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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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저 : 히라노 게이치로 ---발췌하다 명문 교토 대학 법학부에 재학중이던 1998년 문예지 『신조』에 투고한 소설 『일식』이 권두소설로 전재되고, 다음해 같은 작품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 당시 최연소 수상 기록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재림'이라는 파격적인 평과 함께 예리한 시각과 전위적 기법으로 차세대 일본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했다. 아쿠타가와 상의 대학 재학생의 수상은 무라카미 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이후 23년 만의 일이었다...
1975년 6월 22일 아이치 현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시절 '금각사'라는 명작을 남긴 미시마 유키오(1925~1970)에 푹 빠져 지내면서 미시마가 책에서 조금이라도 언급한 작가는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때 접한 작가가 도스토예프스키, 토마스만, 괴테 등이다. 어린 시절의 독서가 오늘날 그를 소설가로 성장하게 한 든든한 자양분이 되었다. 교토 대학 법학부 입학하여 소크라테스에서 자크 데리다에 이르는 정치사상사를 공부했다. 문예창작과의 제도적인 문인교육을 받은 적은 없으며, 정치사상사를 문학 공부와 병행하는 것이 작가적 성찰을 얻는데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문학 교육이 아닌 다른 경험으로부터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흥미가 많은 그는 재즈 대담집을 발간하고 건축잡지의 책임편집을 맡는 등 문학 외적인 방면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8년에는 모델 겸 디자이너인 하루나와 결혼했다. 이제는 등단 10년이 넘는 중견작가로, 1993년과 비교해 70% 정도로 규모가 줄어든 일본 순문학 시장에서 소설의 힘을 믿고 소설을 통해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며, '공감'을 통해 독자와 만나고자 한다... |
<책읽고 느낀 바>
서서히 스미는 아픈 사랑책을 만났다. 마티네의 끝에서/를 읽으며 너무도 오랫만에 첫사랑을 떠올렸다. 나랑 감성이 잘 맞았던(맞았다고 생각했던) 한 사람을 생각했다. 마키노와 요코는 감정을 느끼는 지점이 같았다. 첫 만남에서부터 같음을 확인하면 오래 만나온 사람처럼 친밀감을 느낀다. 천재 기타리스트는 사귀었거나 사귀는 여자가 없었고 이라크 바그다드의 종군기자인 요코는 약혼자가 있었다. '겨울연가'에서 최지우와 배용준은 운명적으로 끌림이 되는데 고 박용하가 최지우에게 주는 배려와 사랑은 고마움이다. 요코의 약혼자는 고 박용하였고 마키노와 요코는 배용준과 최지우 같은 운명적 사랑이었다.
분명 흠잡을 데 없는 연주였다. 하지만 그것은 결점이 없다기보다 아마도 결점을 알 수 없게 된 것뿐이었다.
마키노는 이 연주에는 단 한 가지만 빼고 모든 것이 갖춰져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가 지금 몸부림칠 만큼 원하는 것은 바로 그 한 가지였다.
그는 미래가 없다고 느꼈다. 지금까지 어떤 시기의 연주에나 분명 있었을 터인, 현재의 완성을 기다리지 못한 채 벌써 싹트려고 하는 그다음 음악의 싱싱한 기척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미 얼굴을 내비친 몇몇 새싹에게 그는 차가운 환멸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는 고독을 느끼고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것을 눈치채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이해받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품었다. 그런 경험은 음악가가 된 이후로 여태까지 한 번도 없었다. -62 페이지
천재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마키노의 고뇌가 적나라이 느껴진다. 대다수의 관객은 틀리지 않으면 완벽하다고 생각할테지. 자신만이 아는 싱싱한 기척을 느낄 수 없기에 그는 권태기라는 말로는 설명될 수 없는 슬럼프에 빠진다. 천재의 고독도 양가감정이고 그 절대고독은 정신을 갉아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지점을 터치해주며 같은 감정으로 소통이 되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 요코라는 연상의 여자가 단지 미모가 빼어나대서 마음에 들어온 게 아니다. 여지껏 알지 못했던 감정이 마음속에서 스며나온다. 대화가 통한다는 게 이런거구나, 그녀와 함께 있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서로에게 동시에 끌리며 빠져드는 강렬함은 대단했다.
