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삶을 견디는 기쁨

[도서] 삶을 견디는 기쁨

헤르만 헤세 저/유혜자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헤세의 에세이를 그의 창작품보다 많이 읽지 않았나 한다.

데미안과 싯다르타, 수레바퀴 밑에서를 다 어려서 읽었는데( 수레..는 갖고 있었으니 읽었던 것 같으나 기억이 더 없는),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없고,

에세이는 근래 참 마음을 들여 읽었다.

 

오랜만에 그의 에세이를 다시 접하면서, 역시 새삼 헤세의 글은, 누가 어떻게 번역했든, 헤세만의 글이 있구나, 하는 느낌이 전해졌다.

자연스러운 글임에도 느슨하게 절대 읽혀지지 않는 글,

그런데도 그 긴장 속에서 읽는 내용은 담담하고 맑고 정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기운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여러 다른 번역본을 조금 참조해서 내 이해를 좀 더 살피는 노력을 수반시켰다.

어떤 번역이 탁월하게 더 낫다라는 것도 아니고, 한 편의 글에서 어느 문장, 어느 문단은 어떤 번역본이 조금 더 수월하게 다가오고, 그러면서도 각 번역은 전체로서 유기성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자잘하게 문장을 다른 번역본으로 여러번 찾아 읽은 후에도 이 책으로 돌아와 세번째를 읽은 글이 있으니 <잠 못 이루는 밤>이 되겠다.

나는 그들 모두가 가능하다면 고통 속에서도 인내하며, 마음의 상처가 깨끗이 치유되기를 원한다. 또한 채신머리없이 자신의 건강을 자만하면서 천방지축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졸음도 느끼지 못한 채 내면의 삶이 짜증스럽게 겉으로 올라오는 그런 밤을 언젠가 한번이라도 보낼 수 있게 되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50,51

이 부분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아, 찾은 다른 번역들이었는데 , 의외로 다른 번역에서 다른 느낌, 다른 메세지가 전달되어서 어느 것이 헤세의 원문에 가까운지 궁금해졌다. 때문에 전체 글의 다른 부분도 덩달아 살피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 읽은 후 드는 생각은 조금 더 직역해서 번역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그리고 직역인지 의역인지 구분도 애매하지만, 직역이 독자의 머리속에서 다시 구성되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내 생각이 감히 들어 서평에다 써본다.

 

유독 그의 책에서는 노쇠힌 헤세의 사진들을 우리는 보게 된다. 오래동안 늘 생각하고 생각하기를 한번도 소홀함없이 했을 헤세라서 젊은 시절보다 그만큼의 숙성된 인생을 보여주는 사진이 더 그의 글을 의미있게 전달한다고 여겨서일까.

이번에 이 책에서도 그의 몇 점의 사진과, 문외한이 보기에 꽤 좋아보이는 그의 시선으로 본 풍경이 있는 그림들에서 헤세의 존재가 참 크게 느껴졌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고, 중간에 시도 있고(나는 그의 시는 좀 의외로 와닿지가 않는데, 그건 독일어와 한국어의 간극이 커서일까?), 그림도 있다. 이 책이 한국 출판사에서 편집된 글들의 모음집인지, 아니면 외국(독일 등)의 출판 편집본의 번역본인지, 헤세가 이렇게 손소 모아 낸 출간물의 번역본인지 정확히 표기가 되어 있지 않은 점이 아쉽다.

 

번역가의 옮기는 말을 읽다보니, 헤세가 '삶을 견디는'이라고 이 책에 제목을 붙였지만, 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그러고보면 헤세는 책에다 자신이 지은 제목을 붙인 것 같고, 그것을 근간으로 이 책을 번역한듯한데 맞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삶을 견디는, 이라는 표현문구가 전해주는 바처럼 인생에서 마주하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들을 돌아보게 해주는 글들이 모아져 있다.

나는 1부의 작은 기쁨, 무위의 미학, 잠 못 이루는 밤 세 편의 글과 사이의 두 편의 시를 읽고 지금 이 서평을 쓰는데, 세 편 전체에서 주는 메세지 중 하나는 서두르지 않는 시간에 관한 것이라 보인다.

