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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7

[도서] 태백산맥 7

조정래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태백산맥] 3부의 제목은 ‘분단과 전쟁’이고, 4부의 제목은 ‘전쟁과 분단’이다. 작가는 6.25전쟁이 분단으로 비롯된 전쟁이며, 전쟁으로 보다 굳어진 분단임을 표현하기 위하여 이렇게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해방이후 좌우 갈등 속에서 분단이 되고, 그 분단으로 인해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나고, 마침내 그 전쟁으로 인해 고착된 분단이 지금까지 이르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적절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백산맥] 3부는 6권과 7권 두 권으로 되어 있으며, 시기적으로는 1949년 10월부터 1950년 11월까지를 다루고 있다. 그 시기가 전쟁 한 해 전부터 전쟁이 일어난 후 중공군의 참전이 시작되는 시점까지인지라 서사의 대부분이 전쟁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1부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던 정하섭과 소화의 이야기는 3부에서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현동이 논을 헐값에 사들여 염전을 만들겠다고 발동기로 바닷물을 퍼올리자 작인들이 사정을 한다. 막무가내인 정현동을 작인 중 한명이 낫으로 찍어 살해한다. 낙안댁이 소화를 찾아와 죽은 남편의 씻김굿을 해달라고 하지만 소화는 거절한다. 낙안댁이 사정사정 끝에 죽은 사람이 하섭이 아부지라고 하자 소화는 마지못해 허락하고 사십구제에 맞춰 굿을 하기로 한다. 소화가 정현동의 딸이건만 정현동이 허무하게 죽음으로써 이제 그 사실은 영원히 묻혀졌다. ‘병풍에 걸쳐졌던 망자의 옷이 내려져 돗자리 위로 옮겨졌다. 그리고 돗자리가 둘둘 말렸다. 다시 돗자리가 일곱 매듭으로 묶여졌다. 돗자리를 세웠다. 그건 망자의 몸이었다. 그 위에 머리를 상징하는 누룩을 올렸다. 누룩위로 병풍에서 떼 낸 넋전과 저승노자인 돈을 넣은 놋쇠 주발인 행기를 올렸다. 행기를 솥뚜껑으로 덮었다. 영돈말이 곧 이슬털기의 준비였다. 망자가 왕생극락을 하려면 이승에 한을 남기지 않고 깨끗해야 하는데, 망자의 원한이 이승에 이슬이 되어 맺혀있기 때문에 그것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그야말로 씻김굿이었다.’ 소화는 긋을 하면서 망자의 혼을 빌어 염전을 만들려던 논을 작인들에게 돌려주라고 한다.  군경의 토벌작전에 도당이 위기에 빠지고 염상진은 어깨에 총상을 입은 정하섭을 소화에게 피신해 있도록 시킨다. 소화는 한 달여를 지극정성으로 정하섭을 간호하고 총상에서 회복한 정하섭이 떠난다. 전쟁이 일어나고 보도연맹 예비검속을 피해 벌교를 떠났던 소화가 다시 벌교로 돌아와 여맹에서 활동한다. 염상진은 소화를 정하섭이 있는 광주로 보내지만, 정하섭과 소화의 광주생활은 열하루로 끝난다. 정하섭이 중간간부 양성을 위한 교육을 받기 위해 평양으로 떠나고 소화는 벌교로 돌아온다. 연합군의 인천상륙작전과 함께 인민군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보성군당에서도 입산을 시작했다. 소화도 당연히 입산대열에 끼었다. 우익의 보복이 두려운 것도 있었지만 정하섭을 만날 수 있는 희망이 오직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3부에서 눈길을 끈 장면도 있다. 전쟁이 일어나자 군경은 보도연맹에 속해있던 사람들을 예비검속한다. 그리고 그들을 밤중에 인근 야산으로 데려가 총살한다. 율어지서장이던 이근술은 그런 명령을 거부하고 율어의 보도연맹 사람들을 모두 살려준다. 인민군이 들어오고 미처 피하지 못한 이근술은 자신이 살려준 작인 집에 숨어있다 잡힌다. 염상진이 그런 이근술을 심문하고 율어 소작인들의 바램대로 조건없이 석방한다. 2부에서 심재모와 염상진이 고두만의 어머니 감골댁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감골댁의 며느리를 율어로 들여보냈던 것처럼, 좌와 우를 떠나 죄없는 사람들 죽이기를 거부했던 이근술과 그런 이근술을 석방하는 염산진의 모습에서 이데올로기를 떠난 따뜻한 인간미가 보인다.

 

2부에서 당시 한국사회가 처한 현실을 좌도 우도 아닌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풀어내었던 이학송이 마치 작가의 분신처럼 읽혔었다. 헌데 3부를 읽으면서 헷갈린다. 서울이 점령당하자 김범우는 이학송이나 손승호가 좌를 위해 일하는 것과는 달리 고향으로 내려온다. 도중에 고창인근에서 인민군에게 붙잡히고 의용군에 끌려 나갈 위험에 처한다. 도당 조직부장인 박두병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 전주에서 도당 문화선전부에서 일하던 그는 인민군이 후퇴하면서 선이 끊어지고 이번에는 미군에게 사로잡힌다. OSS대원이었던 그의 과거가 드러나고 미군은 그에게 정보부대 통역관이 되기를 강요한다. 어쩔 수 없이 통역관이 된 그는 전선을 따라 북으로 올라가면서 미군들이 벌이는 야만을 목격하고서도 그대로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괴로워한다. 그런 김범우를 읽으면서 작가가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한 사람이 이학송인지 김범우인지, 그도 저도 아니고 서민영인지 법일 스님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어쨌든 4부까지 읽다보면 누군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그밖에도 3부에서는 염상구를 죽이려 기습했던 강동식이 오히려 염상구의 총에 맞아 죽고, 강동식의 아내 외서댁은 전쟁이 일어난 후 인민군이 후퇴하자 이지숙, 소화와 함께 입산한다. 또 식민지시대 독립운동을 하다 소식이 끊어졌던 김범우의 형 김범준이 인민군 전남 서부지구 사령관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훗날 [민족경제론]을 쓴 경제학자 박현채가 광주 서중학교 세포책 조원제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작가가 [태백산맥]을 쓰기 위해 지리산을 수없이 사전답사 했을 때 박현채 교수와 함께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제 대하소설은 4부 세 권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 주된 내용은 지리산을 근거지로 한 빨치산과 이들을 토벌하려는 군경과의 싸움일 것이다. 그들의 대립 속에서 민중은 또 다시 억압 속으로 빠져 들 것이 자명해 보인다. 마지막 4부에서는 어떤 장면에 눈길이 머물고 어떤 인물이 나를 사로잡을지 궁금해진다.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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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티라미슈

    태백산맥은 어렸을 때 엄마한테서 들었던 이야기와 겹쳐지는 내용이 있어서 더 진지하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토지와 태백산맥을 읽고, 이어서 아리랑을 읽으려고 하였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아직이네요.
    엊그제 초등학생친구가 [잠들지 못하는 뼈]라는 책을 추천해서 읽었는데 '보도연맹'으로 억울한 죽음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겹쳐지는 부분이 있어 적어봅니다.

    2020.12.02 21:43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현대사에 나타난 비극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0.12.0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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