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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렬지

[도서] 작렬지

옌롄커 저/문현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책은>

리뷰어클럽 서평 당첨 도서

<저자는>

 저 : 옌롄커 (Yan Lianke,閻連科) ---발췌하다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나 스물한 살 때부터 28년을 군인으로 살았다. 1978년부터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다수의 장편소설과 중단편소설, 산문 등을 발표했다. 1979년 군대 내 문학창작반에서 활동하던 중 [전투보]에 단편 「천마 이야기(天麻的故事)」를 실으며 데뷔했다. 그후 1985년 허난대학 정치교육학과를 거쳐 1989년 해방군예술대학 문학과에 입학하면서 작가로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지금까지 11편의 장편소설과 80여 편의 중단편소설을 비롯한 다수의 수필과 산문을 발표했다.

 

작가의 주요 작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출간 즉시 당국으로부터 판금조치와 함께 전량 회수된 일화로 유명하다. 2005년 봄 광저우의 문예지 [화청 花城]에 게재된 이 작품은 마오쩌둥의 사상과 위상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출간 되자마자 출판,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이른바 '5금(禁)'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강압적인 탄압이 국내외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오히려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켜 자국 내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몰래 돌려보는 금서로, 국외로는 미국과 일본, 대만, 네덜란드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 소개되었다.

 

제 1, 2회 루쉰문학상과 2014년 프란츠카프카문학상, 홍루몽상 최고상을 비롯해 20여 개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중국 평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얻으며 당대 최고의 소설가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현재 옌롄커는 중국작가협회 위원, 북경시 작가협회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장편소설 『딩씨 마을의 꿈(丁莊夢)』,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 『즐거움(受活)』, 『풍아송(風雅頌)』, , 『일광유년(日光流年)』, 『물처럼 단단하게(堅硬如水)』,『풍아송』, 『일광유년(日光流年)』, 산문집 『나와 아버지(我與父輩)』 등이 있다.

<책읽고 느낀 바>

  앞전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읽었기에  기대감으로 펼쳤다. 술술 잘 읽힐걸 안다해도 664쪽의 위용은 긴장되었다. 방대한 부피지만 책은 잘 펼쳐지고 북끈까지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저자의 특징은 투박한 것 같으면서도 시적으로 느껴지는 서정적인 문구를 잘 구사한다는 것. 읽다보면  섬세하다는 느낌을 자주 갖게 된다.

 

  중국 소설을 읽다보면 특징이 있다. 천연덕스럽고 능청스럽다. 허장성세며 배포랄 수도 있다. 워낙이 방대한 대륙의 기질을 타고나선지 글에서도 뚝딱 해치우는 말 같지 않은 뻥이 수두룩하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고 1000개 병상을 갖춘 대형 병원 2곳을 일주일만에 뚝딱 건설한 중국이 아니던가. 병원의 수준이 어떻고 저떻고는 다음 문제고, 단시일에 해낸 게 저력이다.

 

  콜롬부스가 달걀 쌓는 걸 보고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어는 차후 문제다. 누구나 깨지지 않는 상태로 세우자니 시도를 못하는 것일 때 깨짐을 감수하고라도 해내니 두고두고 회자된다. 그 많은 인력이 삽시간에 달라들어 이뤄낼 수 있는 민첩함과 신속함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있다. 저자의 필력에 의해서 순식간에 탄생한 자례직할시의 흥망성쇠기는 흥미롭고 대단하다.

 

  땅이 갈라지는 것을 보고 화산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 앞다투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들 중 일부가 화산 입구에서 100여 리 떨어진 바러우산맥으로 달아나 논밭을 일구며 정착했다. 이후 촌락을 이루게 된 사람들은 땅이 갈라지고 터져 달아났다는 의미에서 마을 이름을 작렬하는 마을(炸裂誌)이라고 지었다. 19~20 페이지

  자례촌의 양대 파벌인 쿵씨와 주씨. 촌장인 주칭팡에겐  딸 하나가 있었는데 주잉이라 불렸다. 쿵둥더에게는 4명의 아들 쿵밍광, 쿵밍량, 쿵밍야오, 쿵밍후이가 있었다.

