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메르 신화를 모티브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빚어낸 운명극복과 사랑의 대서사시!
☆ 여주인공 - 레니에
남국 엘데 섬의 노예 소녀.
부모를 모르는 고아로 일곱 살 무렵에 들렀던 신전에서 운명을 결정한다는 여신 이난나의 신탁을 받게 된다.
남들은 축복이라는 신탁이 어린 소녀의 마음에 도저히 축복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신탁을 거부하기로 한다.
여기저기 팔려다니던 중 기치다에 의해 황금숲의 신전 노예로 가게 되는데, 우여곡절 끝에 도망쳐서 북국에 있는 백염산맥의 동굴 속으로 숨어든다.
거칠게 휘몰아치는 눈과 바람 속에서 부상당해 다 죽어가는 소년 쿤의 목숨을 구해주게 되고, 쿤이 나을 때까지 동굴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다.
어느 날, 쿤은 자신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마치고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채 떠난다.
☆ 남주인공 - 쿤
수인종족이라 불리는 북국 소금산 부족의 장자.
다른 부족의 배신으로 인해 가족들을 모두 잃고 부상을 당한 채 추운 겨울의 북국 산 속에서 쓰러져 있다가 레니에에게 구해진다.
은혜와 원한의 개념이 확실한 북국 부족 출신답게 자신을 살린 레니에에게 자신의 목숨을 건다.
동굴 속에서 함께 지내는 동안 레니에에 대한 감정이 싹터 깊어지나, 부족의 장자이자 후계자로서 반드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떠나게 된다.
☆ 서브 남주 - 기치다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천족이자 황금숲의 신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출중히 아름다운 외모와 천족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이런저런 견제를 받아 신전 노예를 사러 다니는 별로 비중이 없는 일을 한다.
그렇게 이곳 저곳을 다니며 자신이 산 노예 중의 하나였던 어린 레니에와 황금숲으로 돌아오는 여정 속에서, 또 황금숲에서의 생활 속에서도 레니에는 그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천족으로서의 막중한 임무와 레니에를 향한 감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장르는 로맨스 소설이지만, 이 작품이 기본적으로 전제하는 바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인간 스스로의 의지, 그 의지를 향한 끊임없는 노력, 운명마저 극복하는 불굴 의지의 숭고한 가치가, 작가의 상상력과 수메르 신화 속 이야기가 어우러져 대서사를 이루어 내네요.
마지막 반전까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독자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작품 속의 세계관을 비롯하여 내용과 구성 등이 매우 흥미롭고 재미도 있는데다가 탄탄한 전개까지 여러가지 면에서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단순한 로맨스나 판타지가 아닌, 스토리 구성과 내용 전개, 캐릭터, 사건의 인과관계, 개연성 등의 면에서 완성도가 높은 글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ㅡ 인상적이었던 부분 ㅡ
<1권>
위대하신 이난나께서 말씀하신다.
너를 사랑하는 두 명의 사내가 보인다.
네가 사랑하는 두 명의 사내가 보인다.
너를 죽이는 두 명의 사내가 보인다.
네가 죽이는 두 명의 사내가 보인다.
……역시 받지 않는 게 좋겠어.
저는 할머니 신관님의 신탁이 더 길게 이어지기 전에 얼른 새로운 말로 꼬리를 달기로 했어요.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두 명인 것보다는 한 명인 게 좋고, 죽이는 것보다는 살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할머니처럼 몸을 앞뒤 좌우로 건들건들 흔들면서 홍알홍알 말했어요.
용감하고 씩씩한 레니에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사랑하는 한 명의 사내가 보인다.
나를 사랑하는 한 명의 사내가 보인다.
내가 살리는 한 명의 사내가 보인다.
나를 살리는 한 명의 사내가 보인다.
<2권>
레니에의 가장 큰 장점은 움직임이 빠르다는 것이었는데, 불행히도 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이 무지막지한 데다 움직임 역시 레니에만큼이나 빠르고 기척조차 없었다. 감지되는 것은, 오로지 살기. 온몸을 시커멓게 감아 오르는 살기의 방향뿐이었다.
살기조차 느끼지 못하고 목이 떨어져 나간 세데크, 살기만으로 오줌을 지리며 떨던 키시. 한 부족을 몰살하고 단숨에 북국을 통일한 피의 군주, 소금성의 루갈 쿤.
그렇게 순박하고 순진한 웃음을 짓던 소년은, 나를 아프게 할까 봐 그렇게 조심스럽게 내 몸을 매만지며 손을 떨던 소년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이번 임무만 완수하고 오면, 네 가장 간절한 염원을 이루어 주겠다.
기치다 님, 제 간절한 염원이 뭔지는 정말 알고 계세요?
이번에 목숨을 거둬 와야 할 자는.
이자의 목숨을 거둘 기회는 지금 한 번뿐인데.
분열돼 있던 열두 개 부족을 통일한 북국의 왕, 쿤이다.
명령이니 최선을 다해 따르겠지만…….
내 마지막 명령이다. 무사히 돌아오너라, 레니에.
……저는 무사히 못 돌아갈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