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여겨보았던 책이었지만 언제든 읽을 수 있을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펼쳐보지 않았던 책을 마을 백일장 덕분에 읽게 되었다. 덕분에 11월 책 한권 읽기는 이걸로 완료했으니 마음이 놓인다. ㅎㅎ
표지의 귀여운 아이 그림이 눈길을 끌었고,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던 도서관 관장님의 말씀처럼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워낙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 탓에 과연 백일장 전까지 다 읽고 독후감을 쓸 수 있을까 싶었는데 틈틈이 3일만에 다 읽었다.
이 책 첫 장의 제목을 읽자마자 ‘아~ 이건 로봇에 관한 이야기구나’라고 착각을 했다. 제누 301이라니 마치 로봇이름같은 느낌이었으니까...
그런데 읽다보니 제누는 버려진 아이였던 것이다.
이 아이는 NC센터라는 곳에서 살고 있었다. NC센터라고 했을 때에도 나는 공상과학소설이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국가에서 세운 최첨단 보육시설이라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버려진 아이들을 국가가 맡아서 키우는 NC센터라니. 처음부터 나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NC센터에는 아이들이 있고, 아이들을 돌보고 관리하는 가디들이 있고, 아이들과 가디들을 돕는 헬퍼라는 로봇이 있다. 모든 건 최첨단 시설이었지만 그것과 대비되게 아이들은 모두 버려진 아이들이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버릴 수 있는 것인지 나의 상식으로 이해는 안돼지만 이건 비단 소설에만 존재하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이 책을 이끌어 가는 인물 중 한명인 가디 박이라는 사람은 이성적 판단을 기준으로 하는 센터장이다. 이 센터에서 마치 아빠같은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감정적이며 규율 내에서는 최대한 자유를 허용하는 최라는 사람은 엄마 같은 역할을 맡아서 하는 것 같았다. 둘 다 이 센터에 있는 아이들에게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있어서 좋은 부모를 찾아주고 싶어했다. 그것이 이들의 가장 큰 역할이니까.
NC센터는 성인이 되기 전의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를 만나게 해 주는 것이 가장 큰 역할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를 만나지 못한 아이들은 NC라는 딱지를 평생 가지고 살아야 했다. 그건 마치 지금 우리 사회에서 “쟤는 고아원 출신이래~”하는 것과 같은 느낌인 듯했다. 이미 상처받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상처를 받는다는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문득 현실적으로 부딪힐 일이 있다면 나 또한 그런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아 부끄러워졌다.
NC센터의 아이들은 부모면접을 보고 부모를 선택할 수 있었다. 부모면접은 Parents Interview라고 불렸는데 이것을 줄이고 쉽게 말하기 위해 발음이 비슷한 페인트라는 이름으로 아이들 사이에서 은어처럼 부모면접이라는 단어를 대신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첫 장 제목에서 본 바로 제누 301이라는 아이다. 영리하고, 신체적 특징도 좋고, 생각도 많아서 어느 부모에게나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제누 301은 부모면접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모두 가식적이고, 꾸며진 모습에 정부지원만을 바라는 사람들의 속이 훤히 보이는 것만 같아서였다. 그런 중에 뜻하지 않게 하나와 해오름을 만난다. 염려가 많은 센터장과 가디 최에게는 좋아 보이지 않은 인상이었지만 꾸밈없는 하나와 해오름을 제누 301은 마음에 들어했다.
부모면접은 3차까지 진행되고, 최종으로 함께 1달 합숙을 하고 매칭이 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져있다. 제누가 하나와 해오름과 2차 면접까지 나누는 사이에 믿고 따랐던 센터장이 센터에서 자리를 오랫동안 비우게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센터장의 아버지 때문이었는데 어린시절 폭력을 일삼았던 아버지가 늙고 병들어 이제 살날이 1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누가 생각한 센터장은 평온한 집안에서 잘 자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듣자 원래도 생각이 많던 아이가 더 생각이 많아졌다. 의지했던 센터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제누는 하나와 3차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도중 과보호 했던 하나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제누는 과연 부모와 자식은 무엇일까 고민했던 것 같다. 결국 제누는 처음으로 마음에 들어 했던 하나와 해오름과는 친구로 지내기로 한다. 그리고 센터를 떠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센터장이 센터로 돌아왔을 때, 제누는 자신의 이야기를 센터장에게 전달했다. 센터를 떠나지 않겠다고. 그리고 더 이상의 부모면접 또한 없을 거라고. NC출신의 차별은 NC출신만 바꿀 수 있다고. 마지막으로 제누가 이렇게 이야기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제누의 친부모님이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미 한 번 상처 받은 아이들. 게다가 제누 친구 노아라는 아이처럼 부모가 여러번 바뀐 아이들은 도대체 얼마나 마음의 상처가 클까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이 책을 읽고 나 또한 부모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나만의 고집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쓸데없는 시선들로 편견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치 부모교육을 다녀온 날처럼 아이들에게 관심 한 번 더 주는 날이 되었다. 이렇게 읽으면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될 수 있는 이런 책을 종종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