 

...... 어느 날, 쿵밍량의 아버지 쿵둥더가 몸을 수그린 채 김을 맬 때 새똥이 등에 떨어졌다. 하얀 옷에서 땀과 섞인 새똥은 중국 지도 모양으로 번졌고 쿵둥더는 보름 동안 옷을 빨지 않아 내내 새똥 지도를 등에 달고 다녔다. 누군가 그것을 발견하고 촌장(村長) 주칭팡에게 고발했다. 주칭팡은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공사에 알린 다음 현에도 보고했다. 결국 쿵둥더는 다시 감옥에 갇히고 중형을 선고받았다. 감옥에서 끊임없는 노동 교육에 시달리던 그가 마침내 출소해 조용히 마을로 돌아온 뒤, 자례촌은 비로소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 25 페이지 

  새똥 지도가 중국 모양이면 무슨 상관이람 싶지만 불경죄 정도가 되나 보다. 보름 동안 옷을 빨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냐고. 그걸 고발한 것도 우스운데 현에 보고한 촌장이라니. 우리네 상식으로는 좀 이해불가지만 그렇다치고. 그리하여 감옥에 갇히는 불상사가 생겼는데, 출소를 했다. 쿵둥더는 아들 넷을 불러놓고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거라며 지금 당장 나가라 했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동서남북으로 가다가 무엇을 만나거든 주우라고. 평생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출소한 아버지가 보름 만에 처음으로 웃으며 말하자 다들 미쳤다고 생각하며 움직이지 않자 세 번 연속으로 마지막에는 애원하듯 말했다.

 

첫째는 동쪽으로 갔는데 분필을 주웠다. 둘째는 서쪽으로 가자니 어떤 대문 앞을 지날 무렵 문을 열고 나오는 주잉과 마주친다. 하필 둘이 만났다. 밍량은 주잉에게 네 아버지를 목졸라 죽이고 싶었으나 그만두겠다고 하자, 주잉은 재수 옴 붙었지만 첫 번으로 만났으니 하는 수 없이 시집가겠다고 했다. 귓전으로 들으며 걷는 밍량에게 청씨 집안 딸 청징이 나왔고...한참을 걷던 밍량은 발바닥을 찌르는 물건을 집어드는데 인장석(印章石)으로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채였다. 셋째는 남쪽으로 가다 군용차와 대포를 만났으며 넷째는 북쪽으로 가다 온순한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고 했는데 나중에 기억을 더듬으니 책 한 권을 집어서 나무둥치에 던졌음이라.

 

  분필을 잡았던 첫째는 초등 교사의 길로, 셋째는 요즘식으로 직업군인이 되었다. 넷째는 온순한 성품이나 줏대가 없었다. 둘째는 추진력 대단한 강한 성격이었다. 무엇보다 야심이 있었다. 왠만한 일은 양에 차지 않았고 좀더 높은 곳을 향해 늘 시선을 뒀다. 자례촌에 만위안호 육성 공문이 내려졌다. 연수입 1만 위안 이상인 가정이 되기 위해 다들 고군분투하는데 밍량만 태평천하였다. 그럼에도 맨 먼저 위업을 달성하며 앞서가는 사람이 되었다. 그의 공을 치하하며 향장이 촌장에게 만 위안호 열 명을 만들라는 특명을 내리지만 이수하지 못한 주 촌장은 곤경에 처한다. 밍량이 촌장에게 가래침을 뱉을 때마다 돈을 지불한다고 부추기자 너도 나도 가래침 공격에 가담했고 촌장은 앉은 채로 가래침에 숨이 막혀 죽었다.

 

만 위안호 열 명이 아니라 온 마을을 부흥시키면서 촌장이 된 둘째 밍량. 밍량이 돈을 번 기술은 훔치기. 열차가 어느 구간에서 느릿해지면 짐을 끌어내려 장사를 했던 것. 그 노하우를 마을 주민들에게 전수하면서 마을주민 모두가 합심해 떼도둑질을 했다. '훔치다' 라는 말을 절대 쓰지 못하게 하며 '내리다' 로 통일시켰다. 도둑질 하러 가는 이에게 "출근하나?" 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도둑질', '훔치다', '털다' 라는 말을 사용한 이는 월급에서 감액하니 누구나 금기어가 되었다.  한 마을이 똘똘 뭉쳐서 도둑질을 떼로 벌이지만 어떤 누구도 알 턱이 없으면서 자례촌은 자례현으로 승격된다. 촌장 밍량의 막강한 지도력 덕분이었다.

