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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금고 뱉는 말

[도서] 오래 머금고 뱉는 말

박솔미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요근래 괜찮은 신작 에세이가 많이 나와서 행복한 나날이에요

이전에는 에세이가 국내작가보단 해외작가가 많았었는데

이젠 국내 서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 좋아요

무엇보다 시간이 흘러 저도 직장인이 된 다음

에세이를 읽다보니 공감가는 구절이 참 많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입맛이 바뀌는 듯이

에세이 취향도 많이 바껴졌다고 느껴집니다

이번에 읽어본 신작에세이 <오래 머금고 뱉는 말>은

지금 90년대생에게 많은 공감을 준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90년대생에게 공감을 주기보다는

직장여성들이면 아 맞아 하고 끄덕이게 만드는 책입니다

 

에세이를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책이 길지 않았던 것도 이유로 할 수 있습니다만

무엇보다 술술 잘 읽혔다는 점이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일 먼저 황당하고도 당황스러웠던 이야기는

커피 한잔 할까 라고 물어보는 선배의 말입니다

 

 

보통 커피 한잔 하자고 하면 같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커피를 타오라는 말을 돌려서 하신 겁니다

커피를 두 잔 타오라고 하는 말도 아니고

커피 한잔 할까 하고 끝맺음이라니

그것도 사회초년생이 알 수 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저자분은 선배님은 후배가 처음이라서

상처받지 않도록 그리고 조심스럽게 했던 말이었고

반대로 작가분은 사회초년생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게 뭔가 싶었는데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듯이, 선배로서 처음도 있기에

서로 조심스러웠던 경험이며 시간이 지나고보니 재밌는 해프닝이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

불쾌한 접촉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크게 부딪쳐서 아픈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저도 간혹 퇴근하고 지하철 안에서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하니까요

 


 

학생이었던 작가님께서 한번 차에 탕 부딪치셨는데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차가 와서 나를 쳤는데

오히려 운전자가 내려서

왜 거기 서있어!

하고 큰소리로 혼내는 장면이요


 

작가님도 똑같이 2, 3년간의 경험으로

분명히 어른이 나를 혼내겠지라는 생각과

엄마가 어떻게 다녔길래 이렇게 다치냐 하며

혼날 것이 두려워서 그자리에서 도망쳐버립니다

어쩌다가 피해자가 가해자를 더 두려워하는 상황이 되었을까요?

근데 이보다 더 소름돋는 일이 있었으니...

 


 

무서워 말고

살피지 말고

더듬지도 다듬지도 말고

그때 말할걸

정말 싫다고

 


 

서울로 상경해서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며 생활하던 작가님

하지만 무조건 부모님께 의지할 수는 없는 일

처음으로 카페 아르바이트를 신청하였고

다행히 오케이를 받아서 출근하기 시작하셨는데요

 

퇴근할 때 사장님께서 작가님의 손을 잡고

그대로 걸어서 헤어질때 빠이했다는 겁니다

이것이 불쾌한 것인가 하고 스스로 의심하셨다는데요

 

제대로 싫다고 말을 하지 못했던 이유

바로 위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십니다.

저도 무시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살면서 자신의 위계를 내걸고 이걸로 사람을 주눅들게 만들거나

혹은 직장 내에서 질서를 명목으로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고개를 숙이는 것이 옳다고 말하니까요

암묵적으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조정하려는 경우가 많아서 이것은 결코 무시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거절했어야지

그때 화를 냈어야지

다짐을 했어도 지금 똑같은 혹은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면

난 그때와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까

작가님도 의문이지만 저 역시 의문이에요

아직 당장 어제오늘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마음 속으로 이렇게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예전과 다르게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자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당황해서

싫다는 소리를 못할 수 있지만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라도 이런 경우가 생긴다면

그땐 나라도 나서줘야지 라고 다짐했어요

 


 

엄마의 나이가 되고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어마어마한 걸 깨달았습니다

엄마도 그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는 걸

지금은 초혼 평균 연령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엄마가 저를 가졌을 때 연세를

내가 지나가고 있구나 라고 생각이 들때가 있어요

엄마는 이 나이에 나를 낳았는데

나는 지금....

술을 마시고 있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뒷부분에선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많이 양심에 찔리는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서른이 되어서 에세이를 읽다보면

내가 어떻게 세월을 보냈나 하고 돌아보게 되고

창피하기도 하고 왜 열심히 안살았나 후회도 되더라고요

특히 이번 책인 더 그랬습니다.

그때 하지 못했던 말들이라던가

왜 사람들에게 미움받을까봐 겁냈나 싶더라도

여전히 저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미움받는 것을 겁내고 있더라고요

그냥 마음에 두고 계속 안고 있어봤자 내가 곯아터지기만 하니

한번쯤 저자님처럼 글이라도 써서 마음을 털어내야하나 싶습니다

내 마음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에세이,

평소에 제대로 화를 내지 못하고 불쾌한 일이 있더라도

마음에 두고 함부로 말하지 않는 내면이 강한 분들,

타인에게 상처를 줄까봐 가시를 삼키시는 분들께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 리뷰어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는 솔직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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