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의 아이는 거기에서 출발한다. 바다보다 무한한 하늘의 이야기.
그 하늘 속, 구름 위에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과 이 세상을 연결해 주는 아이가 바로 "맑음 소녀"이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무녀"라고 할 수 있는 소녀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어린 동생과 함께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소녀
돈을 위해 유흥업소까지 생각하며 삶을 내려놓는 소녀
그 순간에 소녀는 소년과 조우한다. 우연히
그리고 등장하는 소년
그는 가출소년이다. 우연히 바다 건너 금빛 햇살이 내리쬐는 곳을 보고 그저 도쿄로 와 버린 소년
우연히 쓰레기에서 총을 줍게 되는 소년
우연히 맑음 소녀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는 소년
참 넘치는 우연들
초4 아이와 함께 보며, 초반에 3번은 "그만 볼까?"를 고민했다.
비가 계속 내리는 우울한 도쿄의 모습
가출하고, 거리에서 잠들고, 경찰에 쫒기고, 총까지 소지한 소년의 모습
초반에 등장하는 배경이나 사람들이 모두 우울하다.
게다가 소년은 16세로 설정.
소녀는 15세(소년에게 18세로 이야기하지만)로 설정. 소녀의 동생은 아마도 10대 초반.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가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만큼 우울하다.
이야기의 1/4 지점에 가서야 맑음 소녀가 본 모습을 나타내고, 소년과 소녀의 공간은 비 구름 속에서도 맑음으로 채워진다.
하지만, 그들에게 비추었던 햇살은 소녀의 희생에 대한 댓가였을 뿐
소녀의 희생이 없이는 어두운 비구름에 갇힌 도쿄의 모습일 뿐이다. 심지어 여름에 눈이 내리기도 한다.
소녀는 모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도쿄는 다시 일상의 날씨를 회복하고, 맑은 하늘이 나타난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희생의 숭고함"을 이야기하는 뻔한 영화였을 것이다.
하지만! 소년은 소녀를 보내지 않는다.
소녀의 희생을 자기 탓이라 생각해서이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는 "맑음"이 진정한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소녀의 희생을 기억하는 이들의 도움으로 소년은 소녀를 구하고, 도쿄는 다시 비구름에 덮인다.
몇년의 시간이 흐른 뒤,
계속되는 비로 도쿄는 물에 잠긴 부분이 생긴다.
그때 한 할머니의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원래 바다에 잠긴 곳이었단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지"
도쿄는 제자리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소년과 소녀는 다시 만난다.
우울한 도쿄의 모습은 그대로이고, 여전히 하늘은 비구름이지만.
소년과 소녀의 만남은 그 자체로 "맑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