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개월 전에 한달 넘게 순번을 기다리며 1권을 막 읽은 참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2권이 출간된다는 소식이 있어 하루가 멀다하고 기다리며 도서관에 예약을 하고 드디어 멀지 않은 시기에 2권도 읽게 되었다. 책을 기다리면서도 1권을 받을 때만 해도 사실 기대를 하지 않았던 책이다. 10년 넘게 고쳐지지 않지만 소설을 읽을 때는 앞 부분의 50페이를 넘기는게 항상 고역이다. 다 읽고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 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평소에 비하면 그 고질병을 너무 쉽게 넘겼고, 중간에 읽다 볼 일 있어 책을 잠시 덮고 나갔을 때도 다음이 궁금해 얼른 들어가고 싶게 만들었던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였는지 그 다음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1권이 청파동의 겨울을 배경으로 했다면 2권은 1년 반이 지난 청파동의 여름을 배경하고 있다. 물론 최신 출간본 답게 코로나가 한창 유행중인 것도 배경 중 하나다. 1권을 볼 때도 그랬지만, 중간 중간에 현재 사회 상황(예: 코로나와 마스크, 최신 드라마나 유행가 등)과 관련된 진짜 명칭을 만나게 되면 은근히 반갑다. 분명 창작이고 현재 시점을 다룬 책이라 하더라도 소설 속에서 실제의 무언가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드물기 때문이다. 심지어 드라마에서조차 PPL이 아니라면 명칭을 살짝 바꾸는 편인데, 많지는 않지만 그대로 등장해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소설 속 시기가) 1년 반이라는 시기가 지난 시점이다 보니 청파동 ALWAYS 편의점에도 변화가 있었다. 사장도, 점장도, 심지어 알바생까지 모두 싹 다 바뀌었다. 물론 일부는 직위가 바뀐 상태이긴 하지만 말이다. 기저질환이 있었던 천사같은 사장 염영숙 여사는 언니가 있는 양산으로 가며, 그의 망나니 같은 아들 민식이 이 곳의 사장이 되었다. 사업 자금 대겠다며 어떻게든 편의점을 팔아치우려 안달하던 그가 어쩐일일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오지랖 넓고 화많은 50대 아줌마 선숙은 영숙의 간곡한 부탁으로 점장으로 승진한다.(사장넘 덕분에 아주 형편 없는 대우로..) 그리고 독고 아저씨를 대신해 야간 자리를 맡았던 곽씨 아저씨도 이제 서서히 나갈 준비를 한다. 1권에서도 그랬지만 2권에서 역시 주요 등장인물의 변화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시기가 지나고, 등장인물의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이 책이 2권이라는 말은 1권의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리즈로 출간되는 모든 소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의 경우는 1권을 읽어야만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2권만 읽어도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크게 불편하거나 하는 점은 없지만, 책을 읽으면서 추가로 등장하는 관련 인물들의 연결고리를 보며 순간 순간 '아 이사람.. 혹시 1권에 등장했던 그 사람..', '어, 이 내용은 1권에서 등장했던 그 내용의 연속??..'이다 싶은 부분이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읽는 독자에 따라 이 부분 때문에 호불호가 생길수도 있겠다 싶었다.(실제로 책을 기다리며 리뷰를 읽다보니 내용 전개가 전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겹쳐 지루하다는 말도 있었다.) 그렇지만, 내 경우는 오히려 3달전 읽었던 그 책을 다시 상기시키며(물론 책은 이미 반납한 상태라 리뷰를 보며 다시 상기시켜야 했다.) 내용을 되짚어 보며 2권의 내용과 연결시켜가며 읽었다. 그러면서 전작과의 이런식의 연결 방식도 있구나 하며 퍼즐 마춰 나가는 것 같아 은근히 재미있었다.
물론 앞서 다른 리뷰어의 이야기처럼 이 책의 전개 방식도 1권과 유사하다 한여름 청파동을 지키는 편의점 ALWAYS에 손님이 찾아오고 독고 아저씨, 그리고 독고 아저씨가 떠나며 자신의 정체를 파헤치던 전직 형사 출신 흥신소 사장 곽씨 아저씨 후임으로 들어온 자칭 '홍금보'가 청파동 ALWAYS의 밤을 지키며 찾아오는 손님들과의 사연을 풀어가는 식이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이 편의점이 '불편한 편의점'으로 불리게 된 주요 시간대인 밤을 지키는 이들의 등장한 사연이다. 독고 아저씨나 곽씨 아저씨 못지 않게, '홍금보(이름은 황근배)' 역시 이 곳의 밤을 지키게 된 계기가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 겉으로만 보기에 다른 점은 전임 2명의 아저씨들에 비하면 이번 밤 지킴이는 말이 아주 많다는 것 정도.. 그리고 한 덩치 하며 홍금보를 쏙 빼닮은 청파동 ALWAYS 밤 지킴이가 강사장(원래 사장인 영숙의 아들)을 변화시키는 장면도 조금 뜸금 없지만 싫지는 않다.
