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옆에는 항상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있다. 이 책들은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할 책으로 으로 나뉘어진다. 근데 읽고 싶은 책은 항상 줄지를 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고 읽어야 할 책들만 자리바꿈을 하고 있다. 읽고 싶어 하는 책은 그래서 나에게는 동경이 된다. 시간에 쫓겨도 읽고 싶은 책을 바라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읽어야 할 책들, 어떤 의무적인 책에 대한 강박이 사라졌다.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떨쳐버리니 조금은 삶에 여유가 많이 생겼다.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은 꽤 오래 읽어왔는데, 김연수를 좋아하지만 이 책은 산문 가운데에서도 소설가의 산문이라는 주제로 쓰인 책이라 의외로 덤덤하게 읽힌다. (어찌보면 시시콜콜한 잡담이나 신변잡기글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김연수 작가가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소설가가 되고 난 이후부터 창작을 하기 위해 세계와 고군분투하는 소설가의 생각이 잘 담겨있다. 그럼 소설가들은 소설을 창작하기 위해서 어떤 기조로 플롯을 완성해 나갈까? 소설가 김연수는 소설을 창작하기 위해 세계에 항상 두 가지 질문을 했다고 한다. 바로 의문사 왜? 와 어떻게? 라는 질문이다. 모든 문장에 이 두 가지를 갖다 붙여 생각을 하다보면 하나의 플롯이 완성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의문사는 소설의 몸통이 되고 곁가지로 붙는 것들은 이야기의 구성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는 에밀 졸라, 필립 로스, 오르한 파묵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문학가인 동시에 정치적 행보를 하였던 인물들이다. 문학과 정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문학과 정치는 서로 상보적 관계에 있다. 미셀 푸코는 문학을 ‘시뮬라르크(개념)’의 공간이라 했다. 그처럼 정치 역시도 시뮬라르크이다. 이것은 삶에서 모든 것을 개념화하는 정치하는 존재이어야만 인간적 삶이 가능하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 기초하는 것이다. 이성과 언어를 기초로 하여 인간과 공통의 문제를 소통을 가능케 하는 행위는 문학이어야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문학가는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나는 소설가들이 정치적 소설을 쓰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소설가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김연수가 말하는 소설가의 5단계는 다음과 같다.
펄펄 끓는 얼음에 이르기 위한 5단계1. 생각하지 말자. 생각을 생각할 생각도 하지 말자
2. 쓴다. 토가 나와도 계속 쓴다.
3. 서술어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토해놓은 걸 치운다.
4. 어느 정도 깨끗해졌다면 감각적 정보로 문장을 바꾸되 귀찮아 죽겠다는 생각이 들때까지 계속!
5. 소설을 쓰지 않을 때도 이 세계를 감각하라.
서사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인생을 두 번 산다. 처음에는 그냥 닥치는 대로 살고, 그 다음에 결말에 맞춰 두 번의 플록 포인트를 찾아내 이야기를 3막 구조로 재배치하는 식으로 한번 더 산다.
소설가의 일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말하라면,나는 “할 수 있는 한 가장 느리게 글 쓰는 일”이라고 대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