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70
묵호(墨湖). 물도 바위도 검고, 물새도 산새도 검어 이름 붙여진 묵호는 정겹고, 일제 강점기 삼척에서 캔 무연탄을 실어 나르느라 멍멍이까지 검댕이가 묻어 시커맸다는 묵호는 애잔하다.
p.146
"옛날에는 검은 까마귀가 많았고, 물속 암반도 검은데 바닷물이 워낙 깨끗해서 물까지 검게 보였대요. 그래서 검을 '묵'자를 써서 묵호가 된 거래요. 바위도 검어서 '암' 묵호라는 말이 변해서 '안' 묵호가 된 거라고 할아버지한테 들은 적이 있어요.
옛날에는.. 강원도의 '동해시'는 몰라도 '묵호'라는 지명을 얘기하면 사람들이 '아~ 거기!' 했었더랬다. 그리고 내가 중고등학생일 때까지도 '동해시'라는 지명의 무게보다 '묵호'라는 지명의 무게가 더 무겁게 느껴졌었다. 타지에서 15년 가까이 살다가 다시 동해로 왔을 땐 내가 예전에 느꼈던 그런 '묵호'는 사라지고 관광지로서의 묵호가 있었다. 현지인만큼 관광객이 더 많아진 묵호는 낯설면서도 이전의 어두운 느낌보다는 많이 밝아졌다. 이전의 묵호가 밤이였다면 지금은 낮이다. 그래서인지 내 안에서 묵직하게 있던 묵호가 서서히 가벼워져 동해시의 묵호동으로 자리잡았는데.. 예스24 사이트에서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그냥 구매 버튼이 눌러졌다. 궁금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동해 사람일까? '묵호'라는 지명은 많이들 알게 되었지만 '안묵호'는 여기 동해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이나 쓰는 말이다. 왜 안묵호인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지만 묵호는.. 여기 사람들에게 아주 오래전부터 안묵호였다. 그래서 작가님이 참 궁금했었는데.. 묵호에 자리잡은지 2년이 되었다고 하시니까..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는 허구이겠지만 지명과 식당이나 가게 이름은 실제로 그 위치에 있다. 아는 상호가 나오니 자주 가던 곳은 아니지만 괜히 반갑고, 책속 이야기따라 가게 투어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특히나 정선의 메밀국죽은 처음 들어본 음식이라.. 소설 따라서 정선으로 가서 실제로 그런 식당이 있나 확인해보고 메밀국죽도 먹어보고 싶었다. 실제 지명이 나오는 책이나 영화를 보면 일단 내용을 떠나서 이렇게 따라가보고 싶은 재미가 생겨서 즐겁다. 원래 알던 것을 더 새롭게 알고 찾아가는 재미..를 요번에 새로이 또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