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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도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p.11

그녀가 만약 이곳에 처음 온 손님이라면…… 역시 저 책장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을까. 넓은 벽 한 면을 가득차지 하고 있는 책장, 소설로만 가득 찬 책장. 아니다, 소설을 좋아하는 그녀 같은 사람이나 좋아할 테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도 소설을 읽지 않는 사람이 꽤 많다는 걸 영주는 서점을 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소설 비애호가들은 저 책장 근처엔 가지도 않겠지.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은 어린 시절 로망이 실현된 결과였다.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던 초등학교 시절, 네 면이 책으로 가득 채워진 방 갖게 해달라고 아빠를 조르곤 했다.

 

p.40

좋은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책인 걸까.

그럴지도 몰랐다. 영주가 추천해준 책이 비록 손님 취향엔 맞지 않더라도 손님이 '그래도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인지도 몰랐다. 물론 역사서를 좋아하는 성인 남자에게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반사회적 고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을 추천하면, 그 손님은 그 책을 거들떠도 안 볼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그 손님이 소설을 읽고 싶을 때, 또는 딸을, 아들을 이햐하고 싶을 때 책장에 꽂혀 있는 그 책을 꺼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꺼내 읽은 책을, 그 역시 좋아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세상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독서에도 타이밍이란 것이 존재하니까.

 

p.111

소설 속 권은이란 이름을 지닌 아이에게 유일한 친구는 태엽을 돌리면 1분 30초 동안 눈을 뿌리는 스노볼이에요. 엄마도, 아빠도 없이 배를 곯으며 혼자 살아가는 권은은 꿈이 무서워 잠을 자지 못해요. 그래서 1분 30초 동안 눈이 내리는 스노볼을 바라보다가, 멜로디가 끝나면 재빨리 이불을 뒤집어쓰곤 했어요. 꿈 없이 잠을 자게 되길 바라면서요. 초등학생 아이는 두려움에 떨며 이렇게 바랐어요.

"이 방을 작동하는 태엽을 이제 그만 멈추게 해달라고, 내 숨도 멎을 수 있도록."

(조해진, 『빛의 호위』, 창비, 2017, 27페이지.)

 

p.154

이런저런 고민은 많더라도 여전히 일요일은 달콤하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온전한 자유다. 내향성과 외향성을 고루 지니고 있는 그녀에게도 사람 대하는 일은 벅차다. 일을 하다가도 한두 번씩은 잠시 혼자 있고 싶다는 바람이 강렬하게 든다. 내향성을 다독이지 못하고 하루를 몽땅 보내버린 밤이 되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차분히 앉아 단 한 시간이라도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일요일이 소중하다.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사람을 대하는 긴장에서 벗어나고 싶다.

 

p.190

그럼에도 동네 서점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어쩌면 동네 서점이란 사업 모델은 지나갔거나 다가올 꿈 같은 개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영주의 머리를 스쳤다. 누군가의 삶의 어느 시점에 꿈을 꾸듯 동네 서점을 연다. 1년을, 아니면 2년을 운영하다 꿈에서 깨듯 서점을 닫는다. 뒤를 이어 또 누군가가 꿈을 꾸듯 서점을 열고, 그렇게 계속 서점이 늘어가는 가운데, 서점을 한때 꾸었던 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함께 늘어난다. 10년 된 동네 서점, 20년 된 동네 서점을 찾기는 어려워도,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동네서점은 존재하는 것이다.

 

p.274

"미래를 어떻게 알겠어. 우선은 해보는 수밖에. 내가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지 아닌지를 알려면."

승우는 좋아하는 일을 5년 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5년 했다. 어떤 삶이 더 나았을까? 글쎄. 굳이 따지자면 후자의 삶이다. 더 편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아서가 아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다 보니 공허해졌고, 공허함을 이기려 한국어에 몰입했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삶은 일 하나만을 두고 평가하기엔 복잡하고 총체적인 무엇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불행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이 아닌 다른 무엇 때문에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 삶은 미묘하면서도 복합적이다. 삶의 중심에서 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행불행을 책임지진 않는다.

 

p.279

"커피를 내릴 땐 커피만을 생각한다 말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셈인가……."

"바로 그게 수행의 기본자세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존재하기. 지금 민준 씨가 그걸 하고 있는 거예요."

"수행요?"

"흔히들 현재를 살라고 말하잖아요. 그런데 말이 쉽지 현재에 산다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죠? 현재에 산다는 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그 행위에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한다는 걸 말해요. 숨을 쉴 땐 들숨 날숨에만 집중하고, 걸을 땐 걷기에만 집중하고, 달릴 땐 달리기에만. 한 번에 한 가지에만 집중하기. 과거, 미래는 잊고요."

 

p.321

영주가 질문을 하고 성철이 답을 하는 모습에서 민준은 지금 이 삶도 자기에게 처음이라는 걸 깨달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깨달음으로 다가오곤 했다. 오늘도 민준은이 당연한 깨달음에 약한 전율을 느꼈다.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고민을 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그렇게나 소중했을 수밖에. 처음 사는 삶이니 우리는 이 삶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도 알 수 없다. 처음 사는 삶이니 5분 후에는 어떤 일을 맞닥뜨리게 될지도 알 수 없다.

 

너무 동화 같은 이야기라..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진짜 이야기면은.. 이 따뜻함 가득한 동네 서점을 나는 찾아갔을 테니까.. 아무리 멀어도 그 분위기를 느끼려 나는 몇 번이고 찾아갔을 테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픽션이다. 휴남동 서점은 그 어디에도 없지만 그래서 더 꿈꾸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동네 서점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혹 만약 내가 사업을 하게 된다면 1순위는 무조건 카페다. 카페지만, 음료만을 팔지는 않는다. 보드게임이 함께이거나 문구류를 함께 팔거나 동네 책방처럼 책을 볼 수도 살 수도 있는 그런 카페를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어떻게든 수익을 창출해서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는다. 로또를 맞으면 취미 생활 삼아, 친구들이 자주 모일 수 있는 그런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예전에 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돈으로 환산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므로.. 그리고 돈으로 환산하려고 아등바등할 자신도 없고.. 좋아하는 걸 돈으로 환산하려다 지쳐버리면 안 되므로.. 가끔 이렇게 꿈만 꾼다, 로또도 사지 않으면서. 이러면 좋겠지 하면서..ㅎ 해서 주인공 영주의 변화가 놀라우면서도 정말 저게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저렇게만 된다면야.. 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늘어갔다. 좋아하는 걸 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다, 혼자서 다 잘하려 아등바등하지 않고서도, ..., ...!!! 하지만 역시 픽션이다. 어디 휴남동 서점 영주 사장님 실 모델이 있다는 소릴 들으면 다시 생각해볼..^;;;ㅋ

 

되게 좋았다. 한겨울에 뜨뜻한 난로 앞에서 먹는 군고구마 같기도 했고, 한여름밤의 모닥불 같기도 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그런 꿈 같은 이야기.. 따뜻했고, 정겨웠고, 꼭 그속에 나도 껴 있는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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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서점을 소재로 했군요. 그림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모양이지요. 오랜만입니다. 자주 뵙기를.......

    2022.06.03 17:3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나난

    져니님이 카페를 하시면 전 거기 알바라도 할께요. 꼭 시켜주세요~~~

    2022.06.04 15:32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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