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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도서]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소설이 읽고 싶어진다. 그럴때면 항상 갈등에 빠진다. 분명 읽고 싶은 것은 맞는데 어떤 소설을 읽을 것인지, 혹은 내가 그 소설을 읽고서 이해할 수 있을지 미리부터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작가들의 단편소설이라면 언제부턴가 이해에 어려움을 겪곤 했다. 난독증은 아닌데, 더군다나 모국어로 된 소설을 읽어가면서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몰라 헤매다보면 책읽기는 즐거움이 아니라 짜증으로 변하곤 한다. 조정래나 박완서와 같은 작가들의 소설에선 느끼지 못하던 것인지라 이것이 바로 세대차이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어쩔 수없이 꼰대(?)가 되어버린 듯한 자괴감도 들곤 한다. 안 읽으면 그만인데 그럼에도 가끔씩은 소설이 읽고 싶어지니 그것이 문제이다.


장류진이란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문득 소설이 생각나기에 검색하다가 제목이 맘에 들어 읽었다. 책에 실린 8편의 단편소설을 읽으면서 그다지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소설 속 화자들의 자신의 일에 대한 생각과 일상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는 조금 낯설게 다가왔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라고 하는 내 아이들의 생활이 바로 그러하기에 전혀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이렇게 소설을 통해서나마 내가 살아온 시절과는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설집을 읽은 이유가 충분하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한 장면이 있다. 일과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야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겠지만 예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그것을 헤쳐나가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표제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화자는 IT기업에서 근무하는 막내이다. 회사에서 운영 중인 중고물품 거래 어플을 담당하면서 대표나 개발하는 선배들한테 치이고, 어플에 글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고객을 만나 그녀의 기막힌 사연을 듣고 침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홍콩에서 열리는 조성진 리사이틀을 보기위해 주말 공연과 비행기 표를 예매하면서 다시금 힘을 얻는다. 부담이가는 금액을 결재하면서도 오늘은 월급날이라 괜찮다고 위안하는 모습은 분명 낯설다. 그럼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것으로 인해 활기를 되찾는 모습은 건강해보여 좋았다. 그러나 모든 주인공들이 이렇게 당당한 것은 아니다. 동기로 입사했지만 남자와 여자라는 이유로 연봉의 앞자리가 다르다거나 (잘 살겠습니다), 첫 출근의 설렘과 불안감 (백한 번째 이력서와 첫 번째 출근길), 꿈을 포기하고 삶에 고군분투하는 모습 (탐페레 공항) 등은 안쓰러움과 함께 밀레니얼 세대의 고민이 담겨있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다. 어쩌면 내 아이들의 모습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는 유쾌하게 읽었다. 지유를 짝사랑했던 지훈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후쿠오카로 여행을 떠난다. 남편과 사별한 후 회사를 관두고 혼자서 지낸다는 그녀와 연락이 되면서 갑작스레 결정한 일이었다. 그녀의 가이드를 받아 여행을 하면서 다시금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된 지훈은 그녀의 마음을 잡기위해 자신만의 연애기술을 펼친다. 허나 계산은 엇나가고 지훈은 전화를 걸어 지유를 잡기위해 눈물로 호소하지만 지유는 여유롭게 빠져나간다. 전화를 끊고서 비로소 자신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감을 깨달은 지훈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모처럼 읽으면서 낄낄거리고 웃게 만든 소설이었다. 허나 웃음 뒤의 느낌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소설집에는 무명의 인디뮤지션과 냉장고에 얽힌 이야기를 블랙코미디형태로 풀어낸 [다소 낮음], 가사도우미 아주머니를 통해 고용관계를 다룬 [도움의 손길], 자신의 원룸 오피스텔을 성매매지의 주소로 착각하고 찾아오는 남자들의 천박한 모습과 불안에 몸을 감춘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새벽의 방문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소설을 읽기 전에 들었던, 어쩌면 소설들을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느끼지 못했다. 8편의 소설을 읽으며 각각의 주인공들이 그려내는 삶의 단면을 보면서 젊은 세대들의 삶을 엿본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삶의 모습을 보고 그것이 좋고 나쁘고를 구별한다면 아마 꼰대소리를 들을 것 같다. 작가는 주어진 조건과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각각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은 어떤지를 생각해보라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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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좋아하는 조성진 리사이클을 보러 홍콩까지 가는 소설 속 주인공이 부러운데요.^^ 요즘 젊은이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젊은 작가들의 소설을 거의 안 읽고 있는데 관심 좀 가져야겠어요.

    2020.01.28 10:0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처음엔 월급날이라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그런 용기가 있다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ㅎ

      2020.01.29 18:32
  • 스타블로거 goodchung

    저도 막 읽어본 소설인데 요즘 젊은이들 생각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2020.01.28 15:1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020.01.29 18:32
  • 연서

    김영하작가가 책에 관해 담론을 펼치는 유툽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았어요. 트랜드 책에 대한 험한말이 가득이었어요. 가령 언어의 온도는 저는 꽤 마음에 들었는데, 형편없는 책이라는 평들이 대다수였죠. 책에 대해서 절대적 지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당하게 그 책은 형편없다는 말을 할 수 있게 책을 더 읽어야하나 고민을 했습니다. 이 책 표지 처럼 파스텔톤에 괜찮아괜찮아 하는 책들을 주로 나쁘게 말하고 있었는데, 이 책 표지를 보곤 생각이 났어요^^ 오래된 책만 고전만 읽는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갑자기 책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댓글을 너무 길게 적었네요^^ 소설은 사람의 마음이나 시대를 담아서 그런지, 느끼시는 바를 저도 많이 느껴서 공감이 가네요.

    2020.01.28 17:0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소설은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해주기에 찾아서 읽곤 합니다. 어느 책이 좋고 나쁘고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요. 모든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책도 나에겐 싫을 수가 있음을 또는 그 반대도 있임을 알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

      2020.01.2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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