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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과 연애

[도서] 산책과 연애

유진목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산책하다 연애한 이야기 또는 연애하며 산책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더 좋았던 책이다. 

 

저자는 평소에 산책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연애할 때는 종종 산책을 했는데, 애인과 다정히 손을 잡고 산책한 게 아니라 애인과 싸우거나 애인 때문에 속상할 때, 애인을 죽이지 않기 위해, 차오르는 살의를 억누르기 위해 산책을 했다. "나는 (인간에게 살의를) 연애에 환멸을 느낄 때마다 혼자서 걸었다. 산책이 나를 (살인자가 되지 않게) 미치지 않게 했다." 이런 솔직함이 미치도록 좋았다. 돌이켜보면 나도 애인과 다정히 산책한 기억보다는 애인을 이해하고 싶을 때, 이해하고 싶은데 실패할 때 산책한 기억이 더 많다. 그래도 살의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는데, 얼마나 독한 연애를 하셨기에... 

 

저자는 말한다. 헤어진 애인들은 나를 "무언가의 대체물"로 여기는 사람들이었다고. 이런 사람을 상대할 때 얼마나 우울하고 힘든 지는 나도 잘 안다. 나를 나로 보지 않는 애인들 때문에 괴로울 때마다 저자는 감정에 침잠하는 대신 산책을 했다. 사랑 없는 사람에게 매번 지더라도 사랑이 결여된 세계에선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새로운 사랑을 찾았고, 결국 쿠바의 어느 해변에서 지금의 배우자를 만났다. 이렇게 쓰고 나니 무슨 로맨스 드라마 줄거리 같은데, 이 책의 문장이나 분위기는 로맨스 드라마의 그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더 좋았다. 저자의 다른 글을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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