다만 본편만한 속편 없다는 말이 2권을 보며 나올뻔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1권에서 그랬듯 2권 속 다양한 사연들 역시 크게 울림을 준다거나 하는 일 없이 그냥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뜸금 없이 끼어든 막장 요소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편의점을 찾는 손님들 각 각의 사연을 보며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슨 아침드라마도 아니고, 천사같은 염영숙 여사 참 자식 농사는 왜 그럴까.. 1편.. 그리고 2편 2/3 지점까지만 해도 아들 민식이 진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 집안의 진짜 문제는 딸 민정인 것 같았다. 잘한다 잘한다 계속 칭찬만 해주면 정말 자기가 세상 최고인줄 아는 그런.. 그렇게 늘 인정받으며 의사가 된 딸 민정은 이제 바통터치라도 하듯 민식에 이어 자기 병원 건물 매입을 위해 편의점을 팔아야 된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그것도 기저질환이 있어 지방으로 갔던 염여사가 치매 초기인 '경도인지장애' 판정을 받은 직후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병원 건물 매입으로 몇 대가 먹고 살 수 있다는 둥 어머니 치매 대비를 해야 된다는 둥.. 막장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스토리를 녹음기 틀어놓은 듯 늘어놓는다. 핑계 거리를 잡기 위해 편의점을 찾아 알바생에게 '천박'하다는 말까지 써가면서 말이다. 굳이 이 어려운 시기에 잔잔히 흘러가도 될 이 스토리에 넣어야 했을까 싶을 정도이다.
그러한 자식들의 행동을 보며 아무 생각, 아무 대책 없이 있을 염여사도 아니지만, 어쨌든 '홍금보'라는 청파동 ALWAYS의 밤지킴이 덕분에 달라진 '민식'의 행동으로 인해 염여사 집안의 문제도 살짝 찝찝한 감(여전히 못마땅해 하는 딸 민정 때문에..)이 없지 않기는 하지만 일단락 된다. 2권 속 등장하는 손님들의 사연도 1권과 유사하게 해결되기도 하지만, 막장 요소를 제외한 2권의 묘미는 홍금보가 청파동 ALWAYS를 찾게 된 사연과 그가 1편의 인물들과 어떻게 연결돼 이 이야기를 마무리 하는가이다. 여기에는 1권 에서의 까칠했던 '정인경 작가'도 한 몫한다. 그리고 1권 첫 번째 등장했던 공시생 '시현'도 마지막에 등장하며 염여사와 재회하고 서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응원해주는 장면도 반갑다.
어쨌든 2권을 다 읽고난 개인적인 느낌은 딸 민정을 제외하고는 나름 꽉 막힌 해피엔딩인 것 같다. 그리고..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소설은 딱 여기까지만.. 이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 이상 이어진다면.. 읽다가 중단하고 볼 일 보러 나갔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 빨리 돌아오려고 했던 그 시간들 마저 후회될 것 같다. 음.. 다음에는 김호연 작가를 청파동 ALWAYS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1권의 이야기와 나름 퍼즐 맞추든 재미있게 읽은 것 같다. 소설 속 딸 민정의 행동과 사고방식 때문에 상당히 꼬여버려 불만 토로하듯 리뷰를 써 버렸지만, 2권도 꽤 재밌다. 그냥 정말 편하게 편한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 울골질 : 지긋지긋하게 으르며 마구 덤비는 짓
* 호승심(好勝心) : 반드시 이기려는 마음
* 상성(常性) : 정하여진 일반적인 성질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있고, 그 때는 '나'가 아니라 관찰자의 시점으로 자신의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배웠다. (p.27)
"소. 확. 행. 무슨 뜻인지 맞혀봐."
"소········ 소맥은 확실한 행복 ?" (p.123)
"나이가 들수록 자기에게 있는 세 가지를 잘 파악해야 한다더라. 먼저 내가 잘하는 일을 알아야 하고, 그다음내가 하고 싶은 일을 알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알아야 한다더라고." (p.143~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