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최보기북칼럼니스트 ]
[[최보기의 책보기] '우청우탁']
우청우탁(寓淸于濁), '흐리고 맑음이 둘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노 소설가인 저자가 독자에게 나누어 주고 싶은 삶의 지혜를 함축하는 말이지 싶다. 인생을 한 평생 살아보니까 '모든 일이라는 게 때가 왔을 때 그렇게 할 뿐이다. 인생은 늘 그런 식이다. 중요한 일은 항상 먼저 사인이 오는 법이니 너무 애면글면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경륜의 가르침이다.
저자는 이미 '인문학 수프(Soup)-싸움의 기술 시리즈'로 인터넷 공간에서 소리 소문 없이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노 소설가이자 대학에서 국어교육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는 이번 수프가 4번째라서 많이 묽어졌다고 겸손해 하나 읽는 독자로서는 끈적끈적 차지기만 하다. 여러 재료들을 넣고 끓이는 수프인만큼 소설, 시, 영화, 드라마에 자신의 취미인 검도(싸움의 기술)까지 경계 없이 넘나들며 인문학을 요리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책을, 특히 문학작품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동서양, 고전과 현대의 명작들을 통해 작가의 생각, 문장이 가지는 문학적 의미를 저자가 차근차근 해설하는 것인데 저자가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겪은 이야기와 깨달은 지혜들을 덧붙여 이해가 쉽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글의 전개에 꾸밈이나 '잘난 체'가 전혀 없어 편하다. 그저 뒷집 할아버지의 조곤조곤한 이야기다. 가만가만 읽다 보면 수시로 웃음이 입가에 번지게 하는 솔직한 표현들이 곳곳에 널렸다.
평생을 붙들고 씨름해 온 '문학'이라는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우리의 삶을 때론 멀리서 한눈에, 때론 좁고 깊게 두루두루 살피면서 단순하나 맛깔스러운 스펙트럼을 지그시 펼쳐내는, 문학을 도구로 삼은 삶의 성찰이 담겨있다. 물론 검도로 단련해 온 '싸움의 고수'답게 풀어내는 이야기 솜씨 또한 단연 고수다.
특히 고수의 '썰'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의외로 많지 않았던 10년 전을 지나 지금은 돈이 몹시 필요한 중늙은이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10 년 후에는 제가 또 어떻게 변할 지 모르겠습니다"라 고백하는 솔직한 인생의 항로가 늘 함께 한다.
카프카의 '변신'을 읽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고(告) 이청준 선생의 '벌레이야기'와 영화 '밀양'까지 넘나드는 그의 '썰'은 정말이지 무궁무진하다. 삶을 먼저 살아 낸 노 소설가, 고수로부터 인생을 한 수를 오롯이 배울 좋은 기회다.
◇우청우탁(寓淸于濁)=양선규 지음. 작가와비평 펴냄. 380쪽, 1만3800원.
[[최보기의 책보기] '우청우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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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미 '인문학 수프(Soup)-싸움의 기술 시리즈'로 인터넷 공간에서 소리 소문 없이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노 소설가이자 대학에서 국어교육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는 이번 수프가 4번째라서 많이 묽어졌다고 겸손해 하나 읽는 독자로서는 끈적끈적 차지기만 하다. 여러 재료들을 넣고 끓이는 수프인만큼 소설, 시, 영화, 드라마에 자신의 취미인 검도(싸움의 기술)까지 경계 없이 넘나들며 인문학을 요리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책을, 특히 문학작품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동서양, 고전과 현대의 명작들을 통해 작가의 생각, 문장이 가지는 문학적 의미를 저자가 차근차근 해설하는 것인데 저자가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겪은 이야기와 깨달은 지혜들을 덧붙여 이해가 쉽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글의 전개에 꾸밈이나 '잘난 체'가 전혀 없어 편하다. 그저 뒷집 할아버지의 조곤조곤한 이야기다. 가만가만 읽다 보면 수시로 웃음이 입가에 번지게 하는 솔직한 표현들이 곳곳에 널렸다.
평생을 붙들고 씨름해 온 '문학'이라는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우리의 삶을 때론 멀리서 한눈에, 때론 좁고 깊게 두루두루 살피면서 단순하나 맛깔스러운 스펙트럼을 지그시 펼쳐내는, 문학을 도구로 삼은 삶의 성찰이 담겨있다. 물론 검도로 단련해 온 '싸움의 고수'답게 풀어내는 이야기 솜씨 또한 단연 고수다.
특히 고수의 '썰'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의외로 많지 않았던 10년 전을 지나 지금은 돈이 몹시 필요한 중늙은이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10 년 후에는 제가 또 어떻게 변할 지 모르겠습니다"라 고백하는 솔직한 인생의 항로가 늘 함께 한다.
카프카의 '변신'을 읽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고(告) 이청준 선생의 '벌레이야기'와 영화 '밀양'까지 넘나드는 그의 '썰'은 정말이지 무궁무진하다. 삶을 먼저 살아 낸 노 소설가, 고수로부터 인생을 한 수를 오롯이 배울 좋은 기회다.
◇우청우탁(寓淸于濁)=양선규 지음. 작가와비평 펴냄. 380쪽,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