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강 로미오와 줄리엣 |
- 권오숙 외대 영문과 교수 - 작품 개요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수 집안의 자제들끼리 운명의 장난처럼 서로 첫 눈에 반한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시작부터 불운의 싹을 잉태하고 있었다. 게다가 로미오가 뜻하지 않게 살인에 연루되는가 하면 로렌스 신부의 서신을 전하는 사자가 전염병으로 로미오에게 닿지 못하는 등 계속 우연에 의해 그들의 사랑은 어긋나게 된다. 다른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다르게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비극을 초래하는 특정한 악인이 없으며 그보다 그들이 속한 사회 혹은 운명에서 간접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수세기 동안 불운한 연인을 대표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줄리엣: 나의 단 하나의 사랑이 단 하나뿐인 증오에서 싹트다니! 셰익스피어는 많은 작품에서 운명처럼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플롯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이미 로잘라인이라는 여성에 대한 사랑으로 열병을 앓고 있던 로미오는 줄리엣을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한다. 『한 여름 밤의 꿈』에서는 이것을 요정들이 우리 눈에 넣는 사랑의 묘약 때문으로 그리고 있다. 그 극에서는 인간이 자는 사이에 요정들이 이 묘약을 우리 눈에 넣으면 깨어나서 처음 보는 상대를 사랑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로미오: 지금까지 내가 사랑을 해왔다구? 로렌스 수사의 약초는 선과 악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서 좋게 사용할 수도 있고, 나쁘게 사용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나게 해주려는 좋은 의도로 사용했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그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하면서 결말은 나쁜 쪽으로 가게 된다. 로렌스 신부: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 중 아무리 나쁜 것일지라도 극 초반에 로미오의 친구 머큐쇼는 우리의 꿈을 지배하는 ‘맵’이라는 요정 여왕에 자세히 설명한다. 요정의 크기나 모양, 움직임, 작용 등에 대한 기나긴 설명은 바로 셰익스피어의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시인의 뛰어난 상상력을 셰익스피어는 『한여름 밤의 꿈』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여주인공 가운데 가장 어린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 어떤 여주인공들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다. 처음 본 로미오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토로하는 발코니 장면에서부터 사랑과 결혼을 쟁취하는데 있어서 그녀는 늘 로미오보다 주도적이다. 로미오가 추방당하고 아버지의 강압에 못 이겨 패리스와 결혼식을 치루어야 할 지경이 되자 죽기를 각오하고 가사(假死) 상태에 빠지는 약을 마신다.
줄리엣: 로미오, 로미오! 어찌하여 그대는 로미오인가요?
로미오: 거룩한 천사여, 나도 내 이름이 미워요. -첫 눈에 반하는 사랑(Love at first sight): 『한 여름 밤의 꿈』에서는 이것을 요정들이 우리 눈에 넣는 사랑의 묘약의 영향으로 그림. 셰익스피어의 초기 비극인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작품 내의 갈등은 집안끼리의 반목 때문에 발생하고, 그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 두 주인공이 비극적 결말을 맺는데는 우연의 요소가 너무 많이 작용한다. 반면 성숙기에 쓰여진 4대 비극에서는 주인공들이 비극적 상황에 빠지는 것이 외부적 요인보다는 등장인물이 지닌 성격적 결함 때문이다. 따라서 주인공들의 복잡한 심리가 밀도있게 전개된다. 운명과 우연에 의한 사건 전개 때문에 『로미오와 줄리엣』은 인물의 심리 묘사에서 다른 작품들보다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서사역 등장 죽음까지 불사한 열렬한 사랑의 대명사 로미오와 줄리엣의 뜨거운 사랑은 단 7일 간의 일이었다. 이들은 첫날 무도회에서 만나 결혼을 약속하고 이튿날 결혼을 하고 그날 오후 로미오는 줄리엣의 사촌오빠를 죽여 추방 선고를 받는다. 삼일 째 되는 날 로미오는 베로나를 떠나고 줄리엣은 사흘 후에 패리스 백작과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는 명령을 받는다. 줄리엣은 결혼식 전날 밤에 약을 먹고 가면상태에 빠진다. 육일 째 되는 날 로미오는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자살한다. 