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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끝났다. 이제 모두들 각자의 자리로 찾아들 시간이다. 연휴가 길든, 짧든 나 하고는 별 관계도 없지만 그래도 연휴이니까 못다 한 일, 미루어 두었던 일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 나도 모르게 ~ 너무 길어, 뭐하고 지내지했더니 옆에서 집사람이 당신하고는 상관없는데하길래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나 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연휴이다. 놀다가 심심하면 이것 저것 일을 찾아서 해야지 했던 것이 좀 무리를 한 것 같다. 연휴가 끝나고 나니 오만데가 다 아프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육체적인 일을 얼마나 하지 않았는지 여실히 티가 난다.

 

무엇을 먼저할까 망설이다가 집 뒤에 있는 탱자나무 전지부터 시작했다. 볼때마다 집주인의 게으름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 작년에 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았는데 이상하다. 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년보다 가지의 굵기가 굵어진 것 같다. 또 작년에는 위로 삐죽하게 솟아오른 것만 자른 것 같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 생각하니 힘들지만 할 말도 없다. 뾰족한 가시에 찔린 곳이 보통 아픈게 아닌지라 괜히 전지가위 탓을 한다.

 

      

                     <탱자나무 전지 전>                                    <탱자나무 전지 후>

 

이젠 연휴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거리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집사람이 고구마를 캐자고 한다. 벌써 캐야 하는데 늦었다는 것이다. 먼저 고구마 줄기를 잘라 가져다 주면 자기가 줄기를 다듬고 있는 동안 나는 고구마를 캐라 한다. 줄기 다듬는 것이 쉬울 것 같아 바꾸어 하자고 하니 고구마 하나 캐고 못 캐겠다고 한다. 너무나 땅 속 깊숙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혼자서 낑낑대며 고구마를 캔다. 이렇게 해서 또 하루가 지나갔다. 작년에 비해서는 수확이 좋다. 헌데 무슨 놈의 고구마가 이렇게 큰지 모르겠다. 고구마는 적당해야 맛 있는데..

 

배추도 잘 자라고 있다. 작년엔 밭에 직접 파종을 하고 또 어린 싹이 솟아날 때부터 벌레한테 속수무책으로 당해서 보잘것이 없었는데 올해는 모종을 만들어 어느정도 자란 다음 옮겨 심어서 그런지 작년보다는 낫다. 또 아침마다 배추 속을 들여다보며 벌레하고 숨바꼭질 놀이를 한 탓인지 그리 심하지가 않다. 김장을 하면 내년 이맘때까지 먹어야 하기 때문에 벌레한테 조금만 뺏겨야 하는지라 요즘 벌레와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속이 조금 더 차면 묶어주어야 한다는데 그것도 내가 해야 할 일 같다. 계속 아픈 게 더 나은 것 일지도 모르겠다.

 

      

                      <수확한 고구마>                                   <잘 자라고 있는 배추>

 

감이 많이 열리지 않았다. 마당에 있는 감나무, 대문 옆에 있는 감나무에는 예년과 같이 많이 달렸는데 정작 감나무 밭에 있는 나무에는 많이 달리지가 않았다. 동네사람들은 약을 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하긴 많이 달려도 고민일 텐데 감나무들이 봐준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감을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 하다가 일단 감 말랭이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마당에 있는 백년이 넘었다는 감나무>                             <대문 옆 대봉>

 

      

                <감나무 밭의 빈약한 감..>                                       <감 말랭이>

 

감 말랭이를 만드는 것도 장난이 아니었다. 나는 감만 따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감을 씻고 또 껍질을 깍고 그것을 썰어서 널고.. 무엇이든지 쉽게 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어제 감 말랭이를 먹어보니 달고 씹는 맛이 괜찮다. 이제 저 감이 다 떨어질 때까지 허구한 날 곳감하고 감 말랭이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마당하고 대문 옆에 큰 나무가 있어서 좋았는데 감나무가 아니었다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감이 익어가면서 잔디 위, 그리고 대문 주위에 떨어져 난리가 아니다. 나무가 크다 보니 익은 감 따기도 힘들다. 낙엽이야 모든 나무가 똑같으니까 줍고 청소하면 되겠다 싶은데, 감이 떨어져 박살이 나 있는 모습은 보기도 영 그렇고, 청소하기도 힘이 든다. 감이 익어가면서 빨갛게 달려있는 모습은 보기 좋았지만 말이다.

 

   

               <정처없는 감나무 잎 들>                                  <정처없는 잎들을 줍고 난 후>

 

 

연휴가 끝나기 전에 미루어 놓았던 일을 다 하겠다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온 몸이 노곤하다. 감나무 밭 밑에 깔았던 부직포를 걷어 감나무 밑에 묶어 놓고, 밭고랑에 깔았던 부직포는 걷어서 씻어 말린 후 개어 놓았더니 어깨도 뻐근하고 팔다리도 쑤신다. 연휴동안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못했다. 밖에서 또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익은 감이 떨어진 게다. 일이 끝난 게 아니라 청소할 일이 남았다는 소리 같다.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기에 뭐라 말도 못하고 혼자서 구시렁거릴 뿐이다. 어깨, 팔, 다리, 허리까지 안 아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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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일 못하는 사람이 연장탓 한다던데요 ㅋㅋㅋ.

    고구마 큰거는 부쳐 먹고 쪄먹을 때는 작은게 좋고요.

    감말랭이 썰어 놓은 스테인레스 상자를 보니 건조기에 들어가는 거 맞죠? 엄마네서 고추 씻어 건조기에 말릴 때 저 상자에다 담았거든요.

    그나저나 일도 해본 사람이어야지, 사서 고생하시네요. 그렇다해도 맘은 편하신 걸 알아요. 몸은 많이 휴식을 하셔요.

    2017.10.10 15:3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march

    고구마도 배추도 감도 정말 풍성하네요. 고구마 보니까 뺏대기죽 먹고싶어요. 팥 듬뿍 넣고 달콤하게 해서요. 부지런히 두분이서 움직이니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정성을 쏟는만큼 그대로 돌아오는 것같네요. 몸은 힘드셨겠지만 깔끔한 집과 풍성한 양식 보면서 마음도, 몸도 달래시길 바래요.^^

    2017.10.10 16:1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나날이

    시골의 삶이 이제 익은 듯합니다. 주변에 가을의 향기가 가득하고, 열매들이 겨울이 와도 될 듯합니다. 넉넉한 시골 풍경을 보고 있으니, 하지는 못할 것이면서 저도 시골로 들어가고픈 마음이 입니다. 탱자나무 전지 그것 쉬운 일이 아닌데, 해 놓은 것 보니 ㅎㅎㅎ 쉬운 듯 느껴지는 것은? 수고가 많습니다. 촌 일기 잘 읽고 있습니다.

    2017.10.10 19:55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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