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보다 글 때문에 더 사랑하게 된 뮤지션 출신 작가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 책을 쓴 요조다. 대학 시절 요조의 노래를 종종 들었지만(요조가 부른 노래들이 싸이월드 미니홈피 bgm으로 한창 인기 있었던 시기다) 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 요조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듣기 시작하고, 요조가 쓴 글이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점점 요조의 매력에 빠졌고 그의 팬을 자처하게 되었다. (이제는 요조의 음악도 아주 좋아한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은 요조가 2021년에 발표한 에세이집이다. 뮤지션으로, 작가로, 책방 주인으로, 비건으로, 러너로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깊은 인상을 준 책이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실려 있다. 주된 내용은 예술가로 사는 일의 어려움이다. 뮤지션이지만 오랫동안 신곡을 내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불안감과 초조함, 전보다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해 잠을 잊을 정도로 노력하지만 늘 이도 저도 아닌 '중간 작가'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등이 책 이곳저곳에 솔직하게 담겨 있다.
일을 하고 돈을 버는 생활인으로서의 어려움도 이 책 곳곳에 나온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책방 무사가 종로에 있었을 때 주차 문제 때문에 매일 곤욕을 치렀다는 대목이다. 주차한 사람에게는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사소한 일이겠지만, 그 일을 매일 겪는 사람에게는 하루 종일 정신을 곤두서게 하고 인류애를 잃어버리게 만들 중대 사건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에서, 다시 홍대에서 책방 무사를 계속하시는 걸 보면, 책방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보다 책방 운영이 주는 즐거움과 보람이 더 크기는 한가 보다(홍대에 생긴 책방 무사 서울점, 가보고 싶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은, 책 앞머리에도 나오는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이다. 베스트셀러 <죽은 자의 집 청소>의 저자이기도 한, 유품정리사 김완 님과의 만남에 대해 쓴 글에 나오는 문장이다. 나는 이 문장이 참 요조 작가답다고 생각했다.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자신을 인정하는 사람.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지 않고 다가가는 사람을 동경하는 사람. 그래서 마침내 방향을 돌려 다가가는 한 걸음을 떼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서 이런 책을 쓰고 이런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역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