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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

[도서] 문헌학자의 현대 한국 답사기 1

김시덕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책을 읽기 위해 고를 때 관심을 가지는 분야 중 하나가 문명 혹은 문화에 대한 것이다. 고대의 거대문명에서부터 현재의 소소한 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주체가 누구이든 간에 그들의 문화를 살펴본다는 것은 곧 우리의 삶의 원형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남겨진 것과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기억록’(1), ‘버려진 것과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기억록’(2)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이 호기심을 유발시킨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 였을 것이다. 또한 다루는 지역과 시대가 내가 살아온 현재의 한국이라 하니 사라진 것, 버려진 것, 잊혀진 것들에 대한 단상이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란 생각도 한몫 했다. 희미한 기억을 헤집으며 과거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기대를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1권에서 저자는 답사포인트와 답사방법에 대한 글(1), 현대 한국에서 일어난 문명충돌(2)을 통해 남겨진 것과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기록을 담고있다. 먼저 1부 도시답사 방법론에 대한 설명에서는 거리의 간판, 철도의 폐선, 버스정류장, 다양한 주거지의 모습, 주택의 지붕이나 계단, 창문, 벽 등에 그리거나 설치된 시민예술, 화분과 장독대 등 일상에서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을 통해 도시를 읽는다. 도시답사는 일상을 탐험의 공간으로 바꾸는 행위라고 말하는 그는, 평범해 보이는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며 세상을 새로이 읽기 시작하는 것이 도시답사의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간판에 쓰여진 글씨체나 버스정류장에 붙은 이름과 남은 이름 등에는 시대와 지역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도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우리는 일상에 찌들려 눈 돌릴 틈도 없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있는 모든 것이 바로 유적이라며 도시답사를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기록하자고 주문한다.

 

2부 현대 한국에서 일어난 문명충돌에서는 간척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진 어민과 농민의 충돌, 산림녹화와 반공을 놓고 일어난 농민과 화전민의 갈등을 살펴본다. 식량 자급자족과 산림녹화라는 농업중심의 세계관으로 인해 농민이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런 농촌은 이내 도시와 공장에 흡수되었다. 산업단지와 택지조성으로 인해 옛 마을은 지워지고 살던 집과 마을이 물에 잠기거나 대규모 사업부지로 수용되는 바람에 고향을 등진 제자리 실향민만이 새롭게 남겨진 과정을 전국의 도시답사 기록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울산공업단지에 세워져 있는 망향비들, 행정수도로 거듭난 세종시를 둘러싼 지역민의 정체성 등은 비단 울산이나 세종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도시와 농촌의 문명 충돌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가고 일부는 남겨지고 있음을 사진과 기록을 통해 보여준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나와는 상관없는 도시의 이야기이기에 아무런 생각없이 변하는 모습만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저자는 옛길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잠시 걸음을 멈추고 눈길을 던져보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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