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집 <파라다이스>에서 <농담이 태어나는 곳>이라는 제목의 단편을 재미있게 읽었다. 인기 절정의 코미디언 트리스탕이 농담의 전파 경로를 역추적하다가 유머 발생의 신화를 찾아낸다는 내용인데, 두 코미디언이 링 위에 오른 복서처럼 상대방과 웃음 대결을 벌여 먼저 웃으면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 그 끔찍함과 엽기성 때문일까,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이 단편에서 모티프를 딴 소설이 2011년에 국내에서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웃음>이다. 프랑스 최고의 코미디언 다리우스 워즈니악이 공연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쉬다가 갑자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고사로 결론이 났지만 다리우스의 열렬한 팬인 여기자 뤼크레스가 보기에는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리우스는 죽기 전 대기실에서 어릿광대로부터 파란 상자 하나를 건네받았고, 그 상자를 열자마자 미친듯이 웃었으며,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사망했다. 그녀는 다리우스가 타살 당한 게 명백하다고 확신하며 지독한 인간 혐오증을 가진 작가 이지도르를 찾는다. 다리우스의 사인을 파헤치던 두 사람은 기나긴 역사를 자랑하는 '웃음기사단'의 존재를 알아내고, 그들이 대표하는 빛의 유머와 어둠의 유머의 적대 관계를 알게 된다. 웃음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하는 세계에서 두 사람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