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필경사 바틀비

[도서] 필경사 바틀비

너새니얼 호손,에드거 앨런 포우,허먼 멜빌,마크 트웨인,헨리 제임스,샬롯 퍼킨스 길먼 등저/한기욱 편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창비세계문학 미국편은 11명의 미국문학 대가들의 걸작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작가들도 친숙하게 와 닿지만 그들의 작품들 중엔 이미 읽어본 것도 있다. 단편을 읽다 보면 목차를 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먼저 눈길이 가는 작품이 있게 마련이다. 미국편 목차를 보니 스콧 피츠제럴드 [겨울 꿈]이 눈에 들어온다. 작품의 주인공 덱스트를 보면 개츠비가 생각이 나고, 그 위에 스콧이 겹쳐진다.

 

어릴 때 캐디 일을 하던 덱스트는 골프를 치러 온 꼬마숙녀 존즈를 보고 캐디 일을 그만둔다. 커가면서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한 존즈는 남자들에 둘러싸여 지내며,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시키며 이 남자 저 남자를 만난다. 덱스터는 그 나이에 성공한 축에 들며 존즈와 어울리는 한 명의 남자로써 지내다가 그녀에게 청혼하지만 존재는 때로는 흥미로, 때로는 악의로, 무관심으로, 경멸로 대하며 빠져 나간다. 덱스트는 다른 여자와 약혼을 결심하고 그곳을 떠난다. 그후 존즈가 약혼을 했고, 또 파혼을 했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덱스트가 약혼을 발표하려 할 즈음, 클럽에서 우연히 존즈를 만나게 되고 존즈는 덱스트에게 청혼한다. 전쟁이 일어나자 덱스트는 입대를 하고, 그리고 시간이 흘러 덱스트는 엄청난 성공을 한다. 어느날 한 사내가 찾아와 존즈에 관한 얘기를 한다. 존즈가 결혼을 했고, 남편이 아주 심하게 대하고 있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덱스트는 꿈이 사라지고, 무엇인가를 빼앗긴 것만 같다. 그러나 더 이상 잃어버릴 것이 없으니, 이제는 상처받지 않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덱스트와 개츠비가 겹쳐진다. 데이지와 존즈가 겹쳐진다. 개츠비가 데이지의 사랑을 찾듯, 덱스트도 존즈에게 메달린 것 같다. 또 하나 겹쳐지는 게 있다. 작품의 저자 스콧 피츠제럴드와 그의 아내 젤다 세어가 겹쳐진다. 스콧이 소설 지망생이던 시절 사교계의 여왕 젤다를 한 파티에서 만나 이내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할 때만 해도 개츠비나 덱스트보다는 사정이 나은 것 같다. 그러나 방탕과 허영과 사치에 찌든 그들 부부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난과 젤다의 정신분열증뿐이다. 결국 스콧은 모르핀 자살을 시도하고, 그것이 실패로 끝나면서 마지막 재기를 꿈꾸지만 갑작스런 심장발작으로 숨을 거둔다. 개츠비와 덱스트가 또 다시 겹쳐지는 대목이다.

 

표제작인 허먼 멜빈 [필경사 바틀비]는 세계문학에서 가장 뛰어난 단편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배달불능우편물 취급소의 말단직원으로 있다가 행정부의 물갈이로 쫓겨나 필경사일을 하는 바틀비에게 자본주의의 삶의 원리, 삶의 집착은 의미가 없다. 배달이 안된 편지 속에서 용서와 희망과 희소식을 꺼내 들지만, 그것을 받을 사람들은 이미 절망과 재난에 질식 당해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삶의 심부름에 나선 이 편지들이 그를 죽음으로 질주케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작품 말미의 글에 공감이 가는 이유 이기도 하다.

