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구 쓴 머리의 환영에게서 조언을 듣는 맥베스(1793), 헨리 퓨슬리(1741~1825) 작,
<셰익 스피어 인 러브>
4강 ‘맥베스’ 권력에의 야망, 그 헛된 욕망
권오숙 (외대 영문과 교수)
다시 공부할 기회가 있다면 국문학이나 영문학을 하고 싶군요.^^
권오숙 교수의 강의는 셰익스피어를 다시 읽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고 아는 만큼 보이는군요.
작품 개요
배경 : 스코틀랜드
장르 : 비극
집필연도 : 1606년 경
원전 : 홀린셰드 ‘연대기’의 스코트랜드편 ‘맥베스’ 전기 – 셰익이 원전을 많이 바꿈
맥베스는 10년 동안 통치하며 선정을 베픔
특징 : 셰익스피어 비극 중 가장 짧다. (2082행, 햄릿의 1/2)
맥베스의 비극적 결함은 ‘야망’
권력에 대한 야망에 사로잡혀 왕을 시해하고 왕권을 찬탈하나 그 순간 이후부터 두려움과 허망함에 시달리다 결국 정적에 의해 비참하게 파멸당하는 스코틀랜드 장수 이야기로 인간의 헛된 야망에 대한 통찰력있는 묘사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맥베스의 야망에 불을 지르는 마녀들의 예언
장차 왕권을 차지하리라는 마녀들의 예언은 맥베스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무의식적 권력욕을 그의 의식의 세계로 끌어내어 충성스럽기만 하던 그를 왕의 시해라는 비극적 범죄로 몰아간다. 마녀들의 애매모호한
예언을 처음 듣는 순간부터 그들의 언어는 맥베스의 사고와 행위를 지배하는데 테리 이글턴은 “짓궂은 그들의 말장난이 맥베스의 마음속으로 침투해서 내부로부터 그를 허물기 시작하자, 그의 존재를 비워 욕망으로 채울 빈 공간이 들어난다.”고 표현했다.
◇의미가 숨겨져 있는 equivocation(이중 의미로 애매하게 말하기)이다.
맥베스는 악한인가? 비극적 주인공인가?
외형상의 플롯으로만 보면 이 극은 어린 조카들을 살해하고 왕권을 차지하는 ‘리차드 3세’와 아주 흡사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 두 극에서 받는 인상이 그토록 다른 것은 맥베스가 표면적인 행위에 있어서는 리차드 3세를 닮았지만 표면 아래에 흐르는 심리학적 깊이가 그와 다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는 맥베스에게 외적 행위와 내적 갈등이라는 경계를 넘나들면서 성마르고 냉혈적인 역모자의 이미지와 도덕적 본성을 지탱하고자 애쓰고 갈등하는 이미지를 복합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왕의 시해를 놓고 끊임없이 갈등하는 그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동정심을 유발시켜 그를 단순한 악한이 아니라 비극적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
이렇듯 채워지지 않는 맥베드의 욕망은 라깡의 욕망 이론에 나오는 S◇A 라는 공식에 완벽하게 적용된다. 이 공식에서 S는 주체이고 A(오브제)는 주체로 하여금 끊임없이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허구적 대상이다. 또 마름모꼴은 대상이 결코 주체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결핍이다. 우리를 욕망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은 완전히 소유가 불가능하기에 우리를 괴롭히기만 하는 결핍이거나, 아니면 막상 소유하게 되면 그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마는 허구적 대상인 것이다.
맥베스보다 강한 맥베스 부인
이 극에서 맥베스 부인은 맥베스보다 더 강인하고 냉혈적인 캐릭터다. “맹세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방글거리며 젖꼭지를 빠는 갓난아기를 태질을 쳐서 머리통을 부셔 버릴 수도 있다.”는 대사는 그녀의 그런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한몫을 한 유명한 대사이다.
그녀의 강한 이미지가 맥베스를 능가해서인지 후대의 많은 예술가들은 맥베스보다 맥베스 부인에 더 많은 매력을 느꼈다. 러시아의 천재 음악가 쇼스타코비치가 작곡한 오페라 <므첸스크의 레이디 멕베스>와 미국의 초상화가 존 싱거 사전츠가 그린 <맥베스 부인 역의 엘렌테리> 등이 그 좋은 예다. 또한 최근에는 맥베스 부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극들도 많이 공연되고 있다.
맥베스와 멕베스 부인의 상호 도치적 성격 변화
극 초반에 맥베스의 유약한 모습과 달리 몰인정하고 담대하던 맥베스 부인은 극 후반으로 가면서 점점 멕베스와 성격이 도치된다. 맥베스는 점점 저돌적이고 냉혹한 살인마로 변모해 가는데 반해 맥베스 부인은 밀려드는 온갖 공상과 자책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던컨 살해후 맥베스에게 물 조금만 있으면 손에 묻은 핏자국 정도는 쉼게 씻어낼 수 있다고 말하던 그녀가 극 후반에서는 계속해서 손을 씻는 행동을 한다. 또 맥베스에게 잠을 자라고 청했던 그녀는 자신이 몽유병에 걸린다.
제임스 1세와 맥베스
이극은 1606년 제임스 1세의 처남인 덴마크 국왕 크리스찬 4세가 영국을 방문 했을 때 궁정에서 초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임스 1세는 왕권신수설(왕권은 하늘이 내린 것이라는 절대 왕정의 이데올로기)을 앞세워 누구보다 국왕의 절대 권력을 강조했던 왕이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 극의 주제는 국왕 시해와 왕권 찬탈이 부른 국가적 무질서와 찬탈자의 파멸이다. 최근 많은 비평가들이 이 극이 왕권의 신성과 정통성이라는 통치 이데올로기를 옹호하고 확산시킨 극이라고 비난해 왔다.
제임스 1세의 궁정에서 초연된 이 극에서 셰익스피어는 의도적으로 제임스 왕의 조상과 관계가 있는 스코틀랜드의 역사를 취급했다. 제임스 1세는 뱅쿠오를 전설적 조상으로 생각하는 스코틀랜드 스튜어트 가의 여왕 메리 스튜어트의 아들이었다. 마녀들이 보여주는 미래의 환영중에 두 개의 옥구슬을 든 자가 제임스 1세를 재현한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