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엄마는 애벌레 학교 이야기인 것 같다고 했어요. 전에 함께 보았던 도토리마을 이야기처럼 애벌레 마을에 있는 애벌레 학교이야기인 줄 알았던 것에요. 하지만, 이 책은 달라요. 먼저 책의 제목부터 설명해드릴게요. 이 책의 주인공은 어느 학교 3학년 2반 교실에서 7번째로 태어난 애벌레에요. 처음 알에서 깨어났을 때 6번 형님만 보였고, 형님은 7번 애벌레가 7번째로 태어났다고 말해주었어요. 그리고 7번 애벌레가 다른 형님들은 어디에 있냐고 묻자, 나뭇잎을 집중해서 보라고 했어요. 7번 애벌레가 나뭇잎을 집중해서 보니 형님들이 보였어요. 그 형님들을 보다가 6번 애벌레에게 7번 애벌레가 왜 나만 노란색이에요? 물었어요. 그러자 6번 애벌레가 7번 애벌레는 잎을 먹지 않아서 그렇다며, 잎을 먹으면 초록색이 될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7번 애벌레는 잎을 먹고 또 먹었어요. 할 일이라곤 먹는 것 밖에 없었어요. 그러다가 7번 애벌레는 재미있는 놀이를 찾았어요. 잎에 모양을 만드는 거였어요. 네모, 세모, 동그라미, 별, 하트까지. 아이들은 그런 7번 애벌레를 보고 ‘무늬애벌레’라고 이름까지 지어 주었어요. 잎에 모양을 만드느라 너무 욕심을 내면 입이 아프고, 머리가 뻐근해요. 배가 부르니 쉬어야한다는 신호에요. 그럴 때 7번 애벌레는 잎에 누워서 하늘을 봐요. 처음에 7번 애벌레는 방충망 때문에 세상이 조각조각 나있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건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방충망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러다가 7번 애벌레는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이 잊혀질 때쯤, 2번 애벌레의 번데기 의식이 시작됐어요. 모두 먹는 걸 멈추고 2번 형님을 보러갔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 형님은 나비가 되어 방충망 밖으로 날아갔어요. 그리고 평범한 일상이 다시 반복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충걸이라는 남자아이가 애벌레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한다며 방충망을 열어 손을 넣었어요. 작은 애벌레들은 피하다가 손에 깔려 죽기도 했지요. 큰 애벌레들은 살았어도 다리가 부러지거나 다쳤어요. 충걸이가 7번 애벌레는 잡으려는 순간, 선생님께서 문을 열고 들어오셨어요. 사실 충걸이는 이전에도 이렇게 해서 많은 애벌레들을 죽게 만들었어요.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충걸이는 다시는 그러지 않았어요. 그날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에게 집에서 애벌레들 먹을 걸 씻어서 가져오라고 했어요. 그런데 한 아이가 씻지 않은 상추를 가져왔어요. 그 상추를 보고 7번 애벌레는 그게 농약이 묻은 상추라는 걸 알았어요. 2번 애벌레에게 많이 들었거든요. 바깥세상의 잎에는 농약이 묻어있다나 뭐라나. 그래서 바깥세상에 나가면 굶어죽거나, 농약을 먹고 죽거나, 둘 중 하나래요. 그러서 7번 애벌레는 다른 애벌레에게 이건 먹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그 상추가 남아 있는 걸 보고 사람들은 새 먹이를 주지 않았어요. 애벌레들 모두가 고민에 빠져있던 찰나 7번 애벌레는 바깥에 있는 X표시를 봤어요. 그리고 그걸 표시하면 인간들이 그걸 먹으면 안된다는 걸 알아차릴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 잎은 먹어서 표시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포기하는 마음으로 그냥 밑에 있는 어린 애벌레들을 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애벌레 4~5마리가 모여 있는 모양이 동그라미 표시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7번 애벌레는 결국 다른 애벌레들을 모아서 X자 표시를 만들었어요. 그러자 인간들이 그 잎은 먹으면 안된다는 걸 깨닫고, 급식에 나온 상추를 가지고 애벌레들에게 주었어요. 그 상추는 농약이 묻어있지 않았고, 모든 애벌레들이 상추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7번 애벌레는 눈이 점점 감기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어요. 7번 애벌레는 자기가 죽는 줄 알았지요. 그대로 눈을 감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자신의 몸이 단단하고 갈색 번데기로 둘러싸여 있었어요. 7번 애벌레는 번데기에서 빠져나와 날개를 말렸어요. 밖에서는 충걸이가 이 나비 날지 못하는 거 아니냐며, 한 번 흔들어봐도 되냐고 했어요. 다행히 친구들이 말렸어요. 결국 7번 애벌레는 날개를 모두 말리고, 인사라도 하듯 채집통을 몇 바퀴 돌고는 밖으로 나갔어요. 바람이 많이 불긴 했지만, 힘차게 밖으로 나갔답니다.
만약 제가 그 채집통에 한 마리 애벌레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어요. 저는 빨리 나비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나가고 싶었을 것 같아요. 통 안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먹는 것 밖에 없고, 놀 수 있는 것도 없으니 재미가 없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충걸이처럼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다면 힘들고 무서울 것 같아요. 언젠가 잡히면 다리도 부러지고,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콩벌레를 아주 좋아해서 집으로 데리고 와서 기르기도 하는데, 제가 콩벌레를 잡으려고 할 때, 그 중에 제 손에서 죽거나 다친 콩벌레도 있을 것 같아요. 애벌레들이 그랬던 것처럼 콩벌레들도 무섭고 힘들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제 모습이 콩벌레들에게는 충걸이의 모습과 같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콩벌레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드네요. 앞으로는 콩벌레를 잡으려 하지 말고, 그들의 모습을 눈으로만 관찰해야겠어요. 그리고 상추가 급식으로 나오면 주머니에 넣었다가 콩벌레들에게 주어야겠어요. 콩벌레들이 먹지 않아도 개미들이 먹을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혹시 어른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이런 쪽지를 붙여놓을까요? “여기 있는 상추는 콩벌레와 개미의 먹이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로 오해하고, 치우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 유하린” 이라고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