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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도서]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저/공경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코로나로 인한 전염병 걱정에 사로잡혀 생활이 마비되어 갈 무렵 만난 책이 있다.
'질병'으로 인해 고민하는 나에게 "죽음"을 물어온 책.
바로 미치 앨봄의 장편소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이다.

핑크색 하늘과 파란색 풀숲. 
시원하면서도 따스할 것 같은 바람을 맞고 있는 6명의 사람이 표지에 등장한다.
가운데 노란 원피스를 입은 사람이 주인공이겠군 추측하며, 미치 앨봄의 전작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을 떠올려 본다.

동떨어진 이야기 같은 건 없다. 인생사는 베틀에 걸린 실처럼 얽혀서 우리도 모르는 방식으로 짜인다.  _p.22
인생사는 연필과 지우개가 휙휙 지나가면서 시시각각 쓰인다.  _p.23

소설 속의 이야기만 그런 건 아니다. 동화같은 이야기, 혹은 소설 같은 이야기가 실제의 삶에서 일어나고 있다. 비단 인생사 뿐 아니라, 역사, 세계사 또한 베틀에 걸린 실처럼, 연필과 지우개가 시시각각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의 코로나 상황으로 미래의 삶의 모습도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삶으로 바뀌게 될지 모르겠다.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뭘까? ~ 변화. 변화가 바람을 일으킨다. 변화가 클수록 바람도 세게 분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변화가 다른 변화를 일으킨다.  _p.30

우연한 만남이 변화를 일으키고, 그 변화가 결국은 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사건을 일으키게 된다. 한 순간의 선택이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그저 되는대로 살아지는 대로 살아간다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가 싶다. 한 사람의 한 순간의 선택은 비단 그 사람의 인생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불어오는 이 바람도 다른 변화를 일으키고 있겠지. 그로인한 개개인의 변화도 또 다른 변화를 일으키고 있겠지 싶다.

"천국이에요."
내가 죽었어요?      p. 59

이 책은 제목에서 이야기하듯 천국에 관한 이야기이다. 흔히 사후세계라 이야기하는 곳.
그러나 작가가 그리는 천국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천국의 모습이 아니다. 구름 위에 떠 있고, 예수님이 맞이하는 곳, 참 평화가 있고, 온전한 충만함이 있는 곳. 내가 생각하는 천국의 모습을 작가는 "나중에 가게 될 곳"이라고 표현한다. 그럼 이 곳은 천국에 가기 전에 들리는 곳인가? 왜?

"내가 여기 있는 것은 다들 천국에 처음 오면 지상에서 관계있던 다섯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에요."
어떤 부류의 사람이요?
"그걸 알아내는 거죠. 그 사람들은 당신이 살면서 몰랐던 것을 가르쳐 줄 거예요. 당신이 겪은 일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죠."  _p.63

이곳은 아마도 세상에서의 삶을 돌아보는 곳인지 모르겠다. 현생을 정리하고 내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 정도가 아닐까? 그런데 왜 5명을 만나는 걸까? 현생에서의 삶이 이미 끝났는데, 이제와서 내가 겪었던 일들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주인공의 물음이 나의 물음이 되어 다가온다.
 
"처음에 만나는 다섯 사람은 이유가 있어서 선택됩니다. 지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당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이지요. 어쩌면 당신이 알던 이들입니다. 몰랐던 사람들일 수도 있고."  _p.76

이 곳에서 주인공 애니는 지상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받게 된 5명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각 사람을 만나기 전 저자는 <애니, 실수하다>라는 제목의 글로 만나게 될 사람을 미리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런데 왜 "실수"라는 단어를 썼을까? 애니가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모두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애니는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이 애니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만남의 시간이었음은 마지막에 가서야 깨닫게 된다.

