon’ 등 남몰래 흐느끼며 본 영화들이 꽤 있습니다. 주인공과 자신이 동일시될 때 관객들은 눈물로 감동을 표현합니다. ‘제자 옥한흠’은 필자가 눈물 쏟으며 본 최근의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옥한흠 목사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9년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그분의 삶을 다룬 영화 ‘제자, 옥한흠’과 속편 ‘제자, 옥한흠 2’ 가 개봉되었습니다. 상업영화가 아니기에 흥행에 성공은 못 했지만, 기독교인이라면 그분의 삶을 배우고 따라야 한다는 깊은 영적 각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왜 옥한흠 목사가 사후에 더 존경받는 인물이고 그가 그리워질까요?
영화는 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부터 시작합니다.
“한국교회를 살리는 방법은 목회자가 날마다 죽는 것입니다.”
“십자가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나는 더 작아지고 십자가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나는 더 커집니다.”
한국교회의 위기가 목회자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했을 때 전율했던 2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채플 시간에 받은 은혜입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예배를 드리는 신학생들이 4부로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이때 햇살이 창문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것처럼 저의 마음도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두 눈에서 시작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릴 때의 감격은 잊혀지지 않는 기억입니다. 두 번째는 신학생들이 가지고 있던 목회관이었습니다. 그들의 80%는 조용기 목사를 닮고 싶어 했습니다. 수십만 명이 모이는 교회, 전 세계에 수만의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이 성공한 목회였기에 그들의 기도는 항상 “믿습니다“로 장식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목회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나 인격적 성숙을 위한 경건 훈련은 없었습니다. 저도 그런 무리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어리석게도 ”어떻게 하면 옥한흠 목사님처럼 설교를 잘할까? 또 어떻게 제자훈련을 해서 교회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 “라는 방법론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한 성도를 위해 생명을 바치겠다는 목회철학은 제자훈련 세미나를 참석한 뒤에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오늘 글의 주제가 “설교” 이기에 결론부터 말하면 옥한흠 목사의 설교는 말이 아니라 인격에서 나왔습니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신앙인이 되도록 기도하지만, 예수를 닮은 기독교인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작은 예수의 모습을 가진 참 목자를 만나는 데 있습니다. 옥한흠 목사는 9명의 성도와 함께 강남 서초구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합니다. 교회 성장이 목표가 아니라 자신을 비롯한 9명의 교인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꿈을 가지고 말입니다. 그러기에 그는 자신의 노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나는 이 사람들을 위해 나의 생명을 바치겠다.”
제자훈련에 미친 옥목사였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설교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설교에 대해 한마디로 “고통이었다”라고 말합니다. 이유는 25년 동안 한결같이 30시간 이하로 설교를 준비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토요일은 홀로 강단에 올라가 원고를 다 외워서 설교했다”고 주변 사람들이 증언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설교는 지식이나 언어의 유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설교와 삶이 일치할 때 진정한 능력이 있습니다. 19년 동안 운전기사로 봉사했던 고장원 집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분의 삶 때문에 설교나 예배에 방해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옥한흠 목사와 함께 30년 사역을 했던 김명호 목사는 “연세가 드신 후에도 목사님의 책상에는 늘 두꺼운 책이 놓여 있었다. 돌아가시기 바로 직전에도 필립 샤프의 『교회사 전집』을 줄을 쳐가며 완독하셨다. 한스 큉의 새로 출간된 두꺼운 책 『교회론』을 꼼꼼히 읽고 강의에 인용하셨다. 앨리스터 맥그래스의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를 읽으시고는 가까운 지인들에게 책을 사서 나눠주셨다. 옥 목사님은 언제나 배울 준비를 하고 있는 분이셨다. 젊은이들보다 더욱 왕성하고 치열하게 배우셨다. 나는 그때 치우침이 없이 바른 판단력을 가질 수 있는 길이 어디서 오는지를 보았다.”고 말합니다.
