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은 글이 없는 동화책이다. 하지만 난 학교에서 그 책을 읽으며 직접 글이 있는 것처럼 읽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 책에도 글이 있었으면 어떤 내용이었을까를 상상하며 읽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이 없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글이 없어서 그 내용을 나 스스로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밀의 문은 두 아이가 비밀의 문에서 왕을 만나 지도와 주황색 분필을 얻고, 그 세계를 지켜달라는 왕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지도를 따라 무지개 색의 분필들을 찾으러 가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아이들은 왕을 반대하는 반대세력을 피해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분필을 모두 찾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빨간 분필과 보라 분필을 합쳐 무지개 색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분필이 들어있는 띠를 새에게 전해주니 새가 하늘로 날아가며 아름다운 무지개가 생기고, 왕을 반대했던 세력은 사라지고, 왕을 다시 구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나라를 구한 공을 인정받아 멋진 왕관을 선물 받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 책을 읽다보니 그 아이들은 어떻게 마법의 분필 중 빨강분필과 보라분필을 이미 가지고 있는 건지, 또 비밀의 문 위치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가 궁금했다. 그 마법의 분필로 비밀의 문 안의 세계를 지킬 수도 있고, 분필로 그리는 대로 실제로 만들어지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는건데, 도대체 그 아이들은 그걸 어떻게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며 그 이전의 이야기를 나만의 이야기로 그려보았다.
<비밀의 문 ? 그 전의 이야기>
어느 날 어느 도시에 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숲에서 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동굴을 발견하게 되고, 그 동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그 안으로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그 안으로 내려가자 남자들의 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대화는 대충 이러했다.
“그 인간계라는 곳에서 이 비밀의 문을 찾아 들어오는 사람은 없을까요?”
“그럴 리 없어. 이 문은 인간계에서 선택받은 사람이나 분필을 가진 자, 그리고 이곳에서 태어난 자만이 열 수 있어. 우린 이제 빨강 분필과 보라 분필이나 찾으러 가자고.”
그들은 벌써 빨강과 보라 분필을 제외하고 모든 분필을 모은 것 같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그 목소리들은 점차 희미해졌다.
그 대화를 모두 듣고 비밀의 문을 더 자세히 보았다. 그곳에는 이렇게 써져있었다. <어느 날 인간계에서 온 여자 아이 한 명과 남자 아이 한 명이 이 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선택받은 자들이다. 그들이라면 이 손자국에 손을 대어라> 아이들은 그 문 손자국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눈이 멀듯한 밝은 빛이 비추더니 그 문이 열렸다.
“들어가 보자!”
남자 아이가 말했다. 안에는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의 분필들이 있었다. 그곳은 도적들의 소굴이었다. 그 안에는 한 로봇이 있었는데 마치 왕이라도 만난 듯 깜짝 놀라며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곤 그 로봇이 말했다.
“삐리삐리 삐리삐리. 선택받은 자들이시여! 왕께서 당신들의 도움을 원하십니다. 이 분필들 을 챙겨서 밖으로 나가 우리들의 나라를 도와주십시오. 삐리삐리 삐리삐리”
그리곤 로봇이 분필을 쥐어주었다.
“너는 왜 그동안 밖에 이것을 전해주지 않았니?”
아이들이 물었다.
“삐리삐리 삐리삐리. 저는 밖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제 프로그램이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이 지요. 그래서 이곳에서 도적들과 같은 편인 척 하며, 선택받은 자들을 기다린 것입니다. 삐 리삐리 삐리삐리.”
“알겠어! 우리가 꼭 전달해 줄게!”
여자 아이가 말했다. 밖으로 나가 얼마 걷지 않아 그들은 깊은 구덩이에 빠져버렸다.
“으.. 여긴 어디지?”
여자 아이가 말했다.
“아야! 아마 깊은 구덩이에 빠진 것 같아.”
남자 아이가 대답했다.
“오! 우리가 그동안 애타게 기다려온 선택받은 자들이시여! 우리를 좀 도와주소서.”
정체모를 목소리가 말했다.
“누... 누구세요?”
두 아이가 동시에 외쳤다.
“우리는 빨간 분필과 보라 분필을 가지고 있는 이 나라의 왕과 왕비입니다. 이 분필을 가지 고 도적들이 훔쳐간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의 분필을 다시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왕비가 말했다.
“그 분필이라면, 여기 있는데”
남자 아이가 말했다.
“앗! 그 분필들을 어떻게 가지고 계십니까?”
왕이 물었다.
“아까 어떤 로봇이 쥐어주었어요. 그런데 그 분필들은 도대체 무엇이에요?”
여자 아이가 말했다.
“그 분필은 마법의 분필이에요. 우리 왕국을 유지시키는 힘이 그 안에 담겨져 있답니다. 특 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빨강 분필과 보라 분필은 그리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죠. 그래서 도적들이 굉장히 탐내고 있어요. 하지만, 빨간 분필과 보라 분필은, 나라를 지키는 힘은 없 답니다. 도적을 무찌르고 나라를 유지시킬 수 있는 건 선택받은 분들이 가지고 온 그 분필 들입니다.”
왕비가 말했다. 아이들은 분필들을 왕과 왕비에게 돌려주었다.
“선택받은 분들이 찾아온 분필로 이 나라를 구했으니, 보잘 것 없지만, 이 빨간 분필과 보 라 분필은 선택받은 분들께 선물하겠습니다. 나중에 이 분필로 쉽게 이곳에 들어올 수 있 을 거예요.”
왕이 말했다.
그들은 다시 인간계로 돌아오고, 그곳의 일은 추억으로 남은 지 수십 년이 흘렀다. 그 아이들은 결혼을 하고, 어렸을 때의 자신들 같은 아들과 딸을 낳았다. 어느 날 아이들이 모험을 떠나고 싶어 할 때, 그들은 아이들에게 분필과 비밀의 문으로 가는 지도를 쥐어주며 말했다.
“이 분필들은 그리는 모든 것이 실제로 나타난단다. 그리고 비밀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이 기도 하지. 이 지도를 따라 비밀의 문으로 가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에서 도움을 주며 모험 을 하고 오렴.”
아빠는 빨간 분필과 보라 분필로 고장 난 자전거의 바퀴를 그려주었고, 엄마는 보라 분필로 아이들을 인도하고 지켜줄 상상의 새를 그려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떠나는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제 너희들의 모험이 시작될 차례야!”
내가 작가가 되어 꾸며본 <비밀의 문-그 전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다시 <비밀의 문>을 읽어보니 처음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이야기가 그려졌다. 역시 이 책은 기존의 동화책의 틀을 깼다. 바로 읽는 사람의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동화들은 글이 써있으므로 내가 어떻게 될거라 생각해도 그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비밀의 문>은 글이 써있지 않아 독자들의 상상하는 범위가 더 넓어지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이 바로 상상으로 들어가는 비밀의 문 자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