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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가 시작된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괜히 마음이 바쁘다. 이것 저것 손을 볼 곳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우선 지붕에서 내려오는 우수관 밑에 있는 낙엽들을 긁어냈다. 지붕위로 떨어진 나뭇잎이 비가 올때마다 빗물에 밀려 우수관으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감나무와 능수화, 자목련이 지붕위로 우거져 있는데 시들어 떨어진 꽃과 잎들이 장난이 아니다. 자목련은 또 다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봄에 피고 다 졌는데, 왜 또 다시 피는 거야..

 

   옆집과 경계를 이루는 담을 따라 접시꽃이 피었다. 남천 뒤로 씨를 뿌렸는데 알아서 잘 자라더니 형형색색 꽃마저 피운다. 백합들도 자태를 뽐내는데 올핸 흰 꽃 뿐이다. 작년엔 빨간색도 많더니, 올핸 다 어디로 갔지?

 

 

 

 

 

 

  야생화들도 이제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꽃이름이 뭐라고 하던데 듣고도 금방 잊어버린다. 전에는 꽃을 보고도 심드렁했는데, 이곳에 살면서는 길가에 피어 있는 들꽃에도 자꾸만 눈길이 간다. 올해도 능수화는 변함없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꽃들이 떨어지면 줍는 것도 일이지만 그래도 아침 일찍 커피 한잔 앞에 놓고 저 꽃을 바라보면 마음이 상쾌하다. 이사 온 지 삼년째가 되면서 이제 정원이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그동안 죽은 나무도, 꽃도 많았는데 이제는 때가 되면 피어나고 열매를 맺는다.

 

 

 

 

 

 

  감나무를 베어낸 곳에 고추를 심었다. 밭이 늘어났지만 마땅하게 심을 작물도 없고 해서 일단 올해는 고추를 심기로 했었다. 작년엔 탄저병으로 수확량이 좋지 않았는데, 올핸 어쩔지 모르겠다. 간격을 넓히고 세 이랑마다 고랑을 넓게 만들었다. 다행히 고추는 잘 자랐다. 동네분들이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았다고 하신다. 어찌되었던 잘 되었다니 다행이다 싶다.

 

          

 

 

  예전에 감나무 옆에 있던 밭에는 참깨와 감자와 고구마를 심었다. 보기에는 잘 자라는 것 같은데 어쩔지 모르겠다. 감자를 심은 곳에는 감자를 캐고나서 검은콩을 심었다. 삽과 쇠스렁으로 고랑과 이랑을 다시 정리하고서 검은 비닐로 멀칭을 한 후 모종을 옮겨 심었다. 참깨를 심은 이랑 옆으로 하나남은 이랑엔 들깨를 심으려고 하는데 모종이 아직 충분히 자라지를 않았다. 작년엔 직파를 했었는데 참새와 비둘기만 호강시켜 주었다. 동네분들이 힘들게 모종을 내서 옮겨 심는 이유가 다 있었다.

 

          

 

 

  작년에 참외와 수박을 두 포기씩 심었었다. 열매가 달리는 것 까지는 확인을 했었는데 그냥 자라는 대로 두어서인지 먹지는 못했다. 올해 다시 시도해보았다. 참외와 수박이 열렸다. 수박은 옆에 있는 옥수수 밑에 몸을 숨기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열심히 책을 찾아보고 있다. 그래도 먹어 볼 수는 있어야 할 텐데 어떨지 모르겠다. 옥수수는 여기저기에 심었다. 고추 밭에도, 고구마 밭에도, 깨 밭에도 땅이 비어 있는 곳이라면 보름 간격으로 심었다. 가장 먼저 심은 옥수수는 수염이 달렸다. 아마 장마가 끝나면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방울토마토는 아직도 익지를 않는다. 너무 촘촘히 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바람이 통하고 햇빛이 잘 들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무심코 심은 것 같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나, 둘 배워 나간다는 생각이다.

 

         

                                  <수박>                                                     <참외>

 

          

                               <옥수수>                                                   <토마토>

 

  어제는 접시꽃이 피어 있는 담을 정리하다가 벌에 쏘였다. 담밖으로 무성하게 넘어간 나무들의 잔가지를 자르는데 갑자기 왱 하는 소리와 함께 따끔따끔하다. 나뭇가지들이 근처에 있는 벌집을 건드린 모양이다. 다행히 작은 꿀벌이었는데 벌에 쏘인 머리와 눈꺼플이 부풀어 오른다. 따갑고 가렵다. 병원에 가니 시간이 지나면 낫는단다. 동네분들은 벌침도 맞은 걸 보니 이제 시골사람 다 되어간다고 말한다.

 

  이런저런 밭일이나 청소 혹은 정원을 돌보는 잡다한 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럼에도 마음만은 평온하다. 때론 갑갑하기도 하고, 무언가 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젖는다. 땀을 흘리고나서 샤워를 하고 나면 슬며시 잠이 찾아온다. 그렇게 한숨 자고 나면 하루가 지나가지만 지금의 삶이 나에겐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앞만보고 정신없이 살아왔기에 어찌보면 지금의 삶은 내 자신의 삶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제야 내 마음의 집에 돌아왔다는 생각을 해본다. 삼십년 넘게 살아온 삶의 방식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지만 차근차근 새로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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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싱그럽고 보기가 좋습니다. 얼마나 수고를 하셨을까는 접어 두고, 집의 주변이 너무나 깔끔하여 초보님의 삶을 헤아려볼 듯합니다. 접시, 백합, 능소화(?) 등이 가득한 여유와 아름다움의 전원생활을 만나는 듯합니다. 비가 그 모든 것을 완성시켜 주겠죠. 몰론 해도.

    2018.06.28 17:50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능소화에요(아는체 ㅋㅋ)
    쇠스랑이구요.

    옥수수 수염이 살짝 마르면 껍질을 살짝 까보세요.그때가 딸 때. 옥수수가 많으면 옥수수알을 생으로 따서 씻어 얼려요.밥할 때 콩과 함께 넣으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게 제법 먹을만해요.

    옥상에 고추 널면 잘 마르겠네요.

    2018.06.28 18:2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하루

    대단하세요. 더 나이 들어 밭 일구며 살 수 있을까 요즘 그런 생각도 하는데..나에게 떨어지는 땅 한퇴기 있을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듭니다. ㅋㅋ

    2018.06.29 17:28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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