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산 작가의 웹툰을 기다리는 일은 꽤나 즐거운 일입니다. 매주 연재되는 “시동”을 기다리면서 즐거웠는데, 영화가 나온다니 의리로라도 봐야겠다 싶어서 보았습니다. 보고 바로 리뷰를 썼어야 했는데, 이미 극장에서 내려갔네요. 웹툰도 영화도 무엇 하나 결론을 내 주지는 않지만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조금산 작가의 힘이죠.
“시동”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어설픈 반항아 택일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인생을 맞닥뜨리는 이야기이고, 이제 시동을 걸었을 뿐입니다만 제대로 걸렸는지도 알 수 없네요. 무슨 이유인지 혼자 택일을 키우는 전직 배구 선수 엄마, 반항기가 있으나 정 많은 택일, 확신했던 직장에서 힘든 일을 겪게 되는 상필, 어떤 사정인지 길을 헤매고 있는 경주, 그리고 쓸쓸한 공사장과 더 쓸쓸한데 아무도 쓸쓸함을 알 수 없는 거석이 형. 이야기가 조금은 거칠지만 우리의 삶이 그렇듯이 웹툰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힘이 있는 이야기는 웹툰이 끝낼 때까지 이어지고 택일이가 대박 나지 않더라도 그 끝에 왠지 마음이 온돌방에 누워 있는 기분이 듭니다.
영화도 같습니다. 지금 현재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들의 이전 삶은 몇 가지 장면과 몇 마디의 대화로 유추해 볼 수 있죠. 자신의 과거의 삶이 그렇더라도 삶은 살아가야 하니까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매력이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영화로 보니 더 좋더군요.
물론 거석이 형이 조금 더 이상한데 웃기고 폭력적이어야 하는데, 영화의 시간 상 다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쉽고, 상필이가 너무 잘생겨서 이상했습니다만, 박정민 배우는 보는 영화마다 감탄을 하게 그 배경에 딱 맞게 변신하네요. 염정아 배우를 이 영화에서 볼 수 있어서 반가웠고 공사장 역의 김종수 배우님, 소영주 역의 최성은 배우님도 멋졌습니다. 치킨으로 눈물 찔끔 나게 만들었던 윤경호 배우님의 연기도 매력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