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리쿠의 소설이라는 이유로 일말의 고민도 없이 선택을 했다.
온다리쿠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미스터리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서술되는 단편 이야기들은
종국에 가서 구슬이 한데 꿰어지듯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퍼즐조각처럼 완성된다.
사실적인 묘사는 꿈속에 있는 듯 몽환적이다가도
어느순간 싸늘해지며 쭈삣쭈삣 머리카락이 곤두서기도 한다.
이번 온다리쿠의 소설 [유지니아]를 읽을때에도
처음 예쁘기만한 표지 일러스트가
사건이 진행되고 파해쳐지면서 점점 오싹한 나머지
표지 일러스트조차 한기가 느껴져 책을 뒤집어 놓았었다.
처음 책장을 열면,
한참 진행되고 있던 프로그램을 중간부터 보는것처럼
뜬금없이 인터뷰가 진행된다.
범인이 지목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름엔 태풍과 무더위로 기억되는 호쿠리쿠 지방의 K시,
이름 높은 명가 아오사와 가에서 늦여름의 어느 날 대량 독살 사건이 발생한다.
그날은 아오사와 가 당주의 환갑과 어머니의 미수, 아들의 생일이 겹치는 잔칫날이었다.
검은 야구모자를 쓰고 노란 비옷을 입은 남자가 배달해온 축하 술과 주스를 마신 사람들이
갑자기 몸을 뒤틀며 죽어간다.
아오사와 가 일가족을 비롯해 친적과 이웃사람들까지 열일곱 명이 희생된 현장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 아오사와 히사코만이 유일하게 화를 면한다.
한 집에 10명이 있는데 모두 죽고 1명만 살아남았다면
범인은 당연히 살아남은 1명이다.
그러나
그 1명이 앞을 못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궁에 빠진 사건은 10년이 지나도 그 후 10년이 지나도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아있는 한 진행형이다.
하나의 사건을 다각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인터뷰식의 구성으로
'숨이 멎을 것 같은 더위, 흐드러지게 핀 하얀 백일홍과 파란 방의 기억'이
시작과 끝을 알리며 답을 제시한다.
이야기가 끝이나도 뭔가 깨름직하다. 결론은 명쾌하지 않다.
난 아직도
"유지니아, 나의 유지니아. 나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줄곧 외로운 여행을 해왔다." 의뜻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