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보면 첫 사랑과 결혼하거나, 첫 직장에서 은퇴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수많은 이별을 거쳐 모난 곳이 다듬어진 다음에야 배우자를 맞이하게 된다. 또 첫 사랑과 결혼을 하더라도 그 결혼이 평생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심지어 미래의 유망 산업으로 재혼 시장이 뜨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한다. 직장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일하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반절 이상은 경력 사원이며, 신입으로 입사한 친구들도 각자 한 두 개 회사의 근무 경험은 갖고 있다. 경력 개발을 위해 주기적으로 직장을 옮기는 사람도 있으며, 하루 일과의 일정 부분을 이력서를 작성하는데 할애하는 다른 의미로 성실한 사람도 있다. 결국 사람은 누구나 개인적으로든 업무적으로든 수많은 시작과 끝의 꼭지점을 찍으며 살아가게 된다. 대부분 시작의 꼭지점은 쉽게 찍는 것 같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살펴보면 시작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건강을 위해 헬스 회원권을 끊고, 자기개발을 위해 영어학원을 등록하고, 회사의 운명을 가름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하지만 그 끝의 꼭지점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 보기 쉽지 않다. 헬스를 통해 몸의 불필요한 곡선들이 사라졌는지, 네이티브 스피커가 되어서 이제는 한국어를 다시 배워야 하는지, 내가 주도한 프로젝트 덕분에 회사가 드디어 운명했는지 등 끝맺음에 대해서는 모두가 겸손하고 과묵해진다. 『끝맺음에 서툰 당신에게』라는 책은 우리가 감추고 싶은 아픈 곳을 꼭 집어서 이렇게 말한다. “야, 너 그거 대충 뭉개고 있는 거 다 알아. 그런데 너도 마무리 못하고 그러고 있으니까 힘들잖아. 내가 도와줄 테니까 이제 마무리 좀 해보자.” |
당신이 끝맺음에 서툰 이유 |
우리가 끝맺음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우리가 끝맺음을 포기나 실패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큰 마음을 먹고 6개월이나 헬스 클럽을 등록했는데, 업무가 너무 많아 피곤해서 일주일에 한 번도 가지 못한다면, 과감히 취소하고 환불을 받은 뒤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인내심이 부족해 포기했다고 보일까봐 쉽사리 끝내지 못한다. 목표했던 대로 체중감량을 할 만큼 성실하게 다니지도 못하면서 스스로 계속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체중을 빼고 안 빼고의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끝맺음을 못하면 현재의 삶에 스트레스를 줄 뿐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기회들을 앗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인생의 ‘헬스클럽 6개월 권’들은 너무나 많다. 이젠 끝내야 하는 일인 줄 알면서, 이젠 정리해야 할 관계인 줄 알면서, 이젠 버려야 할 물건인 줄 알면서, 스스로의 삶을 힘들게 하고 정신을 병들게 한다. 그러면 우리는 ‘헬스클럽 6개월 권’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
끝맺음은 처리해야 할 과제가 아니다 |
보통 끝맺음에 대한 자기계발서는 과제의 내용이나 과정, 그 결과에 주목한다. 그래서 현재 주어진 문제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고, 실행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 후, 마지막으로 저자가 멋지게 말한다. “자! 이제 내가 말한 대로만 하면 돼. 성공한 사람들은 다 그렇게 했거든!” 그리고 그 책을 읽은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 잘난 사람은 저렇게 모든 걸 잘하니 성공하는구나.” 그래서 반 정도는 미리 포기를 하고, 나머지 반은 3일 정도 실천한 후에 포기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다. 과제나 문제상황이 아닌 우리 삶에서 ‘끝맺음’이라는 것의 의미,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마음’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
끝맺음은 우리의 삶에서 일상적인 것 |
