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나는 왜 쓰는가

[도서] 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저/이한중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조지 오웰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학교 다닐 때가 아니었나 싶다. [동물농장]이나 [1984]와 같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을 언제 처음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내가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다 오래전에 자신이 살았던 시대 광부들의 삶과 사회상을 보고 들은 대로 기록한 르포르타주 [위건부두로 가는 길]을 읽으며 조지 오웰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그래서 양차대전 기간 중 당시 사회를 위협하던 전체주의 풍토를 비판한 [동물농장]과 [1984]를 다시 읽었다. 그리곤 잊어버렸던 것 같다. 그런 조지 오웰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난 것은 얼마 전에 읽은 [더 저널리스트 : 조지 오웰]을 통해서였다. 저널리스트로써 오웰이 작성한 기사와 칼럼, 기고문 등을 묶어 엮었던 그 책을 읽으면서 오웰의 다른 글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웰이 살았던 시대는 파시즘과 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가 뒤섞여 요동치던 시대였고,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조국인 영국의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자본주의를 경계하는 글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대표적인 산문 7편을 묶은 [코끼리를 쏘다], 식민지 인도에서 경험한 경찰간부생활을 토대로 제국주의를 비판한 [버마시절]을 읽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거기서 멈추어야 했지 싶다.

 

이 책 [나는 왜 쓰는가]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살았던 오웰이 쓴 수많은 글 중에서 29편의 산문을 선별하여 엮은 책이다. 특히 표제작인 <나는 왜 쓰는가>는 조지 오웰의 대표적인 산문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통찰을 주었던 글로 알려져 있다. 물론 그 외의 산문들 또한 오웰의 삶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그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게 볼 때 오웰의 작품들을 읽기 전에 이 산문집을 먼저 읽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기 전에 멈추어야 좋았다고 생각한 것은, 최근에 나온 산문집 [코끼리를 쏘다]를 먼저 읽어서이지 싶다. 이 책에 실려 있는 29편의 산문 중 5편이 그 책에 실려 있다. 그래서인지 산문들을 읽어가면서도 중복된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런 느낌은 책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였다. 물론 이 책을 먼저 읽었더라면 오웰의 대표적인 산문을 다시금 읽는 재미를 느꼈을 수도 있었겠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밋밋하게 이 책을 읽었다.

 

오웰은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나는 왜 쓰는가>에서 글을 쓰는 동기를 허영심과 같은 순전한 이기심,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미학적 열정, 후대를 위해 현재를 기록한다는 역사적 충동, 그리고 정치적 목적이라는 네 가지로 구분한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동기는 전체주의에 반대하고 사회적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정치적 목적에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글의 주제는 작가가 사는 시대에 따라 결정되며, 그래서 작가는 글쓰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특정한 정치적 태도를 갖게 되고 거기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예비학교에서 맛보았던 상류층아이들과의 차별, 이튼스쿨에서 실감한 계급차이, 그리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내전 등을 통해 갖게 된 제국주의나 전체주의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이 오웰로 하여금 정치적 목적을 가진 글쓰기를 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인 태도’(294쪽)라고 말하는 그는, ‘내 작업을 돌이켜보건대 내가 맥없는 책들을 쓰고, 현란한 구절이나 의미 없는 문장이나 장식적인 형용사나 허튼소리에 현혹되었을 때는 어김없이 정치적 목적이 결여되어 있던 때였다’(300쪽)라고 고백한다. 이는 그가 저널리스트였을 때 기사나 기고문을 쓰는 이유가 ‘어딘가 존재하는 거짓말을 폭로하고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사실을 조명하기 위해’서였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만큼 글쓰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불편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읽힌다. 오웰은 자신이 정치적 목적으로 책을 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사회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사회주의 정당에 가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무조건적으로 좌파를 옹호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모든 형태의 전체주의에 반대했다. 피압제자의 편에 서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사회주의라고 믿었기에, 당시 지식인 계급이 지지했던 러시아식 공산주의에 비판적 시선을 보낸다.

 

오웰의 글을 읽다보면 흔히 비평가들이 말하는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사회주의를 지지했다’는 그의 사상을 찾으려는 생각이 글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것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때때로 강박관념이 되어 책읽기를 방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비평가들의 말은 어떤 작품을 읽고서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먼저 오웰이 살아온 시대와 그의 삶을 이해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한 이해가 먼저여야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오웰의 자전적인 산문들을 모아놓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이 조금은 넓어짐을 느낀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오웰읽기를 멈추어야겠다. 급하게 먹은 밥이 체하기 싶다는 말처럼 한 번에 많은 것을 알려하다가 흥미 자체를 잃을 것 같아서이다.

 

같은 산문을 두고서 역자들마다 어떻게 번역했는지를 비교하며 읽어가는 것은, 역자를 달리해서 책을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1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조지 오웰은 그래픽 전기로만 만나봤고, 동물농장은 딸아이가 읽는 어린이문고판으로 읽은게 다이기에 조지 오웰의 책은 언젠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번 리뷰에 이어 초보님의 조지 오웰 책 리뷰로 다시 한번 빠른시일 내에 읽어보리라 다짐해 봅니다.^^

    2020.09.20 09:15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어떤 작가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계기가 있어야 시작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저 저널리스트 조지오웰]을 읽으면서 다시금 오웰에게 관심이 생긴 것 같네요. 추억책방님의 책읽기를 응원합니다. ㅎ

      2020.09.28 08:05
  • 연서

    글쓰기는 예술보다는 정치에 가깝지않나? 하는 생각을 했네요. 빅브라더가 나오는 책의 저자가 오웰이던가요? 요즘 너무 기억력이 나빠져서요 ㅠㅠ (그래도 초보님 블로그는 잊지 않았습니당~ ^^)

    2020.09.20 10:28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감사합니다.
      잘지내시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몸이 노화하는 것은(기억력쇠퇴까지 포함해서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ㅎ

      2020.09.28 08:06
  • 파워블로그 하우애

    역자의 역량이 책 내용을 바꿔놓는다는 걸 알고 나서는 번역서 고를 때 신중해졌답니다^^

    2020.09.20 15:4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이 책을 읽으면서 실감했습니다.^^

      2020.09.28 08:07

PYBLOGWEB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