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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류시화 #시로_납치하다

사랑받으려고 하지 마라

사랑받으려고 하지 말라
자발적인 추방자가 되라
너의 인생의 모순들을
숄처럼 몸에 두르라
날아오는 돌들을 막고
너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사람들이 환호하며
광기에 굴복하는 것을
지켜보라
그들이 의심의 눈으로 너를 보면
너도 의심의 눈으로 화답하라

추방자가 되라
초라해 보여도
홀로 걷는 것을 즐거워하라
아니면 혼잡한 강바닥에서
성급한 바보들과
줄을 서야 한다

사랑받으려고 하지 말라
추방자가 되라
죽은 자들 사이에서
살 자격을 얻으라

- 앨리스 워커 <사랑받으려고 하지 말라> 일부 (류시화 옮김)


자발적인 추방자가 된다는 것은 집단 속에 매몰된 자아를 찾는 일이다. 다발에 묶이지 않고 한 송이 꽃으로 고고하게 서는 일이다. 사랑받기 위해서 타의적인 삶을 살지 않으며, 집단으로부터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하지 않는 일이다. 타인의 생각을 의식하는 것만큼 큰 감옥은 없다. 타인이 당신의 여행을 이해하리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어차피 당신과 같은 여행을 하지 않을 사람들이니까.

필요한 것은 ‘사랑받지 않을 용기’이다. 사랑을 구걸하지 않으려면 고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군중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강둑에서 자신의 방향을 정할 수 있다. 사람들이 당신을 곁눈질로 쳐다보면 당신도 곁눈질로 보며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모순덩어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모순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합리적인 머리만으로는 멋진 춤과 음악을 만들 수 없다. 사람들이 나를 추방하기 전에 나 스스로 추방자가 되어야 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신이 준 선물이다.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 저
더숲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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