 

자례촌장에서 자례현장이 되고, 자례직할시장이 되는 과정은 포복절도할 웃음이 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책을 읽다보면 말도 안되는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노인이 행동하는 게 정당성이 있어뵈고 동선을 따라가다보면 그게 맞는 길 같은 착각이 든다. 말도 안되는 줄 알면서도 믿어주고 싶은 위트에 타협하게 된다. 그러자면 방대한 페이지는 술술 넘어가기 마련이고.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서양의 능청과 천연덕스러움이 있다면 작렬지는 그와 비슷하지만 좀더 천연덕스럽고 능청맞다. 밍량이 마음먹은대로, 생각키우는대로 다 된다. 뚝딱 순식간에.

 

저자의 글력에 탄복하게 되는 건 상황 설명에서 어김없이 나타난다. 가령 밍량이든 주잉이든 심기가 언짢다면 나무와 풀, 심지어는 조류까지도 금새 변화한다. 말 한 마디로 모든 걸 좌지우지함을 암시하며 쥐락펴락함을 그렇게 표현해낸다. 쿵시장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도 만물이 다한다. 그만큼의 막강한 권력자임을 부각시키는게 대단하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이 하루밤새 혹은 일주일새 뚝딱 지어지고, 사라지고. 어떻게든 앞만 보고 달려가는 밍량에게 거칠 건 없다. 이름 없는 인장석을 주운 자의 앞날은 창창하기만 하다. 재수 옴 붙었으되 결혼하면서 그녀의 능력까지도 흡수하게 되는 밍량.

 

서술 방식부터 예사롭지 않게 기술된 작렬지는 대단한 책이다. 자례촌에서 자례현, 자례직할시로 승격되는 과정, 과정에서 모든 공업, 산업, 유흥업, 건설업 등 총망라되어 나온다. 대단한 기획력이요 탄탄한 스토리다. 허구일지라도 사실인 것 같은 그런 도시가 실제할 것 같은 현장감이 있고 사실인 것만 같다. 술술 읽히는 자례시의 흥망성쇠기는 한바탕 잘 꾼 꿈 같다. 생로병사가 있는 인간사 같다. 궤도에 올라서서는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브레이크가 파열된 전차처럼 기계적이 되어가는 쿵 시장. 더 나아갈 마음은 여전하나 몸은 어느새 중년이고 저기가 고지이거늘. 조금만 더, 이게 마지막 고비인데. 죽어야만 끝나는 권력욕이었나니.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http://www.yes24.com/24/AuthorFile/Author/118152
http://blog.yes24.com/blog/blogMain.aspx?blogid=revie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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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나날이

    이 책 경쟁이 있었던 리뷰어 선정이었지요. 참여하고 싶었는데 참았던 책입니다. 이 분의 다른 책들을 좀 읽어서요. 딩씨, 인민 등. 흥미롭게 이끌어 가는 분이라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책을 아자님의 리뷰로 조금 알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020.03.24 23:0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그러셨군요.
      딩씨 마을의 꿈/ 관심책이 되네요.
      중국 소설의 매력은 능청맞고 천연덕스러움이 특징이라 생각됩니다.
      거대중국이 뚝딱 해치우는 게 소설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싶고요.

      2020.03.24 23:20
  • 파워블로그 waterelf

    1. 중국 소설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중국 소설가도 사람마다 혹은 시기마다 다른 경향을 드러내더군요.

    2.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은 옌롄커 는 <딩씨 마을의 꿈>에서도 환상적 요소를 많이 드러내는데,
    사실주의 계열의 작가들은 또 그렇지 않더군요.
    <사람아 아, 사람아!>를 쓴 다이 호우잉 같은 작가들도 그렇고.

    2020.03.25 07:4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그렇군요.
      다이 호우잉은 처음 들어봅니다.
      환상적 요소도 구수하다고 해야나. 허무맹랑하고 터무니없지만 정이 있다고 해야나.

      2020.03.25 22:35
  • 파워블로그 책찾사

    리뷰만 읽어도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저도 응모했지만, 탈락한 책인데, 한 도시의 흥망성쇠의 과정에서 비롯된 다양한 인간군상의 이야기는 결국 중국이라는 국가의 현대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여러모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책인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또 우리나라의 발전 양상도 느껴지기도 하구요.

    2020.03.25 09:4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아자아자

      결론이나 결과만 보면 허황되다 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풀어내는 글력을 따라다니다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드니 664쪽이 금방입니다. 휘둘린건데 그게 기분나쁘지 않아요.

      2020.03.25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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