칠일 째 잠에서 깬 줄리엣은 로미오를 따라 자결한다. 아서 브루크가 번역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화> 원작에서는 9개월간의 이야기를 셰익스피어는 단 7일간의 사랑으로 설정함으로써 사랑의 불꽃같은 강렬함을 극단적으로 표현했다. 이 극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지고지순하다고만 알고 있는 사랑의 수사 사이사이에 다소 경박한 성적 농담들이 혼재되어 있는 작품이다. 성적 농담은 상대 집안의 여자 하인들의 처녀성을 꺾어 놓겠다는 하인들의 대화나 유모, 머큐쇼 등의 목소리에 주로 부여되어 있다. 머큐쇼: 지금쯤 로미오는 비파나무 밑에 앉아 이탈리아의 시인 페트라르카의 <칸초니에레>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그의 평생의 연인이었던 라우라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시집이다. 이 시집에서 페트라르카는 거절당한 사랑으로 인한 비탄과 정열과 아름다움의 덧없음을 노래하며 지상의 욕망을 천상의 것으로 승화시킨다. 라우라의 사랑의 거부로 고통을 겪었던 그는 라우라를 온갖 수사를 동원하여 이상화하고 신격화한다. 그의 이런 사랑시는 서양 문학사에서 연애시의 한 전형이 되었다. 이 극에서도 연인들의 대사에 주로 이런 페트라르카 풍의 수사가 사용되고 있다. 로미오: 가만! 저 창문에서 쏟아지는 빛은 무얼까? 로미오: 쏘아봤자 맞질 않아, 큐피드의 화살에도. 셰익스피어의 비극에서는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모두 죽음에 이른다. 그러나 그런 비극적 결말 뒤에는 항상 새로운 질서의 회복이 있다. 보통 4대 비극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성격적 결함 때문에 파멸되기 때문에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그들이 비극적 인식을 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방식으로 질서가 회복된다. 하지만 두 집안의 반목이라는 타고난 환경에 의해 파멸되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이 비련의 주인공들의 죽음 뒤에 두 집안의 어른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서로 화해를 하는 것으로 질서의 회복이 이루어진다. 영주: 그대 두 사람의 증오에 어떤 천벌이 내려졌는지 보시오. 서사역: 셰익스피어에 등장하는 많은 아버지들이 엄격한 부권주의자들이다. 『오셀로』에 나오는 데스데모나의 아버지가 그렇고, 『햄릿』의 폴로니어스가 그러하며,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의 아버지와 리어 왕도 예외로 볼 수 없다. 연인들에게 있어서 부모의 반대나 주위의 장애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경우처럼 그 사랑을 더 깊게 하는 효과를 낸다는 심리학적 용어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들이 남녀 커플들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연구를 한 바 있는데 그 결과 그들은 부모의 반대가 강할수록 두 사람간의 사랑이 심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이처럼 부모들이 심하게 강요하면 오히려 저항이 커지는 현상을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라고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연극과 발레를 비롯하여 세상에서 가장 많은 공연의 주제가 된 문학작품이다. 1911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30번 이상이나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이 불멸의 고전이 뉴욕의 뒷골목 웨스트사이드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로 재탄생한 것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이다. 레오나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이 작곡을 하고 나탈리 우드와 리차드 배이메르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1962년 제 34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녀 조연상, 음악상 등 11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다. 이 뮤지컬에서는 미국 웨스트 사이드의 두 갱단 제트 파와 샤크 파의 대립을 두 연인의 비극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백인 갱단인 제트 파의 두목의 절친한 친구 토니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의 갱단인 샤크 파의 두목의 여동생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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