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연 작가님의 다른 소설을 인상깊게 보고난 뒤, 두 번째는 이번 소설로 만나보게 되었다. '사실은, 단 한 사람이면 되었다'라는 제목이 뭔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는데 다 읽고보니 책의 내용을 딱 압축해 표현해둔 것도 같았다. 분량도 길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었기에 빠르게 읽었던 소설로 판타지 설정을 가져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서 미래를 바꾼다는 낯설지 않은 내용으로 전개된다.
왕따에 소심해서 친구도 없고 자신과 다르게 만능캐릭터인 언니에게 가려져 짓눌려있었던 소설의 주인공 은아. 그런 은아의 앞에 어느날 수상쩍어 보이는 교생 선생님이 오게 된다. 은아의 이름과 똑같은 이은아에 과하게 친밀감을 나타내고 식습관까지 알고 있는 교생 선생님. 마침내 은아는 교생 선생님이 미래의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과거의 자신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어 왔다는 교생 선생님에게 위로를 받는다.
어느 누구도 아닌 나로써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초반의 우울한 상황은 교생선생님을 만나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암시하고, 결국엔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기 위해 살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받고 끝내는 운명을 바꾸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은아의 성장도 좋았지만 결말도 괜찮았다. 다만 전작에서 뒤통수를 거하게 맞아서 초반부터 이 부분은 이렇게 보일 수 있겠네?라며 읽었던 부분이 그대로 이어졌기에 좀 심심한 구석도 있었다. 조금 더 쉽게 읽히는 소설을 지향했기 때문일까. 청소년 소설 느낌도 난다. 어쨌든 전체적으론 잔잔하면서 따뜻한 분위기의 소설이었으나 분량 때문인지 클리셰로 많이 접했던 내용이기 때문인지 아쉬움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