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분명 처음 읽지만 언젠가 한 번 읽은 것 같이 익숙한 첫 번째 문장이었다. 롤리타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서 읽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읽기 시작해서 꽤 충격이 컸다. 아니, 원래 이런 내용이라고요?
한 사람이 재판을 받으면서 시작하는 <롤리타>. 험버트 험버트라는 특이한 이름의 이 범죄자의 기록이 공개된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 시작하며 그의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간다. 험버트 험버트에게도 첫사랑이 있었다. 그런데 첫사랑 그녀가 갑자기 죽게 되자,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그 이후로 첫사랑이 죽은 나이 또래를 관찰하게 된 험버트 험버트. 그는 자신의 마음을 끄는 어린 소녀들을 ‘님프’라고 부르며 그들을 찾기 시작한다. 첫사랑의 나이 비슷한 ‘님프’들만 애정하던 그는, 우연히 한 하숙집에 들어간다. 더럽고 별로 머물고 싶지 않던 그곳이었지만 그는 거기에 들어간다. 롤리타,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롤리타를 향한 마음이 너무 커 롤리타의 엄마와 결혼하고, 심지어 롤리타의 엄마가 사고로 죽자 롤리타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모습이 주변 눈에는 정말 좋은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험버트 험버트의 시점이 아닌, 이웃 시점이었으면 나도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고아원에 보내겠다며 협박하고 롤리타가 자신을 ‘유혹했다’고 변명하는 험버트 험버트를 보자 과연 사람인가,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글씨가 아주 엉망이었을 정도로 화가 났다.
이게 왜 고전이자 베스트셀러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됐다. 한없이 폭력적이고 남의 말은 귀담아듣지 않고 오히려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이 사람의 고백을 통해 내가 배울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얻게 된 것은 무엇이었을까? 죄를 지은 사람은 결국 벌을 받는다는 것? 반면교사 삼아 이렇게 살지 말자는 것?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사람은 어떤 변명으로도 그 죄를 용서받지 못할 것을 안다.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 읽어도 기분이 상쾌하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