마키노의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에서 우연히 만나진 두 남녀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한순간에 피어올랐다. 난생 처음이랄 수 있는 강렬한 끌림을 확인만하고 기약없이 헤어졌다. 둘은 서로를 목마르게 그리다 공항의 재회를 기대한다. 하필, 그날, 그시간에 마키노의 스승이 쓰러지고 마키노가 보호자여야는 상황이 발생한다. 자신의 오늘이 있는 건 스승의 가르침이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마키노의 선택은 요코와의 이별이 된다.
마키노의 매니저는 오랜시간 마키노를 은애했다. 마키노의 마음이 요코에게로 끝없이 날아가고 또 슬럼프가 온 것을 여자의 직감으로 알아챈다. 요코가 오는데 스승때문에 갈 수 없는 상황을 부탁하자 자신식의 감정을 실어 이별예고 문자를 보낸다. 요코를 만나면서 음악성을 잃었으니 헤어지자는 것. 이라크에서 간발의 차로 살아남은 요코는 점차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차, 문자를 받고는 절망한다. 자신으로 인해 음악성을 잃었다는 자책은 그녀를 더욱 괴롭게 한다.
난생 처음 강렬한 끌림인 사랑에 취했다가 이유도 모른체 이별을 한 두 남녀. 둘의 상태를 조장한 매니저는 보상심리로 마키노의 스승에게 마음을 다한다. 간병을 자처하고 나서서 헌신하는 그녀에게 마키노는 감동을 느끼고 주위사람들마저 칭찬하면서 정해진 수순인양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매니저의 남편에 대한 사랑은 헌신적이고 자신보다 더 잘 그를 보필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직업상뿐 아니라 한 아이의 아빠와 가장으로 대함에 있어 자신은 없는 생활을 한다. 큰 불만이 없기도 하지만 채튼 사랑이기에 발각될까 전전긍긍하는 마음이 있다.
처음과 첫 앞에서 누구든 불안과 조바심을 갖게 마련이다. 더구나 감정이 통하고, 공감하는 지점이 같아서 첫눈에 반한 사랑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사랑하는 마음이 클수록 아주 작은 것에서 큰 오해를 낳고 그 오해를 풀지도 못하고 이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첫사랑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속설이 그래서 나왔지 싶다. 처음인 감정 앞에서 상대에게 바라는 마음도 크고 상대가 알아서 해줄거라는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이 없는 남녀라면 마음만 크지 연애의 기술 부족이 원인이고, 요코처럼 경험이 있는 연상이라면 상대를 배려한다는게 헤어지는 이유가 되더라. 그 조그만 오해를 확인해보지 못한 불찰이 말이다.
살다 보면 이런 날 저런 날도 있겠지만 감정이란게 영원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며 사는게 현명하기도 하다. 평생을 가슴앓이로 묻어 둔 사랑도 있겠지만 말이다. 마키노가 아내의 농간으로 요코와의 이별이 되었음을 알게 되고도 아내의 눈물겨운 헌신을 생각하면서 덮어두는게 못마땅했다. 그런 여자와 소름끼쳐서 어떻게 살 수 있나 싶었다. 그렇다고 뒤늦게 혼자된 요코와 다시 합치기를 바란 건 아니었다. 그건 그렇게 될 운명이었지 싶다. 홍역처럼 호되게 앓은 그 사랑들이 싸아하니 슬펐다. 같이해야만 행복한 건 아니겠지만 인생에 있어서 천생배필일 사람이 비켜간 사랑만큼 슬픈게 있을까. 그것도 중간방해자 때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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