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성은 고통을 수반하는 무한한 능력이라고 하죠. 다소 어설픈 정의긴 하지만, 탐정 일을 설명하기엔 안성맞춤인 말이죠. 셜록 홈즈를 알게 된 건 책을 통해서였지만, 그의 매력에 빠진 것은 BBC 드라마 <셜록> 덕분이었다. 범죄를 해결하는 데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지 저장하는 뛰어난 기억력, 사소한 단서 하나도 놓치지 않는 놀라운 관찰력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었으니까! 만약 셜록 홈즈가 21세기 영국 런던에 살고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BBC 드라마 <셜록>. 자연스럽게 틀었다가 문득 아주 예전에 읽은 아서 코난 도일의 원작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 물론 드라마에서 셜록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표지를 장식했다는 게 결정적이긴 했지만!)
왓슨 박사의 시점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홈즈의 천재적인 면이 훨씬 잘 드러나 보였다. 설명을 들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듣기 전에는 조금도 생각해보지 못한 방향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홈즈. 자네는 보기만 할 뿐 관찰하지를 않잖아.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야. 이것이 바로 셜록 홈즈와 내 차이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홈즈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이 다 나와 비슷비슷했다는 것.
현대식으로 해석된 <주홍색 연구>, <보헤미아 스캔들>을 특별히 더 집중해서 읽었다. 각색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계속 들 정도로 멈출 수가 없었다. 비슷한 듯 다른, 다른 듯 비슷한 점들이 이 책을 더 매력 있게 만들었다. 분명 각각의 단편 소설이라 얼마든지 끊어 읽을 수 있지만 하나의 장편으로 느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홈즈가 매력적이었기 때문 아닐까? 첫 번째 책을 끝냈지만 두 번째 책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참 오랜만이다. 오랫동안 아껴두다 읽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추리 소설!