"너한테 뭔가 가르쳐주려고. 네가 천국에서 만나는 영혼은 다들 같은 일을 해."  _p.110

처음 읽을 때는 천국에서 뭘 가르친다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이미 죽은 마당에 더 이상 뭘 배울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이제 그냥 천국에서 편히 쉬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며 애니의 여정을 따라갈 무렵, 저자는 다 계획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애니, 우린 외로움을 두려워하지만 외로움 자체는 존재하지 않아. 외로움은 형태가 없어. 그건 우리에게 내려앉는 그림자에 불과해. 또 어둠이 찾아오면 그림자가 사라지듯 우리가 진실을 알면 슬픈 감정은 사라질 수 있어."
"진실이 뭔데?" 애니가 물었다.
"누군가 우리를 필요로 하면 외로움이 끝난다는 것. 세상에는 필요가 넘쳐나거든."  _p.113

애니는 자신의 삶을 외로움으로 점철시켰다. 사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애니는 충분히 그렇게 느낄 만큼 외로웠을 것이다. 소설이니까 그렇지 싶을만큼 여러가지의 악재가 애니를 뒤덮인 인생이었고, 애니는 그것에 치여 스스로 해결하지 못할만큼 힘겨웠다. 그리고 겨우 헤쳐나갈 길을 찾은 시점에서 또 다시 나락에 떨어지는 모습은 같은 여자로써, 딸을 가진 엄마로써, 그리고 출산을 경험해 본 여자로서 가엽고 또 안타까움 자체였다.  

하지만 기억을 함구한다고 거기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_p.149

애니의 상처 중 하나. 바로 어릴 때 겪었던 사고의 시간이다. 애니는 그 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기 떄문에 기억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을 함구한다고 거기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저자의 말처럼 그것은 그렇게 묻어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애니는 자신때문에 누군가가 죽었다는 오해를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그 오해는 함구 속에서 더 곪아버리고 모르는 사이에 그녀를 더욱 옥죄어왔을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그냥 잊어"라고 이야기한다. 그냥 잊을 수 있을까? 설사 그냥 잊게 되는 것이 되더라도 우리의 기억이 그렇게 깨끗하게 지워져 버릴 수 있을까? 그 기억의 끝자락을 건드리는 작은 불씨 하나에도 기억은 금새 타오를 것이 분명하다.

"우린 치유하기보다 상처를 안고 있으니까. 다친 날은 정확히 기억해도 상처가 아문 날은 누가 기억하겠니?"  _p.176

그래서 치유가 필요하다. 그냥 잊고 마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꺼내어 치유해야 한다. 그냥 둔다도 아무는 것이 아니다. 상처가 아문 날을 기억하느냐는 물음에 문득 꺠닫는다. 상처는 그냥 치유되는 줄 알았다. 그냥 두면 스스로 낫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다. 수 많은 세포들이 재생을 위해 뛰어다니고 혈액을 집중공급하고,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은 회복과 치유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몸의 상처가 그러할진데 마음의 상처는 어떠한가? 마음의 상처는 마음이 치유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 과정이 상처가 났을 때보다 더 아플 수도 있다. 차라리 그냥 덮어버리고 쳐다보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애니처럼 그냥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상처를 치유하라는 말. 애니의 몸에 남은 상처 뿐 아니라 그녀의 마음에 남은 상처까지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그 여정이 바로 천국에서 5명을 만나는 그 여정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 상처를 들영다보면 그건 결국 "사랑"의 하나였음을 알게 되는 여정이다. 그녀의 손에 남은 상처도 그녀를 지키고자 했던 누군가의 숭고한 사랑의 모습이고, 그녀의 마음에 남은 상처도 그녀를 향한 어머니의 절절한 사랑의 모습이었다. 

나의 죽음 이후, 내가 만나게 될 5사람은 누구일까를 생각해 본다. 내 삶에 엮여 있는 만남들. 특별히 내가 실수라고 생각하는 사건들. 그 속의 상처들과 그로 인한 만남들. 5명의 사람을 모두 이미 만났을 수도 있고, 혹은 그 중 1~2사람만 만나고 아직 남은 삶을 기약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내 삶의 순간들이 비록 실수라고 생각되는 순간들까지도 내 삶에서 소중한 순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긴다. 작가의 말에 미치 앨봄이 이야기했듯이 나 역시 이 세상에서도 천국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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