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들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축하한다! 당신은 방금 막 인문 고전의 집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목격했다. 뉴기니의 원주민이 한 이 질문은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에게 해답을 찾기 위한 긴 여행을 하도록 만들었다. 때론 위대한 일이 사소한 질문 ‘왜?’에서 탄생하는 법이다. 인류의 발전은 어째서 각 대륙에서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을까? 자, 그렇다면 아직도 세계의 불평등에 영향을 주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 보자.
어째서 아프리카인 또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아니라 유럽인들이 총기, 가장 지독한 병원균, 그리고 쇠를 갖게 되었을까? 제목이 <총, 균, 쇠>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복자들과 피정복민들의 차이는 이것의 유무에서 발생했다. 총, 균, 쇠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은 정복자들이, 소유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피정복민이 되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나라는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대부분 정복자, 즉 총, 균, 쇠를 소지했던 집단이다.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총, 균, 쇠를 가지지 못했다.
현재와 미래에도 분명 영향을 줄 <총, 균, 쇠>. 그 차이의 시작은 어떻게 보면 너무 허무할 만큼 단순했다. 지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식량 생산을 일찍 시작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결국 총, 균, 쇠에 접근하는 데 유리했다는 것이다. 식량 생산이 가능해지고 식량을 보관할 수 있게 되니 그 지역 인구수가 늘어 도시가 형성되었고, 많은 사람과 물자가 오가면서 사회 정치 분야 등 복잡한 정치적 구조가 만들어졌다. 사람이 많아지니 병균도 생겼다는 것. 이 과정에서 문자도 생겨나고, 다양한 발명품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도 꽃피게 되었다. 이 같은 이점들은 궁극적으로는 식량 생산을 더 일찍 시작했다는 이점에서 나온 것이었다.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을 수 있었던 까닭은 백인 인종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리적· 생물지리학적 우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아프리카와 유럽의 역사적 궤적이 달라진 것은 궁극적으로 부동산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총, 균, 쇠> 본문의 마지막 문장만 읽으면 이 책을 다 읽은 것과 다름없다. 그 정도로 핵심적인 이 문장. 나머지는 이 문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들일 뿐이다.
역사로 예를 들어 다양한 지명과 민족, 동식물의 이름이 등장했다. 사소한 부분까지 다 기록해 기억할 생각이었지만,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 얼른 생각을 접었다. 평소 늘 하던 대로 했다면 아마 노트 한 권을 다 써야 했을지도 모른다. 핵심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할 거라고, 멀리서 바라보자고 마음을 바꿔 <총, 균, 쇠>를 완독할 수 있었다. 퓰리처상 수상작인 데다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고 하지만 두께가 남달라 도전하기도 전부터 겁을 먹었다. 그런데 의외로 가독성이 좋다! 2021년에는 꼭 도전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