책이 주는 힘은 성찰에 있습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 사도 바울처럼 책을 가까이하고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배웠던 모습은 목회자에게 본보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제자 옥한흠’ 에는 많은 동역자들의 인터뷰가 등장하는데 홍정길, 이동원, 하용조 목사도 그들 중의 한 사람입니다. 사역 초기부터 네 사람의 목사들은 세미나를 중심으로 한 목회철학을 나누었기에 공통분모를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그중의 한 사람인 이동원 목사는 원로목사로서 조용히 한국교회의 병풍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의 설교 세계를 조명한 ‘이동원 목사의 설교 세계’는 그가 왜 한국의 찰스 스탠리라고 불리는지를 알게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신동욱 교수는 이동원 목사의 다양한 설교 기법과 함께 자신만의 설교 기법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범하는 오류 가운데 하나는 지식적으로 한 인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검색만 하면 한 사람의 일생을 몇 문장으로 정리해 놓았기 때문에 상식선에서 얼마든지 그 사람에 대해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다는 것으로 사람이 변하지 않습니다. 책이 좋은 이유는 한 사람에 대해 심층적으로 말하고 있기에 그와의 대화가 끊이지 않습니다. 하나의 예를 든다면 “이동원 목사가 설교를 잘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많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원래 능변이야!, 전인적 영성을 가지고 있잖아?, 수지라고 하는 지역도 무시할 수 없어, 책을 많이 읽었다며?,” 등등. 그러나 이런 단편적인 것으로 이동원 목사에 대해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책 속에서는 이동원 목사가 한국 교계에서 가장 설교를 잘하는 목사로 인정받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외로이 고뇌하며 사색하는 습관이 형성되었다. 어려서부터 소심하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했다. 그는 어린 손자를 귀하게 여긴 할머니의 지나친 보호로 인해 독서를 거의 유일한 낙으로 삼게 된다. 어린 시절의 고독으로 인한 깊은 사색과 과잉보호로 인한 독서 습관이 그를 당대 최고의 설교자 반열에 올리는 데 일조했음은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어린 시절의 고독으로 인한 사색, 그리고 독서가 그를 최고의 설교자로 만들었다는 것을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도 정상에 오르기까지 긴 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구촌 교회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교인들의 71%는 “담임목사의 말씀 능력” 때문에 예배에 참석한다는 답을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동원 목사의 온유하고 겸손한 성품과 지도력이 부흥과 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음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설교자의 삶을 보여주는 설교이기에 은혜를 받는 것이지 현란한 언어의 유희라면 그 생명은 길지 않을 것입니다. 이동원 목사도, 옥한흠 목사와 같이 삶과 설교가 일치했기에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동원 목사의 설교발전을 3단계로 정리합니다. ‘초기 10년은 설교를 모방하는 단계였고 두 번째 단계는 자신만의 설교 스타일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연구와 노력을 통해 나름의 설교 패턴과 틀을 갖게 된 단계입니다. 이때 그는 자신의 설교에 대한 혹평과 반성을 통해 자신의 설교를 한 단계 한 단계 발전을 시킵니다.
세 번째 단계인 마지막 10년은 강해설교를 통해 한국교회 설교의 틀을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그는 본문 설명과 적용이 50:50, 45:55로 적용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겨냈기에 그의 설교가 성도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아트 스피치‘ 의 저자인 김민경 씨는 국민 강사로 불리며 한때는 강사료를 3천만 원이나 사례할 정도로 부와 명예를 누리고 있는 유명인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20년 동안 스피치를 통해 어떻게 청중들을 울리고 웃기고 각성하게 했는가를 알게 하는 책입니다. 그녀의 말하기 비결이 다 담겨 있는데 저자가 강조하는 스피치의 비결도 별다른 것은 없습니다. 다만 그녀의 스피치에도 산고의 고통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스피치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은 나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책에서 가져온 좋은 글귀가 아니라 나와 충분히 대화하고 깊이 들여다보는 와중에 값진 콘텐츠가 탄생한다. 그래서 콘텐츠는 살아온 만큼 쌓이기 마련이다. 만약 살아온 것에 비교해 말할 거리가 없다면 없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피치는 단순한 기술과 기능이 아니라 내 삶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 안의 갖가지 지혜와 감동을 다시금 줄 세우고 골라내고 솎아내는 여정, 곧 자신을 재발견하는 과정이다.‘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묵상을 통해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스피치도 나를 들여다본다는 과정이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아트 인문학‘을 통해서는 청중을 사로잡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울 수 있는데 설교자가 참조하면 도움이 될 내용이 많이 기록되어 있기에 참조용으로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동원 목사의 설교 세계‘ 서문에는 그가 쓴 감사의 말이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겪는 어려움의 원인 중 하나는 한국 교회강단의 약화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는 후배들이 선배들의 설교 강점을 계승하고 약점을 극복하면서 다시 한국교회의 부흥을 일구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동원 원로목사도 한국교회의 어려움을 교회강단의 약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목사가 강단에서 열변을 토하고, 성도들도 주석을 볼 정도로 지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데 한국교회의 강단이 약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리뷰를 통해 깨달은 것은 ’Coram Deo‘(하나님 앞에서)의 삶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옥한흠, 이동원 목사의 목회 본질은 ’Coram Deo‘ 였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설교 한편을 준비하기 위해 1주일에 30시간 이상을 투자했고 죽는 그 날까지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온유하고 겸손한 성품은 지금도 많은 사람이 그들을 기억하며 눈물과 함께 존경을 표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글 잘 쓰는 작가 김은주는 자신의 저서 “1cm Art”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한 번은 쉽고 계속은 어렵지만
삶을,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계속되는 그 무엇-
그러니 멈추지 말고 나아가길-
가장 큰 힘은 계속되는 것 안에 있다.‘
하나님 앞에서 나는 오늘도 “Keep Walking”을 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