일단 ‘끝맺음’이란 특별한 업무나 관계에 있어서 꼭 잘 처리해야 할 과제가 아님을 설명한다. 탄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봄이 지나 가면 여름, 가을, 겨울이 오듯이 우리의 인생에도 주기가 있으며 끝맺음은 그렇게 일상적인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가을이 오고 추운 겨울이 온 것이 나의 잘못이 아니듯이, 변화가 오면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 즉시 변화를 마주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이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따라서 사람이 하는 일 또한 완벽할 수 없다. 그래서 끝맺음 하는 순간에는 아픔이나 고통이 동반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픔이나 고통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늘 부정적인 것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가 상하면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를 치료하는 것은 늘 공포스럽고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를 치료하는 행위 자체가 고통스럽다고 해서 우리는 그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장은 아프지만 이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당신의 끝맺음 역시 당장은 아프지만 긍정적인 것일 수 있다. 따라서 끝맺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과 근본적인 목적을 세심하게 구분하여 그 가치를 스스로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
건강한 마음의 지도를 구축하라 |
이를 위해 우리는 항상 건강한 마음의 지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는 마음은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한번 고정되면 자동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한 번 끝맺음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나 실패 경험을 하게 되면 최대한 이를 참고 견디는 것에 익숙해지기 쉽다. 이를 셀리그만이라는 한 학자는 ‘학습된 무력감’이라 정의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는 처음에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하면 ‘개인화(나는 형편없는 인간이야.)’를 하고, 두 번째는 ‘보편화(내가 하는 일은 모두 안 좋게 끝나지.)’를 하고, 마지막으로는 ‘영원한 것(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야)’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따라서 살면서 반복되는 끝맺음을 실수나 패배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마음의 근육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바로 이 시점에서 지겹도록 들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그것, ‘긍정’이 필요하다. 우리의 마음이 실패를 학습하지 않도록, 끝맺음의 상황에서 항상 긍정적인 정보를 먼저 수집하고 이를 마음 속에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
내일의 시작은 오늘의 끝맺음에서 |
새해가 다가오면 또 사람들은 새로운 다짐과 계획을 이야기 할 것이다. 하지만 올 해에는 그 전에 꼭 한 해 동안 있었던 일을 다시 돌이켜 보자. 계획대로 무난하게 진행된 일도 있을 테고, 부끄러울 만큼 실패한 일도 있을 테고, 결과가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중간에 뭉개버린 일도 있을 것이다. 나중에 라는 말로 또다시 미루려고 하지 말고, 아프고 쓰려도 하나 하나 다시 짚어내어 끝맺음을 해 보는 건 어떨까? 그 ‘끝맺음’들이 성공이 아니어도 좋고, 실패여도 좋다. 올해의 첫 꼭지점은 바로 거기서 시작할 테니까.
끝맺음은 그보다 더 위대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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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북멘토] 황정익 | 교보문고 독서경영연구소 연구원 |
철학, 심리학 전공. 현재 대학원에서 HRD(인적자원개발)를 공부하고 있는 열혈 샐러던트다. 성실하지 않지만 성실해 보이는 남자라고 스스로를 말하고, 연구소 내에서는 촌철살인의 달인으로 통한다. |
저자 헨리 클라우드는 심리 상담과 기업 컨설팅 분야에서 활약하는 임상 심리학자이자 컨설턴트. 클라우드-타운센드 상담소와 클라우드-타운센드 연구소의 공동설립자이자 대표로 전국에서 수백 회의 세미나를 실시해왔다. 심리학자로서 결혼, 육아, 연애, 개인적 성장 등 ‘관계’에 대한 지혜를 전해주는 그의 강연은 미 전역에 생중계될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컨설턴트로서 클라우드는 <포춘> 선정 25대 기업과 비영리단체, 그 밖의 조직 리더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코칭을 해왔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No라고 말할 줄 아는 그리스도인》을 비롯해 《실패보다 쉬운 성공원칙 9》《성장하는 소그룹의 비밀 55가지》《아이의 미래를 위대하게 키워라》《인테그리티》《책임의 자유》등 20여 권의 책을 썼다. 그의 저작들은 현재까지 총 400만 부가 판매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