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등판에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꿈틀거리다가 더 낮게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어찌할 수 없어서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한 때의 어스름을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저녁이야불 끄고 잘 시간이야"간장이 쏟아지는 옹기그릇 속에서 엄마 꽃게는 가슴에 알들을 품고 어쩔 줄 모릅니다. 어둠같은 검은 간장에 묻혀 가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