 

분주한 삶이 인생의 참된 기쁨을 앗아간다는 것 , 그래서 바쁘게 무언가를 꼭 해야한다는 질주에는 초연히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한다

굳이 어느 오페라 공연의 초연을 보지 안ㄹ아도 된다는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큰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생각하지만...

 

책벌레라고 불리는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신간 서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때 함께 대화를 나누지 못하게 된다면 스스로에게 짜증이 날 수도 있다.

14,15/ 16,17

정신적 노동마저도 오랜 전통을 잊은 채, ...세상은 우리로 하여금 얼른 유아기에서 벗어나 끈없없이 노력하고 쉴 새없이 달리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삶으로 여기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세태 속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아름다운 예술이 그랬듯이 적당하게 게으름을 피우며 향유하던 무의의 미학도 아득하게 멀어져 갈 뿐이다.

24,25

급하게 읽는 책, 완독을 질주로 한권 한권 빠르게 책장을 넘겨서 덮어 권 수를 채우는 독서, 서둘러 책 한권의 내용을 줄거리 전달에 의미만 두고 아이에게 읽어주는 책...돌아보게 하지 않는가.

 

작가와 같은 예술가들의 휴지기,에 대한 그의 생각들도 참 좋다. 남들이 무위에 젖어보이는 예술가들에게 의구심을 던질 수 있고, 비난이나 걱정같은 시선에서 무위의 시간을 누리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고, 스스로 그런 시간들이 예술가들에 힘들게 느껴질 수 있을텐데 그런 시간을 어떻게 자신이 하는 예술활동과 행위로 끌어당기고 수용해햐 하는지 그의 굳건히 견지되는 태도는 굳이 예술이 아닌 다른 일에도 지침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하고 서평을 마치고, 나머지는 헤세가 권해주는 가르침대로 천천히 읽어가며 다시 기회가 될 때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아침에 일터러 갈 때에 만나게 되는 나와 반대 방향에서 오늘 사람들을 보면,

겨우 잠에서 깨어나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빠른 걸음으로 발길을 재촉하느라 딴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서두르면서 바닥만 보고 겉거나 기껏 시선을 들어도 지나가는 사람의 옷차림이나 얼굴만 훑어볼 뿐이다.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딱 한 번이라도 시도해 보라. 한 뼘의 하늘은 어느 하늘 아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굳이 파란 하늘일 필요도 없다.

16,17

 

 

굳이 파란 하늘,

한 뼘의 하늘,

아침에 등교길에 지각을 좀 많이 하여 주의를 받은 어느 날 이후, 나는 온 아침 에너지를 간신히라도 지각을 면하는 그 과업에 실패하지 않는 것에 다 쏟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다른 출근, 등교하는 이들은 안중에도 없이, 나 바빠요. 하며서, 그 어떤 방해도 받고 싶지 않겠다는 철저한 의지와, 방해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을 아이들을 대하는 내 태도와 행동에서 읽어달라는 듯이 ...나는 그랬다.

헤세가 있던 시절의 독일 아침 모습, 그 씁쓸해하는 헤세의 시선이 내게 와 닿아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마음이 따끔하고 부끄러웠다.

 

모든 것이 빠르고 정신없이 변하는 우리 생활에서...그런 감정은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봐야 하는 침대 곁이나 관 옆에서, 혹은 혼자 떠난 외롭고 긴 여행에서 돌아오는 순간에 큰 고통을 느끼며 경험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잠못 이루는 밤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 시간만이 외적인 충격없이도 우리의 영혼을 그대로 드러내면서...솔직힌 감정을 의식하고, 마음껏 슬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46,47

외적인 충격이 없어도 나의 부끄러운 줄 모르고 걸어온 길을 회상과 양심의 거울 앞에서 설 수 있게 , 내게도 잠 못들고 마음껏 슬퍼할 (괴로워하며 참회할) 시간이 허락되도록...

 

<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moonbh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1.08 22:00 댓글쓰기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