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리뷰어클럽 당첨 도서(5명 선정)
<저자는>
저 : 민병일 (閔丙一)
서울 경복궁 옆 체부동에서 태어나 서촌에서 자랐다. 남독일의 로텐부르크 괴테 인스티투트에서 공 부하고 북독일의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학 시각예술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 같은 학과에서 학위를 받았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양학부, 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대중예술론과 미디어아트 론 등을 강의했고, 동덕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현대미술론 등을 강의했으며,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예술을 강의했다. 독일 노르트 아르트 국제예술제(2009)에서 사진이 당선되어 독일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시에서 초청사진전을 열었다. 2005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 조직위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책100’ 선정위원장으로 일했다.
1989년 시인으로 등단해 두 권의 시집을 냈다. 산문집으로 『나의 고릿적 몽블랑 만년필-오래된 사 물들을 보며 예술을 생각한다』(2011), 『창에는 황야의 이리가 산다』(2016), 『창의 숨결, 시간의 울림』 (2021), 『행복의 속도』(2021)가 있고, 사진집으로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2009)과 소설가 박완서와 함께 티베트 여행기 『모독』(1997. 박완서 글, 민병일 사진)을 펴냈다. ‘모든 세대를 위한 메르헨’ 『바오 밥나무와 방랑자』(2020)는 프랑스에서 번역 중이며, 이 책의 「유리병 속의 꿈을 파는 방랑자」가 프랑 스에서 1923년 발행된 문예지 『europe』(2022년 5월호)에 실렸다. 번역서로 『붉은 소파』(2010)가 있다. 제7회 전숙희 문학상(2017)과 조선 시대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을 기리는 제32회 성호문학상 대상 (2021)을 수상했다.
<책 읽고 느낀 바>
'창에는 황야의 이리가 산다'가 당첨되어 만났던 적이 있다. 사이즈가 크고 두꺼웠고 특히나 사진이 크고 멋졌다. 글력은 또 어떻고. 제목도 특이했지만 쉽게 잊지 못하는 책 중의 하나였다. 운 좋게 또 만나고 보니 당시의 느낌이 확 오더라. 사이즈는 크지 않지만 날씬한데 양장본은 상당히 고급지다. 책을 아주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는 게 느껴진다. 속지가 코팅된 종이 같다. 매끈하면서도 찢어본다면 단번에 찢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 말이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풀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김영랑의 위 시가 생각나 찾아 봤다. '담장의 말'이라는 책을 읽으며 싯구가 떠오르더라. 돌각담, 돌담이 나와서였을게다.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같이 딱 한 줄. 담장이라면 보통은 벽이라 느낄거다. 가로막는, 숨기는 그런 의미로만. 돌담에서 숨결을 찾아내고 온기를 느끼고 그 안에 살아 숨쉬었을 시간을 말한다. 시간의 역사를 유추해낸다.
여러 지방의 담장 사진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담장에 의미를 부여한다. 단순한 의미가 아닌 철학적 사고다. 저자의 생각인 글에 공감하게 된다. 어떻게 담장을 보고서 살아있는 생물 대하듯 생명을 불어넣을까 신기하다.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닌 찍힌 담장의 사진과 다른 나라 화가의 작품 또는 건물과 비교 설명하면 또 그런가 싶다.
다독하는 사람은 스토리 또는 구도가 비슷하고, 어디선가 읽은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고 한다. 어느 분야든 그런 경우가 있을거다. 표절이 아니고 우연에 의한 경우도 만에 하나 있다고 본다.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도 능력이고 비슷하지만 다름을 분석하는 것도 능력. 거기다 자신의 생각을 투영시켜 공감하게 하는 것도 능력이다. 저자는 그런 능력을 가졌더라.
무너져가는 돌담에서 쇠락한 인생사를 읽어내고, 고무신 한 짝과 버려진 농기구에서 급히 이사갈 수 밖에 없었을 농부를 궁금해한다. 뒷간의 구멍 뚫린 벽과 그걸 안고 있는 담장에서 선조들의 지혜를 본다. 뒷간의 구멍을 보며 환기를 생각했는데 사진의 음영을 말한다. 그 구멍을 통해 세월의 무상함도 말한다. 사진을 통해 보여지는 담장은 아름답고 이야기가 된다.
한 가지에 꽂혀서 집착하는 게 성공하고 보면 1만 시간의 법칙이 된다지. 담장을 찾아서 방랑하는 시간이 길었다는데 그 무수한 시간들 속에서 저자가 찾은 걸 오롯이 글로 옮겼다. 독자가 이해하게 하는 글력에 새삼 또 반한다. 넓고 넓은 세상에서 저자가 위안을 찾고 변화하는 풍경에 매료되고, 그런 곳을 찾아내고 그리워한다는 면이 결실인가 싶었다.
어떤 책을 읽고서 여운이 남는다는 건 값진 일이다. 오래 전 '애도하는 사람'을 읽고서 한동안은 신문의 부고란을 보곤 했었다. 이 책을 읽고서 나도 어딘가를 가면 담장을 눈여겨 보고 찰칵 찍어도 볼 것 같다. 내 안의 흩어진 생각일망정 담장을 보면서 잠시나마 생각을 할 것 같다. 정겨운 돌담이 실물로 보여지는 경우가 드물기에.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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