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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이상 햇빛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다. 비가 내리거나, 비가 오지 않는다 해도 하늘은 잔뜩 흐려 있다. 간혹 해가 보이기도 하고, 밤에 달이 보이기도 하지만 잠시 뿐이다. 반가운 마음에 다시 한번 볼라 치면 어느새 구름속으로 숨어 버린다. 덕분에 덥지않아 좋기는 한데 할 일이 태산 같다. 딱히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생각해 보면 마땅히 할 일도 없는데 마음만 조급 해진다. 이런 게 시골에서 사는 마음일까?

 

오늘은 오후가 되자 모처럼 햇빛이 난다. 또 금방 사라지겠지 했는데 하늘이 맑기만 하다. 마치 가을날씨 같다. 이때다 싶어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달리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잡초를 뽑을까, 감나무 밭으로 침범한 대나무를 제거할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마음속에선 이미 거부의사를 명확히 하고있다. 아직 비가 완전히 그친 것이 아니니 비가 개면 하자고 자기합리화에 가까운 변명거리도 만들어 놓고 있다. 일주일 가량 쉬었다고 몸은 이미 게으름에 적응되어 있나 보다. 집 곳곳을 둘러보며 배수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도대체 잡초는 얼마나 자랐는지, 어디에 있는 대나무를 제거해야 할지를 머리속으로만 확인하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잔디가 눈에 들어온다. 비가 온다고 잔디깍기를 미루다 보니 너무나 자랐다. 발이 푹 빠진다. 푹신해서 좋기는 한데 보기가 영 그렇다. 통로와 잔디 경계에도 너무 길게 자라 마치 집안일을 포기한 사람이 사는 것 같다. 유혹하는 햇빛을 이기지 못하고 예초기를 잡는다.

 

 

 

아직은 서툴러서 잔디의 길이를 잘 맞춰 깍지는 못한다. 깍고 나면 중간중간에 삐죽 솟아오른 것도 보이고, 길이가 다른 줄도 보인다. 그래도 잔디밭을 깍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통로와 잔디밭의 경계이다. 높이차이 때문인지 예초기 칼날에서 불꽃이 인다. 조심조심 깍았지만 다 하고 나니 온 몸이 쑤신다. 시계를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모처럼 일을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개운해진다. 이렇게 일을 하고 나면 막걸리가 제격인데, 아직까지는 소주가 더 좋은 걸 보니 농부가 되려면 멀었는지도 모르겠다.

 

일을 관두고 집으로 내려온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아직까지는 내가 쉬고 있는건지, 일을 하는건지 간혹 헷갈린다. 머리 속에서는 온갖 상념들이 어지럽다. 일이 있으면 그 시간만큼은 잡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다. 이 비가 빨리 그쳐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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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몸에 익숙해 보입니다. 어제 처가에 가서 참깨들 털고, 열매를 따야 했는데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아서 고생을 했습니다. 마음이 가는 대로 한다면 즐거울 것인데 말입니다. 초보님의 잔디 다듬기를 보고 있으니 상주 시골이 가득 생각이 납니다. 요즘 시골에 많이 머물고 계시는군요. (집 이미지도 좀 올려 보면? 참 예뻐보이는데요.)

    2017.08.18 12:5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꼼쥐

    와~~그래도 사진으로 보기에는 손이 많이 간 듯 보입니다. 집 주변이 깔끔해 보이고 말이죠. 조금 더 지나야 일근육이 붙을라나요? ㅎ

    2017.08.18 14:5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이루

    전문가의 느낌이 폴폴 나는데요? ^^ 두 시간이나 작업하시다니 땀 많이 흘리셨겠어요. 그래도 깔끔해진 잔디 보시면서 흐뭇해 하셨으리라 짐작합니다.
    노동 후에는 막걸리인데 소주를 더 좋아하시는군요? 곧 막걸리를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2017.08.18 15:17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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