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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씨앗들

[도서] 나쁜 씨앗들

카티아 아스타피에프 저/권지현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3점

이제 조금 있으면 긴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꽃들이 피어나고 나무들이 새 옷으로 갈아입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꽃과 나무를 보고 즐거워한다.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이미지는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식물 중에는 우리에게 불편을 야기하고 치명적인 종들도 있다. 몸에 닿으면 따갑고, 가렵고 심지어 목숨까지도 앗아간다. 우리는 종종 그런 사실을 잊어버릴 뿐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그러한 식물들은 나쁜 식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식물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식물이 동물이나 인간에게 불편함을 유발시키는 것은 나름대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자구책이기 때문이다. 혹은 인간이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필요없다고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식물학자인 저자가 우리에게 불편함을 야기하는 식물에 대해 쓴 책이다. 식물은 그저 그 자리에서 자기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인간은 자신들의 관점에서 유용과 무용을 따지고 좋고 나쁨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가 식물을 이해한다는 것은 식물의 생리, 진화, 용도에 흥미를 갖는 것이며, 식물의 역사와 식물을 발견한 식물학자들의 이야기를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 책에서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수모와 모멸을 받아온 식물 20여 종 가까이를 선정하여 식물들의 생리와 용도, 그것이 유래하고 전파된 경위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는 양파와 고추, 쐐기풀, 삼나무와 같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식물도 있고, 담배나무나 코카나무, 사탕수수, 대마와 같이 접하기는 어렵지만 그 이름을 익히 들어온 식물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우르티카 페록소, 히포마네 망키넬라, 마코니아 칼베스켄스처럼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식물들도 있다. 해악의 유형별로 보면 포식자에게 경고하기 위해 독성물질을 내뿜어 불편하게 하거나 피부염, 알레르기, 중독를 유발하는 식물, 강한 독성으로 인해 심하면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지만 약용으로도 사용되는 식물,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해를 끼치는 외래침입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물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한 식물 중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식물로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돼지풀과 일본삼나무를 들 수 있다. 돼지풀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국화과의 한해살이 초본식물이라고 한다. 19세기 초 다른 식물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딸려와 유럽에 퍼진 이후 곡물의 수출입 과정에서 전 세계로 확산한 이 풀은 콧물, 재채기, 천식, 비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식물이 되었다. 일본삼나무는 수꽃이 내뿜는 꽃가루가 호흡기 점막을 자극하여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일본인의 25퍼센트가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생하는데 이 중 70퍼센트 이상이 삼나무로 인한 것이라고 하니 일본삼나무의 해악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나무는 한국에도 널리 퍼져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식물로 한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위협하고 환경생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외래침입종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외래침입종 식물은 대부분 관상용으로 도입되었다가 야생으로 번지기 시작했으며, 번식능력이 대단하고 인간이 건드린 땅 즉, 균형이 깨진 환경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다. 한 예로 히말라야가 원산지인 생강과의 풀, 헤디키움 가르드네리아눔은 외관의 아름다움 때문에 도입되었으나 유입된 곳에서는 재앙 그 자체가 되었다고 한다. 하와이에서는 땅속줄기를 통해 다른 식물들을 죽이면서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는 이 식물을 방제하는데 매년 100만 달러 이상이 든다고 하니 인간의 욕망으로 인한 댓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식물들을 소개하면서 그런 식물을 발견하게 된 동기, 다른 지역으로 유입되고 확산하는 과정, 우리에게 해를 입히는 메카니즘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과 이들 식물에 얽힌 사례를 알려준다. 어떤 식물은 문학작품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고, 어떤 식물은 범죄에 사용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또 어떤 식물은 독성이 매우 강해 인간에게 치명적이지만 항암 성분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항암제를 개발하는데 쓰이면서 인간의 찬사를 받기도 한다. 식물은 태어난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기에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지만 인간인 우리는 그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을 따져 선악을 이야기한다. 잡초는 이러한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처음 책의 제목을 보고 내가 알지 못하는 식물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흥미를 느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가면서 흥미는 실망으로 바뀐다. 검색해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지식을 단지 유형별로 분류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모든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그저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느낌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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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초보님의 기대에 못 미치는 책이군요. 기대해서 읽었다가 아쉬운 책들이 더러 있더라구요.
    식물들은 아무 죄가 없죠. 인간들이 인간의 잣대로 판단해서 좋은 식물이 되거나 나쁜 식물이 되는거구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막바지 추위에 건강 유의하세요. 초보님.

    2023.02.17 19:37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책읽는호르데아리

    초보님의 리뷰가 재미있어서 책도 괜찮을것 같았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책이었군요. ^^
    참고하겠습니다.

    2023.02.17 23:31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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