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선율과 함께 하는 루시드 폴의 노래와
파란색으로만 이루어진 이수지의 그림과
그 안에서 변하는 그 누군가의 꿈

표지에 그 모든 꿈이 녹아 있다. 물이 되고, 꽃이 되고, 바다가 되고, 산이 되고, 새가 되고...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청량함에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이래저래 무거운 마음이 조금 가볍워질 것 같은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아코디언형식의 책이었다. 30장 가까이 되는 분량이 한 장으로 쭈욱~ 이어져 있다. 한 쪽은 그림으로 이야기하고, 다른 쪽은 악보로 이야기하고 있다. 흰색과 파랑, 검은 글씨가 이 책에 등장하는 색의 전부이다. 흰색, 검정을 색감이라 하지 않는다면 파랑만이 유일한 색이다. 파랑은 흔히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의 파랑도 그러하다. 꿈과 희망. 그 누군가의 꿈이 희망이 되어 색감으로 드러난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그림이다. 그리고 이 그림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며, 기대했던 가볍고 청량함이 무너지고 묵직한 감동을 준비한다. 왼쪽 가장자리의 휠체어가 가장 먼저 눈에 띄였기 때문일까? 작가는 휠체어도 그냥 그림의 한 부분처럼 채색 없이 그려만 두었다. 이 책의 유일한 채색은 "물"에만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는 아마도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그는 물 속에서 들어간다. 그리고 꿈을 꾼다.
물이 되는 꿈.
물은 꽃이 되고, 씨가 되고, 풀이 된다. 그리고 강이 되고, 빛이 되고, 소금이 된다. 소금은 다시 바다.
바다가 되고, 파도가 된다. 파도는 물이 되고, 별이 되고, 새가 되었다가 비로 떨어진다.
돌로, 흙으로 떨어진다. 흙은 산이 되고, 내가 되고, 바람이 되고, 다시 바다.
몇 번의 여행을 거치며, 바다로 돌아왔다가 다시 여행을 시작하고, 다시 바다로 돌아온다.

꿈이 끝나고, 여행이 끝나면 다시 수영장. 현실 속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다.
책의 앞 날개에 루시드 폴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있다.
루시도 폴의 노래와 함께 이 책은 5분안에 읽을 수 있다.
그런데 마지막 장을 덮고 마음을 정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독자에 따라서 느끼는 바는 다를 것이다.
아마도 같은 독자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내게는 이 책이 아픔과 슬픔, 먹먹함으로 다가왔다.
집에 있는 딸아이가 생각났고, 몸이 불편한 누군가가 생각났다.
몸이라는 육체에 갇혀 자유롭지 못한 우리의 영혼이 생각났다.
누구라도 물이 되고, 씨가 되고, 꽃이 되고, 파도가 되고, 산이 되기도 하며 자유로운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라며.. 잠시나마 내가 물이 되어 자유로워지는 듯 위로를 받기도 했다.
책과 함꼐 받은 청어람의 글귀처럼 "마음에 위로"가 되어준 책
흑과 백의 세상에 갇혀있는 그대들에게 파랑파랑한 물이 되는 꿈의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