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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깊이와 철학

[도서] 문학의 깊이와 철학

박유정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3점

철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괜히 주눅이 든다. 학교 다닐 때 전공이 이공계여서 그렇다고 핑계를 대보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기에 더 움추러든다. 똑같은 텍스트라도 다른 제목이 붙어있으면 덜한데 유독 철학이라는 말에는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이 책 [문학의 깊이와 철학] 역시 책을 읽기 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했다. 이 책은 문학과 철학의 관계, 다시 말해 문학과 철학이 만나는 지점을 해석학과 신비평을 통해 살펴본다. 그리고 그러한 만남이 우리가 고전 명작이라고 부르는 문학작품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강의했던 강의 노트를 기초로 하여 교양과목 교재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밝힌다.

 

저자는 먼저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다루는 1장에서 각각의 학문이 갖는 특징을 이야기한다. 철학이 지혜로운 자가 되고자 하는 지적인 노력이라면, 문학은 단순한 글을 넘어서 인간 정신의 깊이를 나타내는 시적 세계를 말한다고 그녀는 규정한다. 즉 문학은 상상력을 통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개한다면 철학은 논리와 이성을 통해 추상적인 논리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학이 깊어져서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설 때 그것은 이미 철학이고 종교라며, 문학이 예술적 깊이를 가지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문학이 가지는 예술적 깊이는 물리적인 깊이가 아니라 영혼의 깊이이며 인간의 심층적 본성인 실존과 관계된다. 실존은 인간의 보편적 슬픔의 세계를 말한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슬픔과 고통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깊이의 문제는 질적 영역으로 경험이 아니 체험을 요구한다. 따라서 문학의 깊이는 실존적 체험과 관계하게 되고 거기서 문학은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지평을 드러내며 철학과 만난다고 해석학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문학과 철학이 영혼의 깊이 문제로 만나는 지점을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호손의 [주홍글씨], 톨스토이의 [부활]과 같은 고전 명작을 통해 살펴본다.

 

2장에서는 구체적인 문학작품을 통해 깊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전통적으로 인정되는 문학 장르인 시, 소설, 수필, 시나리오 속에서 문학의 깊이가 어떻게 형상화되는지를 살펴본다. ()는 사유의 근원으로서 시적 포에지를 통해 깊이를 함의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녀는 키츠, 셸리, 워즈워드 등의 영국 낭만주의 시인들, 보들레르, 베를렌, 랭보 등의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들의 시를 통해 소외, 고독, 슬픔과 같은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이야기로서 픽션을 통해 깊이를 드러낸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 철학을 논하는 이유는 소설에 나타나는 사건에서 실존적이고 보편적이며 초월적인 실재가 우리에게 전해져 옴으로서, 우리는 감동을 받고 삶의 체험이 되어 우리의 인식과 신념을 바꿀 만큼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녀는 세르반데스의 [돈키호테],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로맹가리의 []과 같은 고전들이 주는 문학의 깊이에 대해 살펴본다. 또 수필은 작가의 개성과 역량에 따라 독특한 내적 세계를 드러내고 우리는 이러한 심층 자아를 통해 깊이의 세계를 만날 수 있으며, 시나리오는 영화 보기를 통해 인간 정신의 깊이로서의 예술적 깊이를 밝힐 수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저자는 작품의 몽상 속에 담긴 물질적 이미지를 통해 작품의 내적 진실을 밝히려는 신비평의 관점에서 문학은 그 깊이를 통해서 철학과 관계한다는 해석학적 결론에 이른다.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리 어렵지 않게 책을 읽은 것 같다. 물론 거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한가지는 반복되는 설명에 있었다. 저자는 앞에서 설명한 것을 요약해서 다시 이야기하고, 또 다른 설명을 위해 앞에 나온 내용을 계속 반복한다.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좋았으나 조금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1장을 읽으면서는 따라서’, ‘왜냐하면과 같은 부사, ‘과 같은 보조사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특히 보조사 의 경우가 심했는데 이는 글이 거칠다는 생각과 함께 책의 진도를 나가는 데 방해가 되기도 했다. 아마 강의용 교재라서 그랬지 싶다. 그럼에도 설명을 하면서 흔히 대화 중에 사용하는 언어를 스스럼없이 쓴 것은 책을 읽고 있지만 마치 강의를 듣는 듯했다. 어렵게 생각한 철학을 문학과의 관계를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의 미덕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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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짱가

    문학과 철학 전혀 다른 장르인 것 같지만 깊이 들어가면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의 서론에 전체 책의 내용을 다 축약해 담고, 이후 전개는 자세한 설명과 예시의 반복으로 약간은 답답한 책들의 경험이 있는데, 이 책이 그런 경우일 수도 있겠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23.03.07 12:33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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