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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도서] 파친코 1

이민진 저/신승미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소설 파친코의 원서가 출간되었던 2017년 당시 뿐만 아니라 2018년 국내에서 번역본이 출간되고 그 이후에도 외서와 국내서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항상 올라와 있어 궁금해 하면서도 언젠가 읽겠지.. 하며 미루다 올초 애플TV에서 드라마가 이슈가 되고 나서야 뒷북치듯 책을 찾았지만 판권완료로 책이 절판되며 도서관에서 예약하고 순번을 기다리다 보니 의도치 않게 2권을 먼저 읽고 1권을 읽어야 했었다. 그게 벌써 두 달 전이다. 다행이 드라마가 1, 2권의 내용을 혼합하여 과거와 현재(소설 속 시점에서)를 오가며 그리다 보니 순서를 바꿔 읽어도 전반 내용을 파악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당시 번역과 관련된 논란도 꽤 많았지만, 시즌제로 준비중인 드라마에서 아직 책의 전체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 데 주로 집중을 하다보니 선자와 이삭이 오사카로 간 이후 3개의 이름을 사용했던 부분에서 그들의 성인 '백'을 왜 '보쿠'라고 번역이 되었냐 외에는 번역 부분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출판사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이 된다는 보도가 나오다 보니 그 떄 다시 제대로 읽자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다.

 

책이 나오자 마자 1권을 구입하고도 일부러 2권이 출간될 때까지 읽지 않다가 2권을 받아보고 나서 이번엔 2권을 순서대로 읽었다. 이전 판을 읽은지 2달 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드라마를 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내용은 동일하기에 이번 리뷰에서는 전반적인 내용 보다는 이 소설을 다시 읽으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될 것 같다.

 

 

 


[사진] 파친코 일본어판(パチンコ(上)) 의 주요 등장인물 소개 부분

 

참 쓸데없는 짓이지만 이 소설을 보며 주인공의 일본 이름(성)이 왜 '보쿠'로 번역되었는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한국어판에 굳이 일본어 원서 사진을 넣은 이유는 이 부분 외에도 영어 원서에서도 일본어를 표기한 부분이 왜 이렇게 쓰였는지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단어인지 찾는데 오래걸린 단어들이 여럿 발견 되었기 때문이다. 사진 속 빨간 상자(백이삭의 가족들 이름)를 보면 'パク(파쿠, 백 >> 한국어의 모음 'ㅐ'를 표현할 수 발음이 없어 '파'라고 표기한 것 같다.)' 라고 표기하고 있다. 근데, 한국어 번역본은 왜 '보쿠'일까 계속 찾아 봤는데, 원서에 영어로 'boku'로 표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 허무한 결말이다. ^^;


 

 

두 달 만이긴 하지만 분명히 내용에 더 신경을 쓰며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이 책에 이런 내용이 있었나..' 하는 순간이 너무 자주 찾아왔다. 도서관에서 대출해 본 책은 이미 반납을 해 버려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다행이도 2018년 번역본의 온라인 소개란에 앞 부분의 미리보기 부분이 아직 남아있어 비교하며 읽다보니 번역 과정에서 달라진 표현이 꽤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내용 자체가 달라질 이유는 없지만, 번역에 따른 표현 만으로도 같은 내용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거나 새로운 내용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런 상황을 자주 마주치게 되자 마침 영어 원서를 가지고 있어 어설픈 영어 실력이지만 해당 부분을 찾아 확인해가며 읽었다. 그랬더니 읽는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앞서 들었던 생각은 점차 사라졌다.

 

달라진 표현들을 몇 개 확인해 보면 이렇다. 선자의 부모 훈이와 양진이 하숙집을 어렵게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이전판에서는 ''~ 매달 꼬박꼬박 집세를 지불하지 않고는 ~' 라는 내용을 신판에서는 '마름(지주를 대리하여 소작권을 관리하는 사람, p.27)' 이라는 2글자로 표현하고 있었다. '~ 짚신을 만들어야 ~' 라는 표현은 '~ 짚신을 삼다(짚이나 삼실 따위를 결어서 만들다, p.30)' 로 표현하고 있었고, '~ 고개를 끄덕였다 ~'는 '~ 고개를 주억였다. ~  (p.35)' 로 표현했다. 해당 부분을 원서와 이전 번역판에서는 모두 동일 단어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번 번역판에서는 동일 단어도 같은 내용을 번갈아가며 표현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어려운 용어를 쓸 필요가 있었나 싶기도 했다. 마치 그전에 없었던 새로운 내용을 읽는 듯한 착각이 여러번 들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개인적으로는 쉬운 표현을 썼으면 했지만, 그래도 바뀐 번역이 옳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선자가 이삭과 결혼 후 오사카에서 생활을 하다 이삭이 순사에게 잡혀간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이삭의 직업이 목사이다 보니 성사와 관련된 내용이 이 소설에 꽤 자주 등장한다. 눈에 띄었던 단어는 '풀무불(p.242)'로 번역된 부분이었다. 해당 부분의 원서를 찾아보니 용광로 라는 뜻의 'furnace'였다. 번역된 문장만으로 보았을 땐 불 속으로 뛰어 드는 불나방 이라는 뜻으로 이해했는데, 해당 단어를 찾아보니 '풀무불'과 관련된 이야기가 성서에 등장하는지 관련 포스팅이 꽤 많이 나왔다. 이런 단어의 경우는 굳이 풀어쓰기 보다는 그래도 쓰고, 주석으로 해석을 달아주는 편이 좋다고 생각된다. 이런 부분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두 번째 읽는 것이지만, 내용에 더 집중하자던 본래 목표와 달리 의도치 않게 새로운 번역에 더 집중해서 읽게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덕분에 원서만 달랑 있었더라면 분명 제대로 펼쳐보지 않았을 원서도 꽤 많이 펼쳐 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원서에서 특이하게 표기된 단어도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soo nee' 라는 부분이다. 이 단어는 정말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포털 검색만 몇 시간을 했던 것 같다. 이 단어는 일본어로 'そう-ね(소우네~, 그렇네요)'를 표기한 거였다. 일본어 사전에서도 히라가나가 아닌 알파벳으로 검색할 때는 발음대로 'soune'라고 입력해야 검색이 되는데 말이다. 나처럼 'soo nee'가 뭘 말하는 건지 몰라 헤맨 사람들이 국내 블로거 외에도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도 꽤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도 왜 이렇게 표기된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일본어 품사와 관련된 포럼 관련 내용을 포스팅한 글에서 'そう'를 'soo''로 표기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해당 포스팅 https://blog.naver.com/faithbelief/80012227192) 2005년 포스팅이라 현재에도 그대로 유효한 내용인지는 모르겠다.

 

1권은 이전판에서도 신판에서도 선자와 이삭이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부산의 한 교회를 찾았다 선자가 신목사로부터 종교적인 이유로 모욕 아닌 모욕을 당하는 부분과 종교적 내용이 공격적으로 나오는 부분은 참 견디기 어려웠던 것 같다. 두 달 전도 그랬지만, 1권에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이 번에도 똑같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소설 읽겠다고 책 펼쳤다가 어학 공부를 잔뜩 한 시간이었다. 뭐 그것도 나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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