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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근원수필

[도서] 새 근원수필

김용준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책을 선물 받는 일은 항상 즐거운 일이다. 특히 요즈음처럼 한가롭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시기에는 더욱 그러하다. 때맞춰 즐거운 읽을 거리를 선물 받아 한 달음에 독파해 버린 이 책, 近園隨筆은 부박하면서도 싱그러운 여운을 잔잔히 던지는 아주 소중한 책이 되어 버렸다. ‘열화당’에서 정성스럽게 펴낸 이 책은 ‘우리 문화예술론의 선구자들’의 기획에 의해 처음으로 출간된 근원 김용준 선생의 전집(전5권) 중 첫 번째 권에 해당되는 수필집이다. 과거 1948년 ‘을유문화사’에서 ‘근원수필’ 이라는 이름으로 출간이 되었으나 수많은 한자와 고어의 사용 때문에 어렵게만 느껴 지다가 절판되고 추가로 발표된 글과 추가로 발견된 글을 모아서 새롭게 발간한 ‘새近園隨筆’이다. 이 책에는 내용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도에서 고어를 현대어로 바꾸고 주석을 추가하여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발간되었다. 출판 의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화적으로 혼란한 때에 뛰어난 선학의 글을 읽고 배우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풍요로운 일일 뿐 아니라, 간결 담백 호방한 우리 언어의 참 맛과 풍부한 교양 그리고 격조 높은 인문정신을 체득하게 한다. 화가이기도 하고 미술사학자이기도 하였던 근원 선생은 1904년에 태어나 1967년에 사망하였다.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교사 및 대학 교수로 활동하다가 1950년에 월북하여 평양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책에는 그의 생활과 관련된 사소한 문제들부터 선조의 미술과 현대 미술에 대한 이야기 까지 다양한 내용의 글이 실려 있다. 시대가 말해 주듯이 한글 보다는 한자가 많이 쓰였던 시기에 발표된 글이다 보니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단어나 한자로만 이루어진 형용사가 상당수를 차지하여 일일이 주석을 확인하며 보아야 하기 때문에 자칫 난해한 책으로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과거 선조들의 호방함과 청빈함 그리고 순수함에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또한 근원선생의 솔직 담백한 글을 읽고 있자면 그 당시의 시대상이 눈앞에 선연히 떠오른다. 성깔머리 있는 괴팍한 노인내의 푸념 같은 잔소리도 들을 수 있고, 일제 치하의 괴로움을 통탄하는 슬픔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예술가의 자세와 그들의 마음가짐도 엿볼 수 있다. 인간이 추구하는 예술과 철학과 미학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지금과 똑같이 고민하는 모습과 한 그루의 감나무를 두고 칭송하는 풍류와 아름다운 여유를 고스란히 전해 받을 수 있다. 금색의 고급스런 커버가 하나도 사치스럽지 않은 이 책을 덥고 난 지금 한 그루의 매화나무가 무척이나 갖고 싶어졌다.

[인상깊은구절]
노시산방이 지금쯤은 백만원의 값이 갈지는 모른다. 천만 원, 억만 원의 값이 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노시산방은 한 덩어리 환영에 불과하다. 노시산방이란 한 덩어리 환영을 인연삼아 까부라져 가는 예술심이 살아나고 거기에서 현대가 가질 수 없는 한 사람의 예술가를 얻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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