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에 에셔의 손이라니...
혹시 너무 무겁고 어려운 얘기가 아닐까 걱정이 조금 앞서긴 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기우는 말끔히 사라졌다.
도입부터 적절한 궁금증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고,
과하게 복잡하지않으면서 섬세한 감성이 느껴지는 상황묘사는
때로 아름답고, 때로 서늘하고,
때로 처연하기도 한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생생히 잘 전달해주었다.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다이나믹하게 연결되며 진행되는데,
글에는 자꾸 다음장으로 또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소설은 물론 미래의 이야기고, 등장인물들도 모두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다.
그리고 SF소설이니 당연히 네트워크와 연결된 사람들의 일상이라든지,
의체에 대한 이야기들도 물론 적절한 흥미를 돋구어주었지만,
이 이야기의 핵심은...
어느시점이든 어떤 배경에서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인간의...이야기라는 점이다.
책 전체를 다 읽고 나니..그들이 서로를 그리고 또 그려지고 있는 것이구나...
우리도 그렇게 전체를 다 알아채지는 못한 채
완성아닌 완성을 향해 가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소설에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논리의 허점을 발견할 수도 있고,
공각기동대의 쿠사나기 소령, 매트릭스의 네오...등등이 떠오르는
'전뇌'라는 어쩌면 식상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고있지만...
한국을 배경으로, 이렇게 새로운 시각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정교하고 끈기있게 풀어내준 작가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