 

헨리 제임스 [진품]셔우드 앤더슨 [달걀]은 소시민의 애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출세와 성공으로 불리는 미국의 꿈으로 인한 삶이 왜곡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별로 소유한 것이 없는 사람들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단단히 붙든다. 삶을 너무 실망스럽게 만드는 사실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라는 작품속 주인공의 말은 그래서 더 가슴을 막막하게 한다. 살롯 퍼킨스 길먼 [누런 벽지]는 여성문제에 대한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남편과 오빠가 외과의사인 주인공은 그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들은 주인공에게 일시적 신경성우울증이란 처방을 내리고, 완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집을 얻고 처방에 따라 움직이도록 한다. 하루 종일 방에서 벽지만 바라보는 주인공은 누렇게 변색된 벽지 속에서 여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것이 자신의 모습인지도 모르고.. 자신은 정상이라고 생각 하면서, 서서히 미쳐간다. 환자를 위한다는, 그녀를 안정을 위해 완벽하게 처방했다는 그들의 독선에 그저 미쳐갈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이 안쓰럽기만 하다.

 

찰스 체스넛 [그랜디썬의 위장]은 근대초기 상류계급의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던 흑인노예에 대한 정형화된, 어찌 보면 신념 같은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노예를 도망치게 하는 일 조차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시선에 그리고 방관에 의해서 해결하려 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틀을 깨뜨릴 필요가 있음을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스티븐 크레인 [소형 보트]는 극한상황에서 인간들의 처연한 모습과 소중한 우애를 그리고 있다. 저자가 30시간이 넘게 표류했던 실제사건을 소설화 했다는 이 작품은 파괴적인 자연의 힘과 인간사이의 배려와 격려가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를 감동 있게 보여준다.

 

그 밖에도 책에 수록되어 있는 심리공포물과 탐정추리물의 대가 에드거 앨런 포우 [검은 고양이]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많이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또한, 남부사회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윌리엄 포크너[에밀리에게 장미를], 미국의 근대적 삶의 표리부동함을 짚어낸 것으로 알려진 너 새니얼 호손 [젊은 굿맨 브라운], 그리고 마크 트웨인 [켈레바래스 군의 명물, 뜀뛰는 개구리]가 실려있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별로 소유한 것이 없는 사람들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단단히 붙든다. //그런가요? 저는 가진게 없는 사람일수록 지킬게 없기에 오히려 행복지수가 높은걸로 아는데요.(저를 포함한 음하하하하) 좀 있는 사람들이 과시하려 애쓰고 아예 많이 가진 사람들은 드러내기를 몹시도 난감해하지요. 빈수레가 요란한거와 익은벼가 고개를 수그리는 형상이라고 할까나.
    그나저나 위에서 언급하신 뭔 책을 읽어봤어야 비교하여 생각해보고 ...ㅠㅠ 기회되면 개츠비도 만나고...//이로써 창비세계문학시리즈는 마무리되는 건가요.

    2010.03.17 17:4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창비..요거 아즉도 두권 남았습니다....프랑스편하고 하나는 어디껀지 모르겠네요..
      프랑스편은 처음 읽다가...내려놓은것이라...어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는 고전이죠...문학의 고전....^^

      2010.03.19 07:33
  • nineone91

    겨울꿈의 내용을 읽으니...마치 개츠비의 스핀오프 시리즈 같다는 느낌이 드네요......^^;; 겹치는 사람들과...흡사 성격도 비슷할 것 같은 느낌.....그나저나...미국작품을..그런대로 많이 봐서 그런가요..... 느낌이 가볍네요..... 괜히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ㅎㅎ

    2010.03.17 22:36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겨울꿈이나 위대한 개츠비나....아니 스콧 자신의 삶까지..비슷합니다요...^^

      2010.03.19 07:34
  • 기쁨주기

    소설을 놓은지 꽤 오래되는데 초보님의 리뷰를 보면서 다시 소설을 손에 들고 싶군요. 특히 미국 작가들은 친숙한 이름들이 많아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2010.03.18 08:10 댓글쓰기
    • 스타블로거 초보

      처음 창비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이책들 손에 안 잡았지요...저도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래서....ㅎ~

      2010.03.19 07:35

PYBLOGWEB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